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2022 10대뉴스] 서로의 얼굴을 온전히 마주하며, 더 나은 문화예술계로 향하길
[서울문화투데이 2022 10대뉴스] 서로의 얼굴을 온전히 마주하며, 더 나은 문화예술계로 향하길
  • 이은영‧진보연‧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2.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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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문화예술교류의 장
팬데믹 완화, 미술계 해외교류 증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10.29 참사
준비 없이 열린 청와대, 둘러싼 논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진보연‧이지완 기자] 2022년은 변화의 바람이 거셌던 한 해였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순리대로 변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춰있었던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올해 찾아온 변화의 바람은 더욱 힘 있게 느껴진 듯하다. 집합인원제한 해제, 거리두기 완화, 실외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등 우리의 삶은 점점 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해갔다. 그만큼 꽝꽝 얼어있고 닫혀있었던 문화 예술계에 다시금 활력이 돌았다.

국민들의 선택이 중요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3월 9일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고, 제 20대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공식 취임했다. 윤 정부의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박보균 장관으로 임명됐다. 윤 정부는 ‘보편적 문화복지’, ‘K콘텐츠 강화’, ‘예술인 지원체계 확립’, ‘전통문화유산 보존 및 가치재고’를 문화예술분야 주요 국정과제로 꼽았었다. 대선 이후 국민들은 또 한 번의 선거를 치렀다. 6월 1일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 새롭게 선출됐다.

나라의 살림꾼이 바뀌자 다양한 변화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됐고, ‘용산’이 새로운 시대의 공간으로 떠올랐다. 변화는 새로움을 전하는 동시에 사회의 혼란도 가져왔다. 10월 29일에는 일어나선 안 될 또 한 번의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 때마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문화예술계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2021년 10대뉴스에도 실렸던 국립극장장 재공모 이슈가 올해에도 여전히 지속됐다. 1년이 넘어가는 시간동안, 아직도 여전히 국립극장장은 공석인 채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시대가 바뀌는 흐름 속에 문화계를 든든히 지켜주던 큰 별들의 타계 소식도 많았다. 문화부 초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 한국 미술계의 원로 김병기 화백 등 문화계의 거목들이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 완화로 다시 살아숨쉬기 시작한 문화 현장도 많았다. 문화계의 해외교류, 다양한 페스티벌의 개막 등 서울문화투데이는 살아있는 문화현장을 담아냈다. 서울을 벗어나 지방 곳곳을 다녔고, 실외마스크 해제와 함께 찾아온 축제의 기쁨도 보도했다. 동시에 문화예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 명의 예술인이 버티기 힘든 일들을 놓치지 않고 작은 목소리까지 담아내려 했다. 

새롭게 불어오고 있는 이 변화의 바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바람이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주는 것인지, 아니면 혼란을 더하고 있는 것인지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반가움, 새로움, 슬픔, 절망, 인내 등 수많은 감정이 휘몰아쳤던 한 해였다. 서울문화투데이는 쉽게 정의할 수 없었던 2022년 한 해를 정리하고, 또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자 다짐한다. 방향이 보이지 않는 세계 속에서도 문화예술계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으며, 함께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언론으로 또 한 해를 준비하고자 한다.     

1. 제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 성료(2022.01.27.)

▲제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 현장
▲제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 현장

2022 서울문화투데이 창간 13주년 문화대상 시상식이 지난 1월 27일 서울시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체실리아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수상자 선정위원장인 일랑 이종상 화백을 비롯해 선정위원인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황순자 한국매듭협회장,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과 수상자들이 참석해 행사를 빛냈다. 시상식의 사회를 맡은 유승현 설치 도예가는 유연한 진행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이종상 화백은 축사를 통해 “처음 문화 신문을 만든다고 했을 땐 반대도 많이 했다. 일반 신문도 어려울 판에 ‘문화’ 신문이라니,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은영 발행인은 매체 운영과 더불어 ‘문화대상’이라는 상까지 만들어 예술인들의 공을 치하하며 13년을 버텨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전 장관과 일랑 이종상 화백의 축사가 있었다.

