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지속 가능한 ‘세계 속 K-컬처’, 문화예술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
[Special Interview]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지속 가능한 ‘세계 속 K-컬처’, 문화예술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
  •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김재성 사진기자
  • 승인 2023.01.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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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억압과 검열 압박은 현 정부 들어 현장 예술인 자율성 위축 우려
청와대, 역사적·공간적 가치 염두한 운영해야
문화예술 산업ㆍ경제적 기준으로 판단, 작품의 가치 평가절하로 이어져
법정 문화도시 사업, 지리적 권역 분배에서 벗어나 문화산업 연계 새 지도 필요
“50년째 유지 중인 ‘신문법’, 시대 변화 반영해 대폭 수정 필요”
농부·기술자처럼 예술인, 국민 삶에 중요한 부분 담당 노력과 예술 가치 높이 평가 위해 국회 최선 노력…자부심 가지길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김재성 사진기자]지난 몇 년간 한국 드라마, 영화, 가요, 클래식 등 K-컬처는 전 세계 대중문화 흐름을 선도하며 주류로 자리 잡았다. 한국 드라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흐름을 타고 단숨에 세계 방송 시장을 점령했고, 한국 영화는 칸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에 오르며 영화사에 새로운 이름을 새겼다. 방탄소년단(BTS)은 K팝 최전선에서 인기를 이끌고, 클래식 음악 부문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ㆍ임윤찬ㆍ이혁,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최하영 등이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한국을 빛냈다. 이밖에도 웹툰, 뮤지컬, 출판, 미술 등 각종 분야에서 한국인들이 활약하며 우리 문화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이러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문화예술 관련 예산이 전체 규모의 2% 선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문화예술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문화예술 분야를 다른 분야처럼 투자 가치적 관점으로 바라보니 ‘돈 되는 곳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며, 이는 결국 나라 전체의 문화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 경제 수준이 향상되고 여가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 사이 문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 ‘법정 문화도시’ 등 정부 차원의 다양한 사업이 시도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홍익표 위원장 ⓒ김재성 사진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홍익표 위원장 ⓒ김재성 사진기자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계획을 세우기 위해 달력을 펴면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게 바로 ‘빨간날’이다. 공휴일은 누구나 쉬는 날로 알지만 사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관공서 공휴일로 정해진 날이었다. 즉, 달력에 아무리 빨간색 표시가 되어 있더라도 일반 기업에 다니는 모든 노동자의 휴일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2021년 6월 29일 주말과 겹치는 모든 공휴일에 대체 공휴일을 적용하는 공휴일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휴식권이 법으로 보장 받게 됐다.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국민휴일법)’을 대표발의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홍익표(더불어민주당ㆍ서울 중구성동구갑) 위원장은 국회의원을 세 번 하는 동안 공휴일 관련 법 제도를 바꾸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홍 문체위원장이 여가와 휴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짧은 기간 내에 눈부신 외연적 경제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 국민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삶의 질과 균형 잡힌 일상”이라며, 이를 위해 “문화ㆍ예술ㆍ체육ㆍ관광 분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현저히 낮아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문화ㆍ예술ㆍ체육ㆍ관광 분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홍익표 문체위원장은, 국가의 문화예술 정책이 단기적은 목표 달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환경 조성에 있다고 말한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지난 6일, 전국을 바쁘게 누비며 문화ㆍ예술ㆍ체육ㆍ관광분야 현장의 목소리를 부지런히 경청하는 홍 문체위원장을 만나 현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해 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권이 바뀐 지 8개월이 지났는데,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중간 점검을 해본다면?

솔직한 의견을 전하자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문화예술체육 분야에 대한 구체적 방향성이나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야당이기 때문에 무조건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예술 분야는 여야 간에 대치되는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함께 만들어가야 할 분야인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소위 K-컬처라 불리며 해외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나라 문화예술은,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시장에서 ‘자립’한 결과들이다. 이에 반해 순수 예술이나 전통 예술 분야는 대중 예술처럼 스스로 굵직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공적 차원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는 디지털 전환의 영향으로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다. 대전환의 시기 앞에 예술인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문화체육관광부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비전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함께 정책이나 관련 사안을 논의한 적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현재 문체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와대 개방’인 것 같다. 그런데 청와대 개방은 실무적으로 이뤄지는 거지, 이 사안이 우리나라 문화예술체육관광의 청사진이나 이정표 역할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대중문화 예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며 순수 예술이나 전통 예술은 이러한 흐름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더욱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우려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이다. 물론 이 부분은 어떤 정부에서나 제기되던 지점이다. 권력을 가진 정부와 현장에서의 긴장 관계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다. 상대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나 소위 검열의 압박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현 정부 들어 현장 예술인들이 체감하는 자율성이 위축됨을 뜻한다. 윤석열차 사건을 비롯해 몇 가지 사례만 봐도 이러한 우려가 과민한 반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문화예술계는 박근혜 정부 때 블랙리스트라는 아픈 상처가 있기 때문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예술인들의 염려를, 문체부는 세심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전국을 누비며 문화, 체육, 관광을 아우르며 현장과 바쁘게 소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느낀 점은?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재성 사진기자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재성 사진기자

