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억눌린 ’브론테 남매’의 저항을 록에 담다…<웨이스티드>
[현장프리뷰]억눌린 ’브론테 남매’의 저항을 록에 담다…<웨이스티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12.21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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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제인 에어>의 샬롯 브론테,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의 앤 브론테 그리고 화가이자 작가로 활동한 브랜웰 브론테까지. 19세기 초 영국에서 작가로 활동한 브론테 남매의 생애를 그린 뮤지컬 <웨이스티드(Wasted)>가 지난 13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막을 올렸다. 

▲연극열전9 뮤지컬 ‘웨이스티드’ 프레스콜 현장 단체사진
▲연극열전9 뮤지컬 ‘웨이스티드’ 프레스콜 현장 단체사진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는 뮤지컬 <웨이스티드>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박소영 연출을 비롯해 배우 정연, 백은혜, 유주혜, 김지철, 황순종, 홍서영, 임예진, 장민제 등이 참석했다.

박소영 연출은 진취적인 여성작가의 삶을 담은 뮤지컬 <레드북>과 억압받는 이들의 아픔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음악극 <태일> 등의 작품을 앞서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결의 작품들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박 연출은 “이야기 자체에 관심이 많고, 그 중 특히 소외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라며 “지금은 유명해졌지만 브론테 남매 역시 그 당시에는 성별과 가난 등 여러 이유로 많은 좌절과 차별을 겪었다. 그럼에도 치열하게 살았기에 결국은 그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것이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웨이스티드>는 샬롯 브론테의 인터뷰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네 인물의 삶을 독립적인 동시에 유기적으로 그려낸다. 네 남매의 실패와 좌절, 그리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투지, 창조를 향한 열망은 극 안에서 포크 록, 개러지 펑크, 하드 메탈, 싸이키델릭 펑크 등 다채로운 록 사운드로 표현된다. 

박소영 연출은 “<웨이스티드>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실제 인물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흐른다. 이야기를 전하는 인물의 개인적 내면의 사실성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 중 화자인 샬럿이 삶을 대하는 태도나 관점이 작품 전개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록 형식을 취하는 것도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저항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는 ‘브론테 남매’를 그리는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성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작가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첫째 ‘샬롯’ 역은 정연과 백은혜, 유주혜가 맡았다. 작가, 화가, 연주자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끝내 예술적 성취를 이루지 못한 둘째 ‘브랜웰’ 역은 김지철과 황순종이, 자신만의 확고한 예술 세계를 가진 셋째 ‘에밀리’ 역은 김수연과 홍서영이 연기한다. 현실에 순응했지만 그랬기에 현실을 직시한 작품을 남긴 넷째 ‘앤’ 역은 임예진과 장민제가 맡았다.

배우들 역시 작품 속 음악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장민제는 “이 작품을 하며 인생, 삶과 죽음, 나의 발자취들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이 작품은 결국, ‘우리의 모든 삶은 헛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라며 “작품을 준비하면서 ‘내가 잘 살고 있나’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연습하면서 자연스레 답을 찾게 됐다. ‘모든 게 헛되지 않았겠구나, 내가 한 모든 선택에 책임을 지고 수용할 수 있으면 참 멋진 삶이겠구나’라는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홍서영은 “에밀리가 나와는 참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친구라 좋았다. 살면서 항상 ‘내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하게 되는데, 에밀리는 세상을 향해 ‘나를 감당할 수 있겠냐’고 역으로 묻는다. 너무 닮고 싶은 점이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황순종은 “극 중 ‘브랜웰 브론테한테 여자 형제가 있는 줄 몰랐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지금은 반대이지 않나. 오히려 브론테 자매에게 남자 형제가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느끼기에도 더 재미와 다른 감상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극 중 브랜웰을 연기하는 김지철과 황순종은 에밀리의 반려견인 ‘키퍼’도 함께 연기한다. 김지철은 “옆집에 보리라는 4개월 진돗개가 산다. 그 친구를 보면서 연구했다. 아침마다 산책을 다니며, 보리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 참고했다. 영감을 많이 받았다”라고 전했다. 같은 역을 맡은 황순종은 “평소 강아지나 고양이 유튜브 채널을 굉장히 즐겨본다. 인스타그램 저장된 페이지만 몇 백 개가 있을 정도다. 이러한 것들의 영향으로 준비도 재밌고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백은혜는 “호흡이 굉장히 빠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마지막까지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기 때문에, 이를 따라가다 보면 극의 묘미에 함께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함께 전했다. 

뮤지컬 '웨이스티드'는 내년 2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