이어 이은영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은 “우리나라의 대중예술, K-컬쳐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순수예술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세계인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앞서 순수예술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해온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순수예술 분야를 꾸준히 조명하며, 문화예술 생태계가 올바로 자라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제대로 된 정론지의 역할을 하겠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특별대상은 작곡가 최영섭 선생에게 수여됐다. 문화대상은 장사익 소리꾼(국악), 고정수 조각가(미술), 이칠용 공예가(공예),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 관장(문화경영), 최하경 KHS한국전통문화진흥원장(메세나)이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최성철 조각가(미술-조각), 김충한 안무가(무용), 김옥 수아트홀 관장(음악-성악)에게 돌아갔다. 전건호 창작 춤 집단 휘랑 대표(무용), 장석류 문화예술정책연구자(예술경영비평)는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오는 1월에는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과 함께 창간 14주년을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2. 문화계 원로들의 부고

▲올 한해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부고 소식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이어령 전 장관, 김병기 화백, 김지하 시인, 오태석 극작가 겸 연출가
▲올 한해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부고 소식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이어령 전 장관, 김병기 화백, 김지하 시인, 오태석 극작가 겸 연출가

지난해에 이어 올 한해도 문화예술계 큰 별이 많이 졌다. 먼저, 문화부 초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지난 2월 26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이어령 전 장관은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고인은 서울대 국문학과 재학 중이던 1956년 비평가로 등단한 뒤 문학을 바탕으로 인문학 전반을 아우른 지성의 필력을 휘두르면서 60여 권의 저서를 냈다.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불렸다.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이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3월 2일에는 한국 미술계의 원로 김병기 화백이 노환으로 별세했다. 김 화백은 한국 추상미술 1세대 작가이자, 최고령 현역 화가였다. 2021년 12월 열린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에도 신작 <저항-동청룡>과 <저항-서백호>를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감염병에 대한 ‘저항’을 전했었다. 김 화백은 ‘영원한 현역’이자 ‘한국 근‧현대미술의 산증인’이었다. 1916년 평양에서 한국 최초의 추상화가로 불리는 김찬영 화백의 아들로 태어나 한국 추상미술 1세대로 한 시대를 이끌었다. 1933년에 일본 가와바타 미술학교에 입학해 동경 아방가르드 미술연구소와 동경문화학원 미술부를 졸업했다. 이중섭과는 평양보통학교 단짝이었고, 일본에선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등과 함께 수학했다. 2017년 그의 구술을 통해 연재된 한겨레신문에 ‘한 시대를 그리다’는 이중섭, 김환기, 이상, 김동인, 윤동주, 이쾌대 등 우리나라 문화계의 별들과 100년간의 문화사가 다시 한 번 우리 곁으로 자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지난 2018년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특별대상 수상했다. 

이어 김지하 시인이 5월 8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 수많은 시를 통해 군사정권에 저항하며 여러번 투옥한 대표적인 저항 시인이다. 1941년 2월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시인은 서울대 미학과를 나와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 등단했다. 고인은 첫 시집 ‘황토’와 ‘타는 목마름으로’ 등을 통해 사회 현실에 대한 자신의 울분을 서정적으로 담아냈고, ‘오적’에서는 한문을 차용해 권력층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풍자했다. 이에 1970년 ‘오적’을 발표하고 구속되는 필화를 겪었고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이후 1975년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 로터스상과 1981년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과 브루노 크라이스키상을 받는 등 국내외 수상 기록을 남겼다. 

