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61]미디어 시대에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정영신의 장터이야기61]미디어 시대에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 정영신
  • 승인 2022.12.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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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61

 

1989 충남 청양장 Ⓒ정영신
1989 충남 청양장 Ⓒ정영신

 

요즘은 영상으로 공부하고,

영상으로 문화생활하고,

영상으로 취미생활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이 얼굴 보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

아프리카 속담은 어릴적 할매와 할배의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 말일 게다.

체스와 바둑은 이미 인공지능이 이기는 당연해진 세상 앞에서

책을 판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 유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아직도 조그만 시골 면장에 가면 책을 파는 노인이 있다.

 

1991 전북 남원장 Ⓒ정영신
1991 전북 남원장 Ⓒ정영신

 

책파는 난전에는 노인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책을 펼쳐보다가 필요하다 싶으면 이삼천원에 구입한다.

포천 신읍장에서 만난 박씨는

아직도 정월달이면 토정비결이 불티나듯 팔려나가고,

요즘은 건강에 대한 책이 잘 팔린다고 한다.

자주 찾아오는 단골손님은 한꺼번에 40여권씩 구매한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1988 충남 청양장 Ⓒ정영신
1988 충남 청양장 Ⓒ정영신

 

책보다 미디어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친구와 만나는 것이다.

그 친구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징검다리도 보이고,

바람도 보이고, 구름도 보이고, 소리도 보이고, 색도 보인다.

시골장터에서 만나는 책 노점에서 어떤 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

사뭇 그 친구가 기다려진다.

 

1991 전북 남원장 Ⓒ정영신
1991 전북 남원장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