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삶”…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28개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삶”…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1.1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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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뮤지컬·연극·오페라 등 6개 장르 28개 작품 선정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무대를 통해 미래를 이야기하는 6개 장르 28개 작품이 관객들과 만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주관의 우수 신작 발굴을 위한 지원사업 ‘2022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작품들이 1월과 2월 관객들을 찾는다. 전통예술 <판소리 쑛스토리 – 모파상 篇>, 뮤지컬 <앨리스>, 연극 <빵야>, 연극 <노스체>, 뮤지컬 <다이스>,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이 연이어 신작 무대에 오르며 장르별 신선함을 전할 예정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여섯 작품은 다채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시대와 삶을 바라보고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전통예술, 박인혜 ‘모파상 篇’

외국 작가의 단편소설이 우리의 판소리로 다시 태어난다. 1월 27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전통예술 <판소리 쑛스토리 – 모파상 篇>은 단편소설이 가진 간결함과 형식미가 판소리 '대목' 양식과 공통점을 갖는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단편소설 시리즈' 중 첫 번째 작업이다. 작품은 프랑스 대표 작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의 1880년대 단편소설 <보석>, <콧수염>, <비곗덩어리>를 각기 다른 컨셉의 1인극으로 공연하고, 모파상이 던졌던 인간에 관한 질문이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한다. 

각색, 연출, 작창을 맡은 박인혜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모파상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섬세하고 날카로운 관찰은 물론 허를 찌르는 섬세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속물근성, 작은 키워드에서 펼쳐지는 확장력, 전쟁 속에서 드러나는 본능과 충동, 삶의 어두운 부분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건강한 생동감을 무대 위에 그려낼 예정이다. 

오는 1월 28일부터 2월 26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뮤지컬 <앨리스>가 첫 선을 보인다. 실제 나이 17살, 정신연령 5살인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소녀 나영이가 주인공이다. 작품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곧 어른이 되어 아빠와 이별을 해야 하는 나영이 자신의 친구 토끼 인형에게 '아빠와 이별하지 않고 평생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묻고 토끼가 이야기해 주는 이상한 나라로 모험을 떠나며 시작된다. 나영이의 집을 중심으로 놀이터의 회전 기구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나영이의 시선으로 그린 일러스트가 영상으로 구현되어 몰입도를 높인다. 관객들은 나영이의 눈에 비치는 세상을 따라가며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다. 

윤상원 연출은 “이상한 나라는 동화 속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극의 주인공인 나영이는 소리와 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라고 소개하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송되기 전부터 작업해왔다. (드라마의) 영향을 받을까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주)엠비제트컴퍼니의 연극 <빵야>가 무대에 오른다. 역사의 생생한 현장에 함께 있었지만, 거대한 흐름에서 이면으로 밀려나고 이야기 속에서도 지워진 '낡은 장총 한 자루'로 한국의 현대사를 풀어낸 작품이다. 단지 과거를 조망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자본과 필요’라는 피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생존 방식에 부딪히며 장총의 이야기를 ‘대형 드라마’로 집필하는 나나의 시선을 통해 역사를 ‘소비’하는 시대에 질문을 던진다. 

김은성 작가는 연극 작업에 앞서, 2020년 완성된 희곡의 일부를 인용해 지난해 서울오페라앙상블과 창작 오페라 <장총>을 만들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작품의 주요 소재인 ‘장총’을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상징하는 참담하고 비극적인 몸체라고 설명했다. 장총이 놓여 있던 소품창고를 무대의 주요 컨셉으로 활용하여, 장총의 소유주였던 여러 캐릭터들이 사연이 담긴 소품과 함께 등장할 예정이다. 대학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태형이 연출을 맡았고, 하성광, 문태유, 이진희, 정운선, 오대석, 이상은, 김세환, 김지혜, 진초록, 송영미, 최정우가 출연한다. 1월 31일부터 2월 26일까지 LG 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공연한다. 

프로젝트집단 세사람의 연극 <노스체>는 원전 폭발 이후 사고 중심지로부터 수십 km 떨어진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수의 사람들이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이곳에 어느 날 재난로봇 노스체가 들어온다. 또 관광으로 폭발지 중심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은 사진작가 필과 오랫동안 마을을 떠나 있었던 연이 마을로 돌아오며 마을 사람들 사이에 작은 파동이 생긴다. 

작품은 재난이 지나간 자리에 놓인 재난이 만들어낸 산물을 주목한다. 그 산물은 한순간에 죽은 땅이 된 이 마을이기도, 구역 안에 사람이기도, 구역에 파견된 노스체이기도 한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대신해 희생될 누군가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은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재난 속에서 우리가 내디딜 수 있는 작은 걸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2월 3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

뮤지컬 <다이스>는 인류 최초의 주사위를 만든 소년을 다룬다. 기원전 1184년 트로이가 함락되고 종적을 감춘 도시 퀘베이아를 배경으로 운명을 규정짓고 억압하는 성벽을 넘어 진정한 자유를 찾아 나아가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10년간 이어진 트로이 전쟁 속에서 탄생한 주사위의 기원설에 상상을 더해 트로이 전쟁을 지켜본 가상의 국가에서 주사위(콘)를 두고 대립하는 소년과 지배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장우성 연출가는 “주사위의 결과값이 '신의 의지'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운명은 정해져 있는가? 만들어가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라고 전했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신탁 등 판타지적인 요소는 물론 지금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닮은 등장인물들, 팝과 락 장르로 구성된 현대적인 음악이 매력 요소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후일담이 21세기 서울을 배경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은 <피가로의 결혼>을 모티브로 하여 오늘날 현대인들의 부부관계, 남녀관계의 여러 단면을 비춘다. 이야기 구성과 음악에서 <피가로의 결혼>에서 모티브를 얻어 독특한 구성으로 새롭게 창작했고, 원곡의 일부 선율을 가져왔다. 작품은 네 사람의 등장인물을 통해 사랑에 대한 다층적인 의미를 전하려는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4인극 옴니버스 형식의 오페라로 드라마와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전통적인 조성음악 뿐 아니라 대중음악을 연상시키는 화음들, 온음음계, 다양한 형태의 불협화음 등 여러 가지 작곡 기법을 활용했다.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질문하는 동시에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인간과 삶에 대해 고찰한다. 2월 3일과 4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올해로 15년을 맞이한 ‘공연예술창작산실’은 기획부터 제작까지 공연예술 전 장르에 걸쳐 단계별(기획➝쇼케이스(무대화)➝본 공연) 연간 지원을 통해 우수 창작 작품을 발굴하는 예술위원회의 대표 지원사업이다. 지난 2022년 5월, 6개 장르(연극, 창작뮤지컬, 무용, 음악, 창작오페라, 전통예술)에서 총 28개 작품을 선정하였고, 선정작들은 오는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등에서 관객과 만나게 된다. 

‘2022 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티켓 예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장 홈페이지(http://theater.arko.or.kr)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