지난 3년간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예상보다 길고 가혹하게 헤집어 놨다. 특히 대중 예술 종사자들의 경우 공연 자체가 취소되거나 축소되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해

공연 관객 수도 줄고, 현장 인력 수가 급감하거나 심지어는 도산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와 더불어 비대면으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3년 사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다 보니,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완화됐음에도 공연 현장 관람 인원이 과거의 60% 정도밖에 미치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문화예술 분야도 디지털 대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에 기술적 측면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분야는 새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더불어 전통적 의미에서 벗어난 새로운 의미의 공연장, 예를 들면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의 세계까지 연결되는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ICT 환경은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공연 문화 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 우리는 뮤지컬, 영화 등 다른 나라의 새로운 문화와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지만, 이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뛰어난 역량을 갖춘 국내 문화예술인들이 세계 시장을 배경으로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K-컬처가 주목을 받으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지만,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도 여전히 좁혀야 할 격차가 크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부터 ‘법정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 5차 도시의 최종 선정만 남은 가운데, 해당 사업에 대한 평가를 내려 본다면?

지자체 스스로가 문화도시 조성 계획에 따라 공간도 구성하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콘텐츠 제작도 하고 관련 인력 양성 등을 해서 5년간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시민 밀착형인 동시에 지역 밀착형인 문화 정책으로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한 번 정도는 실적을 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2018년 추진 계획 발표 이후 지금까지 24개 법정 도시가 지정됐다. 지정 도시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지정된 도시의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문화도시를 기업에 비유해보면,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벌크업도 중요하다. 정부 입장에선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다 보니 몇 군데에 집중하는 것보다 나눠 주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방식이 나쁜 건 아니지만, 어떤 면에선 굉장히 공급자 중심의 방식임은 분명하다. 형평성만 고려하다 보니 일률적으로 5년 단위로 지원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 지원이 끝난 5년 후에도 문화도시가 지속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함께 평가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우리 서울문화투데이에서 지난 연말부터 특별기획으로 집중적으로 다룬 문화도시와 관련한 질문이다. 지난달 8일 문체부에서는 기존의 문화도시 사업성과를 2단계 문화도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문화도시 2.0 정책’을 발표했다. 기존의 사업이 시민 거버넌스 위주였다면, 바뀐 정책은 문화 관광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새 정부의 새 정책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새로 발표된 문화도시 2.0 계획에 따르면 전국이 광역별 권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는 기존의 관성에 머무르는 아날로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요즘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거리의 제한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행정구역, 지리적 편의성에 의해 권역을 나누는 것보다 문화산업의 유기성, 연계성에 따라 지도를 다시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러한 방식이 각 지자체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끌어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올해 문체부 예산은 6조 7,408억 원이다. 이중 청와대 복합 공간 조성(104억 원) 및 사랑채 운영ㆍ개보수(60억 원) 예산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5월 청와대가 개방된 후 다양한 공연 및 전시가 열리고 있지만, 개방 초기 준비와 운영 미흡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청와대가 국민을 위한 공간이 되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된 이후 문체부 장관과 문화재청장, 청와대 관계 수석에게 ‘국민에게 청와대를 돌려주겠다는 소기의 성과는 거뒀으니, 12월부터 2월 말 정도까지 문을 닫고 재점검을 거친 후 시설을 보완해 봄에 다시 개방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하는 부분을 권고한 바 있다. 물론 전혀 반영되지 않았지만.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대통령실을 이전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소가 갖는 문화적, 역사적 중요성과 가치를 반영해 열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점을 갖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 개방을 두고 창경원을 언급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창경원은 일제가 조선 왕실에 대한 권위를 허물어뜨리기 위해 만든 위락시설이다. 청와대는 과거 조선과 현재 대한민국을 잇는 역사와 문화의 공간으로 보호해야만 하는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지금의 활용 방식은 너무 무분별하다. 

