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문화행사 추천] “영민하고 활기차게 더 나은 감각으로 껑충!” 신년 맞이 ‘토끼’ 문화 행사
[연말연시 문화행사 추천] “영민하고 활기차게 더 나은 감각으로 껑충!” 신년 맞이 ‘토끼’ 문화 행사
  • 진보연ㆍ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2.2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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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토끼해 계묘년, 다채로운 문화행사 열려
새해 향한 희망, 지난 시간에 대한 위로 담은 공연
‘토끼’의미를 시각적 이미지로 풀어 보는 전시

흑호의 해가 지나가고 검은 토끼의 해 2023년이 맞이해야 할 때다. ‘토끼’는 귀여우면서 작은 동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동물로 인식돼왔다. 그렇기 때문인지, 새롭게 다가오는 토끼해 역시 부담스럽거나 강한 힘이 넘치기보다 보드라운 느낌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토끼는 귀엽고 친숙한 동물인 동시에 영민한 동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토끼’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토끼와 거북이」와 「수궁가」 등이 그 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영민한 토끼의 모습이 우리를 찾아올 것 같다. 2023년의 천간은 ‘계(癸)’로 ‘검은색’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검은색’이 지혜로운 색이라고 봤다. 또한, 토끼는 풍요와 번창, 다산의 상징을 가지고 있다. 토끼가 새끼를 낳을 때 여러 마리를 한 번에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합창단 ‘2022 송년음악회’
▲국립합창단 ‘2022 송년음악회’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지난 몇 년간 우리들의 세상은 조금 가라앉아 있었고, 침체돼 있었다. 서로의 이목구비를 시원하게 마주할 수 없었고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이 더 익숙해지는 시간을 겪었다. 멈춰있었던 세계가 2022년부터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리두기가 완화됐고, 사람들 사이의 만남이 예전과 같은 빈도로 잦아지기 시작했다. 일상의 동력들이 서서히 되돌아오기 시작했던 2022년이었다. 이런 시점에서 껑충 뛰어오르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토끼해가 다가온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반갑다. 마치 내년에는 더 큰 도약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추운 날씨에 움츠리기보다, 토끼처럼 건강한 도약과 희망을 얘기하는 문화행사들을 찾아봤다. 귀엽고, 건강하고, 풍요를 상징하는 토끼를 느낄 수 있는 행사들로 다가오는 새해, 독자들의 행운을 빈다.

“토끼처럼 힘찬 새 도약”…국립합창단 <신년음악회>

코로나19로 인해 웅크렸던 시간을 발판삼아, 2023년 토끼처럼 껑충 뛰어오를 새해 도약의 움직임은 무대 위에서도 계속된다. 국립합창단은 창단 50주년인 계묘년을 맞아 내달 10일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위로의 합창’과 ‘한국의 현대 합창’을 주제로 하는 이번 공연은, 지난 6월에 발매한 국립합창단의 첫 번째 정규앨범 <Voices of Solace(위로의 목소리)> 앨범 타이틀곡을 비롯해, 한국의 다채로운 현대 합창곡들로 힘과 에너지 가득한 프로그램과 미국의 작곡가 제이크 룬스타드(Jake Runestad)의 곡으로 사랑과 희망의 무대를 선사한다.

첫 시작은, 국립합창단 앨범 <Voices of Solace(위로의 목소리)>의 타이틀 곡 오병희의 <새야 새야>로,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유행했던 전래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와 1400년 전 유럽에서 불렀던 그레고리안 찬트(Gregorian Chant)의 응답송 ‘Libera me'의 단편을 결합하여 재해석한 곡이다. 이어서 ‘어-기-영-차’ 4음절의 가사가 강렬한 리듬ㆍ액센트로 순환하며 변화하는 우효원의 <어기영차>, 한국 현대 합창 작곡가 오예승의 <바람결에 흩어진 속삭임>, 일제 시대 일본 어선들이 우리나라 남해바다에서 멸치잡이를 할 때, 그물을 당기면서 어로요(민요)의 후렴구에 부르던 조혜영의 <세노야>, 우리 귀에 익숙한 민요 곡조에 화성적 색채를 입히고 음색, 템포, 셈여림의 대비를 더해 현대적으로 만든 오병희의 <쾌지나칭칭> 등 총 5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2부에서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미국의 작곡가 제이크 룬스타드(Jake Runestad)의 <Elegy>, <The hope of Loving>의 2곡을 연주한다. 이 중 <The hope of Loving>은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곡이다.