지난달 28일에는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 극단 목화 전 대표가 별세했다. 고인은 40여년간 60여편 넘는 창작 작품을 연출했다. 고인은 1963년 연세대 철학과 재학 당시 동인제 극단 희로무대(回路舞臺)를 창단한 이래 40여 년간 60여 편이 넘는 창작 작품을 연출했다.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웨딩드레스’가 당선되고 1968년 국립극장·경향신문 공동 장막극 공모에 ‘환절기’가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데뷔했다. 서울예대 교수와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냈고 1987년 ‘부자유친’으로 서울연극제 대상, 91년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로 동아연극상 대상 등을 받았다. 2018년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후 별도의 입장 표명이나 사과 없이 침묵해왔다. 

3. 이매방 명인 유족-제자 간 '가처분 신청' 화해 권고

▲우봉 이매방 명인의 전통춤 ‘삼고무·오고무’ 공연 모습
▲우봉 이매방 명인의 전통춤 ‘삼고무·오고무’ 공연 모습

지난해 9월 이매방 명인의 유족이 세운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가 제자들로 구성된 우봉이매방춤보존회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수석부장판사 김정중)가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월 29일 내려진 이 결정은 5월 17일 확정됐다. 법원은 화해권고 결정문에서 “삼고무, 오고무, 장검무, 대감놀이의 총 4개 안무는 고(故) 이매방의 창작물”이며 유족이 이에 관한 저작권을 승계한 저작권자라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로 이매방 명인의 제자 측인 사단법인 우봉이매방춤보존회는 저작권자인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삼고무ㆍ오고무ㆍ장검무ㆍ대감놀이를 공연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법원은 저작권법 제29조에 따라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인 경우, 그리고 법원에 사전 제출한 ▲‘우봉이매방춤보존회 정회원 명단’ 사람들이 참여하는 연 1회 공연(영리 목적 가능)에 한해 이매방 명인의 창작물임을 명시하는 등의 조건으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4. 공연예술 교류의 장, 제15회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일환으로 제주탐라광장에서 프린지 공연을 하는 모습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일환으로 제주탐라광장에서 프린지 공연을 하는 모습

‘Ovee the Bridge(다리를 넘어)’라는 주제로 열린 《제15회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코로나로 단절됐던 문예회관과 공연제작사 간의 활력 넘치는 교류를 끌어냈다. 지난 9월 19일 개막해 22일까지 개최된 《제15회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서는 움츠러들었던 공연예술계의 새로운 도약과 시도가 느껴졌다.

행사 1일 차의 공연제작사들의 레퍼토리 피칭으로 시작돼 2일차, 3일차까지 진행된 문예회관 부스 운영 아트마켓은 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 참가한 이들의 열정을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어 20일, 행사 2일차에 진행된 ‘해외기관과의 협업 및 교류 활성화’ 섹션에선 해외 아트마켓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아울러, 전국 문예회관과 예술단체 간 작품을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교류가 이뤄지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 쇼케이스도 연극ㆍ뮤지컬ㆍ무용ㆍ음악ㆍ전통예술ㆍ다원예술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5. "꽃 같던 그대들 잘못이 아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서울 이태원역 출구 앞에 마련됐던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
▲서울 이태원역 출구 앞에 마련됐던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난 대규모 인명 참사는 2022년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약 400명이 신체, 정신적 치료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행정안전부는 “12월10일 기준 이태원 참사로 신체적 및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는 의료비 지원 대상자가 381명”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49재를 맞은 지난 16일에는, 종교계와 시민들이 추모제를 열어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사고 현장 주변엔 여전히 슬픔이 가득하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처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6. 누구를 위한 ‘청와대 개방’이었나, 청와대 화보촬영 논란 

▲청와대 영빈관 배경 보그코리아 화보 ⓒ보그코리아
▲청와대 영빈관 배경 보그코리아 화보 ⓒ보그코리아

윤석열 정부의 공식 임기 시작과 함께 70여년 가까이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됐다. 청와대 개방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국민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개방 10여 일만에 37만 7,888명이 다녀가고, 개방 44일째였던 6월 22일에는 관람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운영·관리 미흡도 뜨거운 화제 중 하나였다. 

