국립극단 2023 시즌 11개 작품 공개…“대중성과 예술적 실험 사이의 균형”
국립극단 2023 시즌 11개 작품 공개…“대중성과 예술적 실험 사이의 균형”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12.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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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은 상반기까지 … 하반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서 공연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은 2023년에 선보일 11개 작품을 발표한다. ‘누구나 평등하게 누리는 연극의 가치’ 아래 ‘오늘의 새로운 담론을 수용하는 연극 제작’을 표방하는 국립극단은 2022년 명동예술극장의 문을 신유청, 전윤환, 이연주 등 젊은 창작자들에게 개방하여 파격적인 신작으로 연극계에 신선한 자극을 불러일으켰다. 내년에는 관객들이 사랑한 인기 레퍼토리를 비롯하여 고전, 해외신작, 창작극 등에 동시대성을 담아 고르게 선보인다. 

▲연극 ‘만선’ 공연 사진
▲연극 ‘만선’ 공연 사진

특히 2023년은 용산구 서계동에 위치한 백성희장민호극장(180석), 소극장 판(가변형 블랙박스 극장)이 관객들과 만나는 마지막 해로, 상반기 2개 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후 하반기에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소극장 공연을 선보인다. 기존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 국립극단 사무실이 위치했던 용산구 서계동 부지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복합문화시설 건립이 시작될 예정이다.

2023년 첫 공연은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만선>(3.16-4.9, 천승세 작·심재찬 연출)이다. 2021년 초연 당시 연기, 무대, 연출 삼박자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5톤에 달하는 장엄한 비가 무대에서 휘몰아치는 마지막 장면이 백미다. 

이어서 4월에는 [제6회 중국희곡 낭독공연](4.12-16)이 관객과 만난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수한 중국희곡을 선보이고 공연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프로젝트로, 2018년 한중연극교류협회가 첫 선을 보인 이후 2021년부터 한중연극교류협회와 국립극단이 공동주최하고 있다.

5월에는 세계적인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4대 명작으로 꼽히는 <벚꽃 동산>(5.4-28, 안톤 체호프 작·김광보 연출)이 무대에 오른다. 시간과 공간, 문화와 관습의 차이를 뛰어넘는 탄탄한 스토리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인정받으며 백상예술대상, 동아연극상, 이해랑연극상 등 연극계 주요 상에 이름을 올린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아 탄탄한 희곡을 바탕으로 정통 연극의 정수를 선보인다.

9월 명동에서는 해외 신작 <이 불안한 집>(8.31,9.24, 지니 해리스 작·김정 연출)이 국내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연극연출가인 지니 해리스는 로열코트씨어터, 영국국립극장, 스코틀랜드 국립극장,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 등 유수의 극장들과 활발히 작업하고 있다. 유럽의 현안을 다룬 작품부터 세계고전의 현대적 각색까지 다방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그리스 비극인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 <오레스테이아>를 새롭게 해석한 <이 불안한 집>으로 2016년 영국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총 4시간이 넘는 이 대작은 2017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이래 도전적이고 세련된 연출력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연출가 김정에 의해 더욱 치밀한 작품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10월 말부터 11월 중순에 걸쳐서는 국립극단 청소년극이 처음으로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은 그동안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서 청소년극을 선보여 왔다. 558석의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들과 처음으로 만날 청소년극 제목은 <TANK ; 0-24>(10.26-11.19)다. ‘탱크’라는 강하고 역동적인 의미를 어린이·청소년에 부여했다. 0-24는 어린이·청소년의 연령 기준인 0세-24세를 의미하며 동시에 0시부터 24시까지가 반복되는 하루를 함축하여 우리의 인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청소년 배우가 성인 배우와 함께 출연하는 첫 번째 국립극단 청소년극으로도 기억될 것이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 사진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 사진

연말 명동예술극장의 대미를 장식할 공연은 많은 연극팬이 기다려 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11.30-12.25, 기군상 원작·고선웅 각색/연출)이다. 2015년 초연 당시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동아연극상 대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며 명실공히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어느덧 6번째 공연을 맞이하며 자타공인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국립극단의 ‘지역공연 공모’를 통해 하반기 전국의 공연장에서 관객과 만난 후 연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마지막을 장식한다.

한편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는 약 1년 간 개발된 [창작공감: 작가]의 두 작품 <몬순>(4.13-5.7, 이소연 작·진해정 연출), <보존과학자>(5.25-6.18, 윤미희 작·이인수 연출)가 4월부터 6월에 걸쳐 올라간다. 2022년 공모를 통해 국립극단과 함께하게 된 두 명의 작가 이소연, 윤미희는 다양한 스터디와 워크숍, 과정공유회 및 피드백 등의 개발 과정을 거쳐 희곡을 집필했다. <몬순>은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인물을 보다 개인적이고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전쟁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그려냄으로써, 작가는 전쟁이 늘 우리 가까이에서 살을 맞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보존과학자>는 소멸과 영원, 보존과 복원이라는 키워드를 ‘보존과학자’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과 나눈다. 유한한 시간의 균열 속에서 이미 무너지고 사라져버린 것들을 어떻게 다시 복원하고 보존시킬 것인가를 상징적이고 문학적인 언어를 통해 펼쳐나간다. 

