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국립창극단이 준비한 6개의 선물 꾸러미, <연작>
[공연리뷰]국립창극단이 준비한 6개의 선물 꾸러미, <연작>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12.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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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단 대표 6개 작품 16곡 선별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50년이 넘는 시간을 전통 창극의 보존과 정형화, 현대적인 창극 창작을 통한 대중화 그리고 세계화를 위해 끊임없이 달려온 국립창극단이 관객을 위한 연말 선물을 준비했다. 국립극장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3개 전속단체가 각각 꾸미는 갈라 콘서트를 선보이며, 국립창극단이 창극 콘서트 <연작(連作)>으로 첫 무대를 장식했다.

▲국립창극단이 창극 콘서트 <연작>을 통해 선보인 여섯 개의 작품
▲국립창극단이 창극 콘서트 <연작>을 통해 선보인 여섯 개의 작품 ⓒ국립극장

이들은 창극 음악의 정수를 압축적으로 전하기 위해 국립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여섯 작품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트로이의 여인들>, <패왕별희>, <나무, 물고기, 달>, <귀토>, <리어>에서 16곡을 선별했다. 전 단원이 합창·중창·독창 등 다양한 구성으로 무대에 올라 우리 소리의 진면목을 펼쳐내며, 단원들의 탁월한 기량을 가감 없이 선보이는 무대를 꾸몄다. 

공연장 로비에 마련된 관객들을 위한 현장 이벤트 ‘소원나무에 새해 소망 매달기’부터 시작된 콘서트는 소원나무로 향하는 인물들의 여정을 그린 창극 <나무, 물고기, 달>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공연은 셰익스피어 비극을 우리말과 소리로 그린 <리어>로 이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작품의 인물들이 만나는 재미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창극콘서트 <연작> 공연 중 ’나무, 물고기, 달’ 캐릭터들과 만난 ’리어’ 에드거 ⓒ국립극장
▲창극콘서트 <연작> 공연 중 ’나무, 물고기, 달’ 캐릭터들과 만난 ’리어’ 에드거 ⓒ국립극장

2014년 초연 이후 국립창극단의 대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재치있는 무대에 이어 펼쳐진 <트로이의 여인들>의 강렬한 소리는 본 공연과도 같은 압도감으로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헤큐바 역을 맡은 김금미 단원은 “지난 11월 미국 뉴욕 브룩클린 음악원(BAM) 대표 축제인 넥스트웨이브페스티벌에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이 초청받았다. 우리 창극은 이제 국내는 물론 아시아, 유럽, 미국까지 사랑받는 공연”이라며 세계무대에서 높아진 창극의 위상에 대해 알리기도 했다. 

창극과 경극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패왕별희>에서는 ‘벼슬자리’ ‘십면매복’ 2곡을 들려주며,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투를 호방하고 힘찬 소리와 박진감 넘치는 장단으로 그려냈다. 공연의 마지막은 판소리 ‘수궁가’를 재기발랄하게 변주한 <귀토>가 장식했다. 바닷길이 열리듯 자연스러운 장면전환을 선보인 ‘푸르르르르’부터 ‘범피중류’, 전 출연진이 함께한  ‘헤이야라’까지 알찬 구성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창극콘서트 <연작>의 39인조 오케스트라
▲창극콘서트 <연작>의 39인조 오케스트라 ⓒ국립극장

이번 콘서트의 또 다른 묘미는 오케스트라 피트를 벗어나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39인조 오케스트라였다. 기존 공연에서 20인조 내외의 악단으로 구성됐던 음악을 가야금⸱거문고⸱대금⸱피리⸱아쟁⸱생황 등의 국악기와 비올라⸱첼로⸱신시사이저⸱베이스드럼 등의 서양 악기로 이루어진 39인조 오케스트라로 확대 편성하여 풍성하게 편곡하며 작품별 분위기를 이끌었다. 

▲국립창극단 전 단원이 관객들에게 커튼콜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전 단원이 관객들에게 커튼콜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국립극장

국립극장은 <연작>을 소개할 당시 극적인 요소보다 음악적 부분에 방점을 두겠다 말했으나, 콘서트의 구성은 단순한 음악 나열식 형식을 뛰어넘어, 노래ㆍ무용ㆍ기악이 잘 어우러진 종합예술 형태로서의 창극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특히 ‘창극’이라는 형식으로 한 데 묶이지만 각기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6개의 작품이 <연작>이라는 주제 안에서 하나의 굵은 줄기로 흐르는 진행 방식은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로 인해 관객 역시 기존의 창극 공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추임새와 환호를 곁들이며 공연을 완성했다. 

국립창극단이 관객을 위해 준비한 선물 같은 콘서트 <연작>이 앞으로도 이어지길(連)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