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풍자 전시’ 새벽 2시 기습철거, 철거과정 중 작품 훼손 있어
‘尹정부 풍자 전시’ 새벽 2시 기습철거, 철거과정 중 작품 훼손 있어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1.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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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문화예술 좌지우지, 권력 오만함 느껴져”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등 논란 심화
‘풍자’… 권력이 괴로울 때 의미 있는 것
철거된 전시, ‘벙커1’서 오는 2월 9일까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9일부터 13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2023 굿, 바이전 인 서울》이 국회 사무처에 의해 기습 철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사무처의 철거 과정 중 김성심 작가의 설치 미술 한 점은 파손되기도 해, ‘예술’을 대하는 국회사무처의 의식수준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23 굿, 바이전 인 서울》에선 현 정권을 풍자하는 작품이 전시 될 예정이었다.

▲《2023 굿, 바이전 인 서울》 전시작, 이구영 作 (사진=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제공)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경일 상명대 교수는 “정치권력이 문화예술을 좌지우지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여기는 태도에서 오만함과 황당함이 느껴진다”라며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닷새간 개최될 예정이었던 《2023 굿, 바이전 인 서울》은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에서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김승원, 김영배, 김용민, 양이원영, 유정주, 이수진, 장경태, 최강욱, 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 민형배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이 공동주관했다.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전시를 위해 국회사무처와 계속 소통하고 전시허가를 받은 상황이었다. 사무처 쪽에서 전시 작품을 먼저 보여 달라고 해서, 전시작의 일부는 미리 공개하기도 했다.

▲《2023 굿, 바이전 인 서울》 전시작, 고경일 作 (사진=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제공)

국회사무처의 전시 기습 철거는 1월 9일 새벽 2시경 이뤄졌다. 이는 전시 시작 하루 전인 8일 일요일에 국회사무처가 민형배(무소속)의원 사무실로 공문을 들고 찾아온 지 약 7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고 교수는 “작가들은 8일 오전부터 전시장에서 작품을 설치하고, 오후 4시경 모두 전시장을 떠난 상황이었다. 작가들 중에는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오후 7시경 민형배(무소속)의원 사무실로 국회 사무처에서 공문을 직접 들고 와 8일 밤 10시까지 전시를 자진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그게 11시, 12시로 미뤄졌고 결국 새벽 2시에 사무처 쪽에서 철거를 강행했다. 작가들은 이미 전시장을 떠나 있었고, 지방으로 내려간 작가들은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무처는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내규’ 제6조 및 제7조에 의거해 전시 철거를 요청했다. 이 내규 중 이번 《굿바이》전이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된다고 본 것이다.

▲《2023 굿, 바이전 인 서울》 전시작, 박재동 作 (사진=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제공)

기습적으로 전시를 철거당한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과 국회사무처의 사과, 법적인 책임을 촉구했다. 전시를 공동주최한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에서도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회사무처에선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여당에선 《굿바이》전을 ‘저질전시회’로 규정하고,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으로 “철거된 전시는 정치 풍자의 수준을 넘은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모독이다. 저질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민주당 의원들의 처신도 한심하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고 교수는 이번 기습 철거 사건에 대한 침통한 심정을 드러내며, 전시장에 의도했던 모든 기획들이 파손됐다는 점에 깊은 절망을 표했다. 고 교수는 “전시라는 것은 단순히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공간을 기획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라며 “30여 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언론권력-사법권력-정치권력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주려 했고, 이러한 권력들이 우리 일상에 은밀하게 파고 들어와 있는 상황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사무처의 철거로 모두 다 망가져버렸다”라고 말했다.

▲《2023 굿, 바이전 인 서울》 전시작, 레오다브 作 (사진=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제공)

또한, 고 교수는 풍자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풍자화’란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작품이어야 하고, 이런 ‘풍자화’를 통해 권력층이 힘들고 괴로울 때 작품이 가진 의의가 더욱 선명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고 교수는 기자 회견은 통해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만평과 풍자도 무서워하는 허약한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 슬프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있다.

기습 철거된 전시는 현재 벙커1(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20)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11일 시작해 오는 2월 9일까지 개최된다. 《2023 굿, 바이전 인 서울-망명작가》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찾아온 전시는 작가들의 풍자와 해학이 담겨있다. 전시 기간 중에는 작가들이 전시 공간에 머물며 관람객과 소통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2023 굿, 바이전 인 서울》 전시작, 오뎅 作 (사진=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제공)

한편, 《굿바이》전에 전시될 예정이었던 작품들은 현재 온라인과 SNS 상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고야 작품을 모티프 삼은 윤 대통령 부부가 거대한 거인으로 등장하는 이구영 작가의 작품, 영화 『헤어질 결심』 포스터를 패러디한 작품 오뎅 작가의 ‘해먹을 결심’ 등이 주목 받고 있다.

고 교수는 “대중들이 작품에 관심을 갖고 많이 공유하며 봐주는 것은 작가로서 감사한 일이다”라며 “작품에 대한 해석은 권력이 하는 것이 아닌 시민들의 몫이다. 벙커1에서 전시를 열게 되긴 했지만, 과격 보수 단체의 반대도 걱정된다. 시민들이 많이 와서 봐주길 바란다”라는 뜻을 표했다.


<《2023 굿, 바이전 인 서울-망명작가》참여 작가>

김종도 김동범 김서경 김성심 김운성 노호룡 고경일 문태연 민정진 박찬우 양동규 양미경 오종선 유준 이구영 정세학 박재동 이수진 이정헌 이하 이화섭 전종원 정민주 최인수 정삼선 정용성 조아진 주홍 아트만두 Leodav Ymi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