공간에 대한 철학이나 관점이 부재하다 보니, 이곳에서 진행되는 행사 역시 중구난방이다. 무조건 근엄하고 엄숙하게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공간은 (독재 권력이었던 때를 제외하면) 국민이 선출한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가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대한민국 영욕의 역사를 함께한 굉장히 중요한 이 장소의 가치가 단순한 관광지로 훼손되게 두어선 안 된다. 하지만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방된 터라, 이를 보존할 법적 근거 등은 당연히 마련되지 않았다. 청와대 개방 후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중요한 기능을 하던 내부 공간의 가치 상실이었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모여 국무회의를 하던 공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대로 유지했다면 국민들이 현장을 보면서 정부 조직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나아가,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공약에 따라 ‘당선자의 권한’으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했다. 그런데 만약 다음 대통령이 용산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면? 지금으로썬 이를 제지할 법안이 없다. 대통령실은 단순 직무 공간이 아닌 국가 상징 건물이다. 때문에 이전은 역사ㆍ문화적 가치 문제를 넘어 이전 비용, 안보 공백, 출퇴근길 통제, 경호 등 부수적인 문제가 많이 뒤따르는 사안이다. 매 정권 대통령실의 거취를 논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전가할 계획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문체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한예종 석ㆍ박사 학위 수여를 두고 ‘학벌주의 강화’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국내에서 뛰어난 예술적 기량을 가진 학생들이 석사 학위를 인정받지 못해 해외 교류 등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한예종 설치법’에 대한 구체적 생각을 듣고 싶다. 

이 법안에 대해 위원장 입장으로 찬반 의견을 밝히면 또 다른 논란이 될 것 같아 상당히 조심스럽다.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근본적으로 문화예술계에 특히 만연한 학맥 또는 학력주의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력을 얻기까지의 노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노력의 대가가 학력인 거지 이것이 만능 키가 돼서는 안 되지 않나.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데도 박사학위 소유자가 더 대접받는 현 상황을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다. 

한예종의 설립 목적은 학력주의를 넘어, 천재적인 창의성에 기초한 학교를 운영하고자 함이었다. 그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정하게 노력한 만큼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완할 거냐 하는 숙제는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 이 문제는 한예종의 입장과 다른 예술대학의 입장을 균형 있게 들으며 공동의 해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문화예술을 공부하고 꿈을 이뤄나갈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그들이 예술적 역량을 펼치는 것이다. 한예종의 미래를 놓고 어느 길로 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소중한 인재들이 더 빛날 수 있게 제도적으로,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함께 소통하고 노력하겠다.

지난해 키아프, 프리즈 공동 개최 등 한국 미술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22년 미술 시장 매출액 1조원 돌파도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법·제도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1년부터 국회에 계류 중인 <미술진흥법> 제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올해에는 <미술진흥법> 제정을 위한 공론의 장이 마련될 수 있을까?  

2월 중으로는 법이 다뤄질 수 있을 것 같다. 파악한 바로는 여야 간 의견 차이는 없다. 다른 예술 분야에 대해서는 진흥법이 마련돼 있는데 미술 분야만 빠져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예술 분야가 그렇듯, 미술계 역시 성공한 몇몇 소수 예술가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척박한 환경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미술 진흥법을 통해 조금 더 지원할 수 있고, 창작ㆍ유통 등 각종 미술계 전반에 대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싶다. 2월 논의를 거친 후 심사과정에서 보완이 이뤄진다면, 3월 안으로는 통과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재성 사진기자

문화 복지가 대두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최근에 앵거스 디턴의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책을 읽었다. 대부분의 OECD 국가 국민들의 자연적 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약물 중독과 알코올성 질환 그리고 자살로 인한 사망률을 도리어 높아지고 있다. 저자는 이것의 직접적인 요인은 빈곤이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관계의 단절이라 말한다. 내가 소관하고 있는 문화ㆍ예술ㆍ체육ㆍ관광이 관계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복지라 하면 경제적 복지, 현금성 복지만 생각하는데 사실 비현금성, 정신적 복지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누구나 영화, 연극,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실존적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문화격차 완화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문화 바우처 시스템, 문화누리카드는 지난해 기준 1인당 연간 11만 원을 지원했는데 분야와 예산을 확대 지원할 필요를 느낀다.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가가 우선 전제되어야 한다. 문화도시 사업 등 수도권과 지방 간의 문화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인프라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그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나타나지만, 그 격차를 키우는 것은 문화예술 인프라이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수도권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구직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이는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한 접근성의 문제이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국민이 수도권 문화 인프라에만 의존하게 놔둬선 안 된다. 모든 중소도시에 문화예술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문화 메카도시를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도권에서처럼 지방에서도 1년 내내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확충되어야 한다. 심지어 이러한 공간은 수도권에서도 많이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지금 공간적으로 매우 제한돼 있다. 이는 문화 소비자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의 공연 무대, 전시 공간 마련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법정 문화도시 지정 사례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보다 문화 거점도시가 정말 거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벌크업  단계를 위한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이 결국엔 돈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충분한 예산이 주어진다면 해결될 문제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 다른 분야와 동일선상에 놓고 투자 가치, 수익성으로 예산이 분배되는 현실이 문화예술의 발전을 더욱 더디게 만드는 게 아닐까? 