<새야 새야>에서는 한충은(KBS 국악관현악단 부수석)이 소금과 대금을, 장구 전계열, 소리북 이형철의 연주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소리를 전한다. 이어서 <The Hope of Loving>에는 스트링 콰르텟이 함께한다. 강드보라(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정단원), 이무은(코리안 챔버 케스트라 정단원)의 바이올린 연주와 바이올리니스트 윤염광(서초교향악단 부악장)이 이번 공연에서 비올라를 연주하고, 첼리스트 정민영(베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신년음악회>의 티켓 가격은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이며, 국립극장 및 인터파크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국립합창단 유료회원(코코프렌즈)은 1인 4매까지 40%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며, 패밀리 35% 할인(4인 이상)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이 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국립합창단(02-587-8111)으로 문의하면 된다.

▲국립무용단 ‘새날’ 공연 사진
▲국립무용단 ‘새날’ 공연 사진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춤사위로 전하는 새로운 기운, 국립무용단 <새날>

호젓한 남산 아래 위치한 하늘극장에서는 우리 춤사위로 새해의 힘찬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국립무용단의 명절 기획공연 <새날>이 펼쳐진다. 새해맞이 공연으로 선보이는 만큼, 토끼띠 관객에게는 3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2023년 <새날>은 총 6개 소품으로 구성된다. 공연의 시작은 한 해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태평무’(원작 강선영, 재구성 양성옥)가 연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무용의 하나로 한성준(1875~1941)에 의해 1938년 초연했고, 강선영에 의해 무대화된 작품이다.

나라의 풍년을 축원하는 의미를 담아 왕과 왕비의 우아한 발디딤새에 정중동의 미학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품’(안무 배정혜, 재구성 윤성철)은 왕을 받들고 나랏일을 맡아 정세를 바로 잡는 대신들의 춤이다. 남성 군무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무구(舞具)인 아박을 소품으로 활용해 박력 있고 절제된 춤사위를 보여준다. ‘평채소고춤’(안무 정관영)은 소고의 명쾌한 겹 가락에 흥겨운 안무가 더해진 작품이다. 안무가의 축원과 덕담이 담긴 비나리를 시작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신명 나는 무대를 꾸민다.

전통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3개 작품은 본격적인 우리 춤 잔치로 이끈다. ‘호적시나위’(안무 조흥동, 재구성 윤성철)는 다채로운 장단 변화가 느껴지는 풍물 장단을 바탕으로 주선율을 담당하는 태평소(호적)에 맞춰 맨손으로 추는 남성춤이다. 장단의 변화에 따라 내고·달고·맺고·푸는 호쾌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춤의 다양한 기교를 볼 수 있다.

‘산수놀음’(안무 황태인)은 2022년 12월 선보인 국립무용단 <홀춤 III-홀춤과 겹춤>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한량무를 바탕으로 선비의 멋과 흥을 몸짓으로 그려낸 남성 2인무다. 풍류와 젊음을 만끽하는 두 선비의 모습을 통해 젊은 무용수의 유쾌하고 자유로운 춤사위를 보여준다.

2023 <새날>의 대미는 ‘태’(안무 박재순)가 장식한다. 역동적인 북의 울림으로 땅에 뿌리를 둔 인간의 내재한 기운을 표현한 작품이다. 승전고⸱소북⸱향발⸱다듬이 등 다양한 타악기의 울림과 무용수의 절제된 동작으로 웅장한 군무가 관전 포인트다.

