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야간경관 힐링명소, 생태공원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야간경관 힐링명소, 생태공원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3.01.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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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서울시에서 지역주민의 행복수준에 어떠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시민은 인구밀도가 낮고, 보행환경이 좋으며 일인당 공원면적이 넓고 -서울시의 1인당 공원면적은 약 5평 정도 라고 한다. - 녹지만족도가 높을수록 행복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다.

또, 한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이상적인 미래 도시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속도와 편리를 가져다 주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가치보다는 삶의 가치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아날로그적 환경에서 행복감을 느껴 공원, 강변, 숲과 같은 녹지공간이 많은 환경친화도시를 가장 이상적으로 꼽앗다고 한다. 사람들은 상업의 중심, 소비의 공간인 도시로 몰려들면서도 자연과의 분리에 대한 불안감을 마음에 품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최초의 현대도시의 공원,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1858년 맨해튼의 급격한 도시화로 오염과 공해 등으로 사람들의 생활환경의 질이 저하되면서 공원녹지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도시의 중앙에 조성되었고, 현재까지 맨해튼 및 인근 지역 사람들이 여가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가 되고 있다.

이렇게 도시의 공원은 녹지를 담아 공해나 재해를 막는 오픈스페이스로 시작하여 사람들이 걷고 모이는 장소였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 삶의 질을 높여주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대화의 광장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최근 환경에 대한 중요성, 사람과 자연의 지속가능한 공존이 강조되면서 생태공원이라는 도시공원의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지자체 별로 생태공원을 만드는 것이 인공적인 녹지를 조성하여 공원을 만드는 것보다 예산도 덜 들고 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는 생태공원에 조명을 설치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고’, ‘안전하게’ 방문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속 가능 위해 매우 제한적이고

세심한 조명계획 잊지 말아야

 

생태공원 ecological park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생태환경에 대한 주제로 관찰, 학습의 기능이 부여된 공원을 의미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인공적인 부분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변형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여 만든 공원으로 그 뜻이 달리 쓰이고 있다. 즉, 생태공원이라고 이름을 붙일 때에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요소를 유지한다는 약속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빛은 식물의 생장에 없으면 안되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인공조명에 대하여 늘 적대적이다.

그 이유는 동식물의 생태계에 해를 끼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인공조명 때문에 들깨의 수확량이 줄었어요‘

‘새들의 이동과 번식에 혼란을 주어요’

‘바다 거북이 암컷만 태어나요’

이런 이유로 자연, 생태와 만나는 접점의 조명계획은 그야말로 아주 조심스럽게 계획되어진다. 필요로 하는 빛의 양, 밝기가 필요한 면의 크기 만큼 조사 범위를 정하고 스마트라이팅 시스템을 도입하여 특별히 인공조명이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 오프되도록 운영계획도 수립한다.

한강의 노들섬 조명이 반쪽만 설치된 이유 그리고 서울식물원이 더 이상 밝아질 수 없고 어둡게 남겨진 곳이 생긴 이유가 ‘생태’에 대한 인공조명의 해를 최소화해야 했었기 때문이다.

공원의 새로운 바람 생태공원은 그 어떤 주제의 도시공원보다 인공조명에 대한 신중한 계획이 필요한 곳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인공조명을 배제하고 밤에 ‘자연이 쉴 수 있도록’ 사람의 발길도, 소음도 막는 것일 수 있겠다. 하지만 현대 도시 사람들의 유일한 여가 시간, ‘밤’에 사용해야한다면 ‘최소한’의 빛이 ‘안전’이던 ‘볼거리’던, 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계획되어져야 한다.

‘볼거리’ 측면에서 네덜란드의 아티스트 그룹 루즈가르드 ROOSEGAARDEGROW는 프로젝트 GROW는 생태와 인공조명의 이상적인 관계에 대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은 6000평의 부추밭을 적색, 파란색 레이져로 비추어 바람에 흔들리는 부추는 ‘춤추는 빛’으로 보여진다. 이것은 조명레시피 LIGHT RECIPE라고 부르며 적색, 파란색 그리고 적외선 스펙트럼의 빛에너지가 식물(부추) 성장을 향상시키고 살충제 사용을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어 인공조명이 자연에 미치는 선한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했고 BioLumic (식물 광생물학)의 세계적인 전문가는 이것이 과학적 연구에 의해 뒷받침 되었다고 이야기 하였다.

인공조명과 생태계의 관계는 여전히 많은 의심이 남아 있고, 서로의 영향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연구가 필요하지만 당장 우리가 생태공원의 지속 가능을 위해 해야 할 것은 매우 제한적이고 세심한 조명계획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