선진국의 문화예술 관련 예산이 전체의 최소 2% 선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관련 예산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올해 전체 예산이 638조 7,000억 원인데 여기서 2%라면 13조 정도인데, 이번 문체부 예산은 6조 7,408억 원이다. 이 예산에는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체육, 관광, 종교가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 열악한 환경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한 번에 많은 증액이 어렵다면 단계적으로라도 늘려나갈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 

지금의 방식에서 벗어나 예산을 재분배해줄 필요하다고 느낀다. 예산균형위원회 같은 기관을 만들어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배정된 부처 및 기관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시 검토 기준에 따라 예산이 필요한 곳으로 분산해 주는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으로 보인다.

정말 필요하다. 문화예술과 더불어 (고등)교육, 공공 외교 등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곳들이 많다. 나눠먹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편성된 경우를 찾아, 국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인적 자원에 투자할 수 있는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발의했던 법안 가운데 가장 보람을 느낀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국민휴일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15년 처음 발의된 ‘국민휴일법’은 말 그대로 국민의 휴일을 법률로 보장하는 법안이며, 대체휴일법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이 법이 통과됨에 따라 공휴일이나 주말과 겹치는 모든 공휴일에 대해 주말 이후의 첫 번째 평일을 대체공휴일로 정한다. 이전까지는 추석과 설, 어린이날에만 대체휴일을 적용했지만 해당 법 제정 이후 모든 공휴일로 확대됐다. 국회의원을 세 번 하는 동안 공휴일 관련 법 제도를 바꾸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동안 법 개정으로 추진하던 내용의 대부분은 수정이 됐지만, 아직도 도입이 안 된 부분이 있다. 앞으로도 추가 법안 발의를 통해 국민의 휴식이 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여가와 휴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국민의 기본 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노동 시간과 물자, 에너지를 투입해 생산성을 늘리는 외연적 경제 성장이 필요한 시기는 90년대쯤 끝난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효율성과 삶의 질, 균형 잡힌 일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문화ㆍ예술ㆍ체육ㆍ관광 분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이 생계가 아닌 다른 분야에 접근할 수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국가에서 도와야 한다. 

10년 가까이 추진하고 있는 제도 개선은 비단 휴식권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는 휴식권 확대를 넘어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OECD 회원국의 대부분은 이미 요일제 공휴일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공휴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소비 진작과 내수시장 활성화 다양한 산업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재성 사진기자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재성 사진기자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나, 국가의 법제도는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문 구독 지원 사업 등 매년 이뤄지고 있는 여러 사업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일간지와 메이저 언론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화강국이라 외치면서, 정작 문화매체를 양성해야 할 문체부에서 본지를 비롯한 문화예술 매체에 소홀한 정책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행 신문법은 만들어진 지 50년이 넘었다. 점차 미디어 환경이 과거 종이 신문에서 디지털ㆍ영상ㆍ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과 독자들의 관심사가 다양해진다는 점을 고려해 신문법도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적하신 바와 같이, 언론진흥재단의 임원진부터 주요 일간지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전문 매체나 인터넷 언론사는 상대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매체 간의 균형 있고 합리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 관련 법안들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현장에서 묵묵히 작업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지난해 2023년 예산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계에서 원하시던 숙원 사업들이 대부분 누락됐다. 문체위에서 최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예산을 확보해보려 노력했으나, 경제 논리에 가로막혀 국회 예결위와 기재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문화예술을 그 자체의 가치로 바라봐 주기보다, 산업적ㆍ경제적 측면으로 평가한다. 수많은 문화예술인과 그들의 작품을 소홀히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 여러분이 부족해서가 아니니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부, 산업 현장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자처럼 예술인은 대한민국 국민의 삶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여러분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예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국회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