국립무용단 <새날>은 내년 1월 20일부터 24일까지 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

▲《2023 점프 프로젝트》 전시작, 빅터조, 체개바라, 2022
▲《2023 점프 프로젝트》 전시작, 빅터조, 체개바라, 2022 (사진=서울시 제공)

‘토끼’의 활기로 희망을 말하는, 《2023 점프 프로젝트》 야외 조각 전

서울대공원 만남의 광장에서는 지난 26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두 달 간 《2023 점프 프로젝트》 야외 전시를 선보인다. 계묘년을 앞두고 창작된 토끼 조형작품 23점이 전시되며, 토끼처럼 높이 도약하고 희망찬 2023년을 맞이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다.

전시 작품은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지도교수 김성복) 작가들이 출품했다.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23팀의 작가들은 각자의 해석으로 토끼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재미있는 상상을 더했다. 각각의 토끼 작품은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희망차고 보다 나은 새해를 기원하는 공통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 씨앗처럼 퍼지는 원대한 꿈, 불가능한 꿈을 이루기 위한 도약 등 성장하고 더 높이 날아오르는 희망의 메시지 등이다.

또한 새해를 맞이하며 서울대공원 입구에는 공공미술 작품 2점이 전시된다. 김래환 작가의 <나들이>, 이호준 작가의 <접어 만든 사자와 아이> 2점이다. 발걸음을 크게 내딛고, 높은 곳을 바라보는 작품으로 더 멀리 그리고 더 높이 함께 나아가는 의미를 전한다.

작품 <나들이>는 서울대공원으로 소풍 가는 설렘의 발걸음을 표현했으며, 종이접기 형식의 철조작품 <접어 만든 사자와 아이>는 사자와 아이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형상으로 동물과의 동행 가치를 전한다.

▲《새해, 토끼 왔네!》 전시작, 토끼와 거북이 목각인형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전통문화 속 ‘토끼’의 의미 찾아보는 《새해, 토끼 왔네!》 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은 2023년 계묘년 토끼해를 맞이해 지난 14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새해, 토끼 왔네!》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옛사람들이 토끼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했는지 살펴보며, 지금 우리 곁에 토끼는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탐구해보는 자리로 펼쳐진다. 토끼하면 떠오르는 판소리 『수궁가(水宮歌)』의 한 장면을 묘사한 <토끼와 자라 목각인형> 및 두 마리 토끼가 정답게 그려진 조선시대 민화 <쌍토도(雙兔圖)> 등 관련 전시자료 70여 점을 선보인다.

사실 한국에서 서식하던 토끼는 멧토끼로 회색, 갈색 털을 가지고 있다. 지금 시대에 흔히 떠올리는 흰색 털의 토끼는 색소결핍증[Albino] 토끼이거나 20세기 전반에 수입된 외래종이다. 그래서 옛날 조상들은 가끔씩 보이는 흰색 토끼를 보고 신기한 마음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 “토끼는 1천 년을 사는데 5백 년이 되면 털이 희게 변한다고 한다(兔壽千歲 五百歲毛變白)”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는 흰 토끼에 장수의 의미를 불어 넣은 것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회화 <화조영모도>에 등장하는 토끼가 흰색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네 조상들은 여러 설화를 통해 토끼를 꾀 많은 동물로 표현하곤 했다. 실제로 토끼의 지능은 50으로 호랑이(45), 거북이(20)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한다. 토끼는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사는데 신기하게도 굴을 한 개가 아니라 세 개 이상 파는 습성이 있다. 이를 보고 조상들은 토끼의 습성에 ‘꾀쟁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설화에서는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위기에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하는 영민한 동물로 묘사하며, 판소리 『수궁가』와 한글소설 『별주부전(鼈主簿傳)』에서는 부패한 권력을 풍자하는 지혜로운 서민의 대변자로 나온다.

전시는 전통 토끼의 이미지를 모두 살펴본 뒤 지금 시대의 이미지로까지 시각을 옮겨본다. 박물관은 2022년 발표된 논문 「유아와 성인의 동물 인지도, 선호도, 상징성에 대한 인식 분석」을 제시하며,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에게 친숙하고 호감 가는 동물로 인식되고 있음을 짚는다. 전시 후반부 박물관은 『수궁가』를 본문에 담은 교과서, 마시마로부터 최고심까지 다양한 캐릭터 상품 등으로 동시대의 ‘토끼’ 이미지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