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윤순례, 소설 "여름 손님" 출간
소설가 윤순례, 소설 "여름 손님" 출간
  • 오형석 기자
  • 승인 2023.02.0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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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역사에 대한 기록

[서울문화투데이 오형석 기자]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소설 부문 신진예술가상, 오늘의작가상, 아르코문학상 수상 작가 윤순례의 세 번째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정박지를 잃고 경계를 배회하는 존재들을 오랫동안 고요히 응시하고 그들의 삶을 포착해 소설로 되살리는 작업을 해온 소설가 윤순례, 그의 디아스포라 문학의 정수가 이번 소설집에 담겼는데.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에는 북한을 떠나 세계 각 나라로 흩어져 뿌리를 내리려는 탈북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일견 서로 다른 인물의 삶을 조명하고 있는 것 같은 여섯 편의 단편을 섬세히 들여다보면 얽히고 설킨 관계망이 뚜렷이 드러난다. 윤순례 작가는 이런 연작소설의 구조를 택하여 탈북의 고통이나 괴로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맺는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복원한다.

 

​태어난 곳을 떠나 타지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려는 이들의 역사는 쉽게 언어화되지 않는다. 탈북의 기억은 각자에게 다르게 기억되며, 그들이 겪는 지금 역시 서로 다르다. 그러나 그들의 과거는 늘 침묵 속에 머물러야 하고, 그들이 맺은 관계는 서로에게 낙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같은 고통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그들을 부끄러움이나 범죄와 친연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작가는 그들의 선택을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의 순간으로 가져온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침묵에 잠겨 있던 ‘사적인, 너무도 사적인’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북한에서 맺은 관계와 탈북을 위해 맺은 관계, 남한을 비롯한 새로운 정박지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심지어는 탈북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 그 모든 양상을 두루 꼼꼼히 살피면서, 작가는 하나의 점으로서 존재하는 탈북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씨실과 날실로 교차되어 함께 하나의 직물을 만드는 탈북민 이야기를 펼쳐냈다. 그렇게 이 소설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곁을, 그 침묵 속을 조명하며 바야흐로 우리가 인간 존엄성에 대해 성찰할 때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형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은 추천의 말을 통해 "여섯 편의 작품들에는 불안정한 삶의 그늘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탈북민들이 등장한다. 각자가 도달한 삶의 현실은 다를지라도 이따금 회고되는 기억의 파편들을 맞추어가다 보면 이들이 겪었던 처참한 삶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낯선 도시에서 이들은 주권 권력으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벌거벗은 생명’, 즉 호모 사케르(Homo sacer)로 살아야 했다. 작가는 이들에 대해 섣불리 연민과 동정을 보내거나 민족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트라우마로 각인된 등장인물들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탐사해나갈 뿐이다. 우리와 동시대의 이 세상 한구석에 비참하게 내팽개쳐진 존재들을 조명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윤순례 작가는 중편소설 〈여덟 색깔 무지개〉로 제18회 문예중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03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소설 부문 신진예술가상, 2005년 오늘의작가상, 2012년 아르코문학상을 수상했고, 장편소설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 《낙타의 뿔》, 소설집 《붉은 도마뱀》 《공중 그늘 집》을 출간했다. 2017년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 우수문학작품으로 소설집 《한여름 비치파라솔 안에서의 사랑법》이 선정되어 출간하였으며,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에서 중편소설 〈심장 아래 유리창〉이 대국민 감동 프로젝트 TOP 11에 선정되어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 누리집’에 게재되었다. 2016년에서 2018년까지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 교수로, 2019년에는 코스타리카 국립대학교 초빙 교수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