초여름, 소극장 판의 마지막 공연은 많은 사랑을 받아온 청소년극 <영지>(5.18-6.11, 허선혜 작·김미란 연출)다. 2019년 소극장 판 초연 후 2020년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앵콜 공연을 올린 <영지>는 완벽한 규칙을 만드는 어른들과 그 속에서 자라는 12살 영지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아이들이 나쁜 영향을 받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어른들, 끝까지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자 하는 영지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을 오간다. 2023년에는 기존 키워드 ‘12살’을 바탕으로 ‘나이’와 ‘장애’에 대한 새롭고 의미 있는 해석을 담아낸다.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사회의 기준을 따르기보다는 나다움을 선택한 이 시대 수많은 ‘영지’들을 위한 메시지가 작품 곳곳에 녹아있다.

8월부터 10월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는 [창작공감: 연출]을 통해 2022년 한 해 동안 개발된 임성현(8.24-9.17), 한민규(10.5-29) 연출가의 신작을 각각 선보인다. 현장 연출가들과 함께 창작극을 개발하기 위한 국립극단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 연출]은 연극이 담아야 할 동시대적 화두를 연간 주제로 제시, 동시대적인 사유를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 2022년 주제는 ‘기후위기와 예술’로, 두 명의 연출가 임성현, 한민규는 주제를 바탕으로 작품을 약 1년 간 개발했다. 기후 감수성, 기후위기와 자본주의의 관계성 등을 리서치, 워크숍, 발표회 등을 통해 작품으로 개발하였고, 2023년 드디어 본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임성현 연출은 코로나19 이후 커다란 화두로 등장한 금융자본주의와 기후위기의 긴밀한 연관성과 모순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한민규 연출은 기후위기에 관한 글(시극)을 쓰는 한 작가의 이야기를 극중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2023년은 창작자와 관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들로 꾸리기 위해 고심했다. 시대가 변해도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웰메이드 고전부터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가장 신선하게 담은 창작극까지 고르게 준비했으니 관객 여러분께서 취향을 찾는 여정을 떠나보시기를 권한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국립극단 소극장 판 전경
▲국립극단 소극장 판 전경

2023년 상반기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용산구 서계동 ‘빨간지붕’ 국립극단 건물을 영상으로 기록한 온라인 전시가 열린다.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을 비롯하여 연습 공간, 무대 제작 공간, 사무 공간 등 다양한 공간을 엿볼 수 있다. 또, 국립극단의 배리어프리 공연 제작 과정과 온라인 극장을 연계한 온라인 전시도 열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연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국립극단의 지속적인 행보를 온라인으로 살펴볼 수 있다.

국립극단의 새로운 극장, 온라인 극장은 <세인트 조앤>(일반/수어통역/음성해설), <발가락 육상천재>,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 <벚꽃 동산>(일반/수어통역/음성해설), <몬순>, <보존과학자> 등 10개 신작 공개를 예정하고 있다. 또, 기존에 공개한 작품 중 <파우스트 엔딩>,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만선>의 배리어프리 버전을 추가로 공개하여 장애인 접근성을 높인다. 온라인 극장은 국민들이 연극 콘텐츠를 생활 어디에서나 쉽게 접하도록 하기 위해 2021년 11월 1일 개관했다. 전 작품 한글자막, 배리어프리 옵션 등을 제공하여 현재까지 5,200여 명이 관람하며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은 2023년에도 연출, 작가, 희곡 세 부문으로 지속된다. “당신의 계획에 국립극단이 함께 합니다.”라는 구호 아래 2021년부터 시작한 [창작공감: 연출]과 [창작공감: 작가]는 동시대 연극 제작을 위해 연출가 및 작가들과 사전 준비 작업부터 아이디어 구상, 집필, 워크숍, 낭독회, 창작과정공유 발표, 차기년도 제작공연 발표까지 1년간 보다 다원화된 방식으로 창작 과정에 동행한다. 연출가 2명, 작가 2명을 모집하며, [창작공감: 작가]는 작가의 집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작공감: 연출]은 국립극단에서 제시하는 연간 주제를 바탕으로 작품을 발전시켜 나갈 창작자와 함께한다. 내년의 [창작공감: 연출] 주제는 ‘과학기술과 예술’이다. 연출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주제에 맞는 공연을 창작하여 2024년에 제작 공연으로 선보이게 된다. 

온라인 상시투고제도 [창작공감: 희곡]도 계속된다. 동시대 삶의 모습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화두와 가치를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담아낸 창작 희곡을 찾는다. 접수된 희곡은 외부전문가들이 읽고 추천작에 한해 낭독회를 진행한다. 낭독회 후에는 작가, 배우, 관객이 작품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희곡의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익명투고제로 경력과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국립극단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
▲국립극단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 또한 2023년에도 지속된다. 2018년부터 영유아를 위한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해 연구와 창작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36개월 이하 영유아 및 동반 보호자로 연극의 참여 대상을 확장하고, 생애 최초 공연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23년에는 2개의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인다.

방정환의 어린이 해방 선언과 한국 어린이청소년극 1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어린이청소년극 100년 기초 연구’도 진행한다. 지난 100년 간의 흐름과 주요 쟁점을 담은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고, 아시테지 코리아와 협력하여 한국 어린이청소년극의 변화와 발전상을 조망하는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