청와대 개방이후 5월 23일 문화재청은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을 설치해 대통령실 등으로부터 위임받은 청와대 권역과 시설개방 관리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7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새정부 업무계획보고를 하며 “국민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과 같은 원형 보존의 원칙 위에 문화 예술을 접목해 국민 속에 ‘살아 숨 쉬는 청와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체부 계획 발표에 문체부 소속기관인 문화재청 노조, 문화재위원회에서 ‘청와대 역사적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 섞인 반대 입장을 표하는 등 관리 기관의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오랜 시간, 국가의 상징과도 같았던 공간이 변해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청와대 개방을 향한 여러 견해가 부딪히는 가운데, 논란의 방아쇠를 당기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8월 패션지 보그의 청와대 배경 화보 촬영이었다.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패션지 보그의 화보가 공개되면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 비서관은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강도 높게 비판을 가했다. 탁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청와대 개방’을 ‘청와대 폐쇄’라고 명명하며 현 사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전하고 “역사의식과 인문적 소양이 없는 정치권력이 얼마나 국가의 품격을 떨어트릴지 슬프지만 우리는 지속적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당시 화보를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신선하다”라는 반응을 전하기도 했지만, 다수의 누리꾼들은 “국격이 떨어졌다”, “청와대가 창경원이 됐다”라는 등의 비판과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7.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선정작 <윤석열차>로 비롯된 ‘표현의 자유’ 논란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교생 작품 <윤석열차>가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에 선정되고, 이를 전시했다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0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엄중 경고하겠다는 뜻을 밝혀, 만화계와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격화됐다. 

논란 속 작품인 <윤석열차>는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가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 얼굴을 한 기차에는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인물이 조정석에 타고 있고,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또한 ‘윤석열차’ 객실에는 4명의 검사가 칼을 들고 타고 있다. 달려가는 열차 앞에는 4명의 인물이 혼비백산 놀라 뛰어가는 모습도 표현됐다.

당시 문체부는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라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문체부의 강경한 태도에 (사)한국만화가협회, (사)우리만화연대, (사)웹툰협회, (사)한국카툰협회, (사)한국웹툰산업협회, (사)한국출판만화가협회, (사)한국만화웹툰학회, 지역만화웹툰협단체 대표자 모임, 민예총 등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전국 시사만화협회는 명확한 규탄의 문장이 담긴 성명서 대신 ‘자유!’라는 표현을 33번 실은 <‘윤석열차’ 외압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번 사안에 대해 강렬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제 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33번의 ‘자유’를 언급한 것을 비꼬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성명서였다. 

8. 국내 원로 작가들의 해외 진출: 박대성 화백 해외순회전 《眞景時代 : The Eternal》, 뉴욕타임즈에 한국아방가르드 운동 중심인물로 소개된 김구림 화백

▲LACMA《박대성,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 전시 전경 ⓒ서울문화투데이
▲LACMA《박대성,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 전시 전경 ⓒ서울문화투데이

우리나라 고유의 미학을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박대성 화백의 해외순회전이 지난 3월 시작됐다. 《眞景時代 : The Eternal》(진경시대: 영원한)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순회전은 독일 베를린 주독일한국문화원(3월)에서 시작해,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6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7월),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센터, 다트머스대학교 후드미술관(9월), 이탈리아 로마한국문화원(10월) 등에서 개최됐다. 박 화백의 해외 대규모 순회전은 한국화의 세계화를 위한 브랜딩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10월 LACMA 순회전은 《MMCA 한국미술주간》과도 이어져, 세계에 박 화백과 한국 미술을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한국 1세대 전위 예술가로 손꼽히는 김구림 화백을 조명한 뉴욕타임즈의 보도도 있었다. 뉴욕타임즈 6월 15일자로 발행된 David Belcher(데이비드 벨처) 기자의 “A Founding Father of Korean Multimedia(한국 멀티미디어 창시자, 마스트리히트에 오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김구림의 예술 생애와 그의 최근작까지 심도 있게 다뤘다. 

NYT는 김 화백에 대해 “김 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최초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로 여겨진다.1937년에 태어난 이승택, 곽덕준과 함께, 김 씨는 한국전쟁의 잿더미에서 탄생한 한국 미술의 새로운 비전을 열었다”라며 “‘삶의 반대 요소는 어디에나 있다. 혼돈의 시대에 욕망을 그리고 싶고, 혼돈은 제가 평생 겪어온 모든 모순에서 비롯된다’라고 김 씨는 말했다. 그의 인생은 모순과 조국의 역사를 증언하는 삶이었다”라고 설명했다.

9. 5년 만에 개최된 《2022 제 3회 제주비엔날레》

▲《2022 제 3회 제주비엔날레》 개막식, 김주영 작가 퍼포먼스 현장
▲《2022 제 3회 제주비엔날레》 개막식, 김주영 작가 퍼포먼스 현장

2017년 개최 이후 5년 만에 《2022 제 3회 제주비엔날레》가 개최됐다.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Flowing Moon, Embracing Land)’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33명 작가들의 165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국제미술축제는 지난 11월 개막해 2023년 2월 12일까지 관람객들을 만난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국제평화센터, 삼성혈, 가파도 AiR, 미술관옆집 제주 등 총 6개 전시장에서 펼쳐진다. 

《제주비엔날레》는 2017년 《제 1회 제주비엔날레》 개최 이후, 2020년 2회 비엔날레를 준비하는 과정 중 주최 측 내부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해 행사를 개막하지 못했다. 우여곡절의 시기를 겪고, 제주비엔날레 측은 다시금 재정비의 시간을 거쳐 대중 곁을 찾아왔다.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2022 제 3회 제주비엔날레》는 인류세를 맞이한 지금, 시대적으로 우리가 어떤 시선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해 제안한다. 미술관을 포함한 여섯 곳의 전시장을 활용하면서, 제주가 가지고 있는 자연, 바다, 신화를 놓치지 않고 선보이려고 한 점을 주목해볼 수 있다. 

한편, 11월 16일 열렸던 《2022 제 3회 제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선 노마드적 삶을 지향하는 김주영 작가의 퍼포먼스 <흙의 제식>이 펼쳐져 특별한 순간이 만들어졌다. 비엔날레 주요 참여 작가로는 강요배, 백광익, 박종갑, 유창훈, 강술생, 김기대, 강이연, 윤석남, 박능생, 이승수, 팅통창, 아그네스 갈리오토 등이 있다. 

10. 한국을 넘어 뻗어나가는 ‘미술 한류’, MMCA-LACMA 공동전시·《MMCA 한국미술주간》

▲MMCA ‘2022 한국미술주간’ 현장, 윤범모 관장과 박대성 화백이 참석해 참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MMCA ‘2022 한국미술주간’ 현장, 윤범모 관장과 박대성 화백이 참석해 참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9월 개막한 MMCA와 LACMA가 공동주최한 《사이의 공간: 한국근대미술》 특별전시에선 최근 떠오르는 ‘미술한류’를 느껴볼 수 있었다. 전시는 1897년부터 1965년 시기 한반도에서 제작된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이며, 서구권 국가에서 한국의 근대 시기 미술을 처음 주목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방탄소년단 RM의 오디오가이드 음성녹음 재능기부로 인해 더욱 큰 관심을 얻었다. 

국현은 LACMA 전시 개막이후 11월 3일부터 6일까지 미국에서 《2022 한국미술주간(2022 Korean Art Week)》을 개최했다. 한국 미술을 선보이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 미술을 깊이있게 알고 연구하고 알아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공동주최로 진행됐으며, 한국 현대미술 국제심포지엄, 큐레이터 워크숍 및 후드미술관과 하버드대학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박대성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강연 등으로 구성됐다.

이외에도 독일 칼스루헤 미디어아트 센터(ZKM)의 《김순기 개인전: 게으른 구름》 전시, 일본 가나자와의 미술관의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전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국현은 2023년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