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Library]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공감과 위로의 예술
[Human Library]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공감과 위로의 예술
  • 독립기획자 김민진
  • 승인 2023.02.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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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해 위로를 받는 사람들

연극 스카팽은 유쾌함으로 관객에게 위로를 주었고, 방탄소년단은 수화를 활용한 안무를 통해 마스크로 상대의 입 모양을 파악하기 어려워 예술과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시각장애인에게 힘을 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관객들은 작품 밖의 서사를 통해서도 위로받는다.

2021년, Mnet에서 7개 댄스 크루가 생존 경쟁을 펼치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방영되었다. 하지만 관객들이 열광한 건 경쟁도 실력도 아닌 꿈에 대한 열정과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었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취업 경쟁을 뚫고도 우린 항상 방황한다. 어린 시절의 꿈을 마음속에 품으면서도 자신을 잃은 채 약자의 약자를 눌러가야 하는 경쟁사회에 짓눌려간다. 하지만 댄서들은 약자를 지목하는 순간에도 강자를 선택했다. 그들은 실패의 좌절이 아닌 실패를 통한 성장을 선택했고 비판을 수용한 다음, 다시 사람들에게 웃음을 보여줬다. ‘나는 이토록 간절했던 적이 있는가, 이토록 무언가를 즐기고, 울어보고, 부딪혀본 적이 있는가.’ 댄서들은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다시 한번 물음표를 던졌다. 

예술을 통해 위로를 주는 사람들

‘100세 시대’라는 말과 달리 정년퇴직 평균 연령은 51.7세로 직장은 더 이상 노후를 책임져 주지 않고,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대체 위기가 대두되며 사람들은 직장이 아닌 나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에 사람들은 예술로 자신을 정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술을 통해 나이, 신체, 성별의 한계를 넘어 ‘너도 할 수 있어’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아트위캔 소속의 발달장애인 팝 밴드 ‘그랑그랑’은 음악을 매개로 발달장애에 관한 편견을 깨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장벽을 허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거주 여성들로 구성된 '아줌마 EXP(Ajumma EXP)’팀은 파마머리, 선캡, 꽃무늬 의상과 같은 일명 ‘한국 아줌마스러운’ 모습으로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중년 여성을 응원한다. 더는 기존의 평균으로 자기 삶을 재단하고 판단할 수 없는 사회이다. 사회의 편견에 맞서고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이들을 통해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믿으라는 작은 위로들이 세상에 전해지고 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오늘날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IT서비스들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에만 노출되어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히기 쉽다. ‘노키즈존’, ‘노중년존’, ‘맘충’, ‘틀딱’. 확증편향은 나와 다른 집단을 거부하는 정서를 만들었고, 한 집단을 거부하는 정서가 차별적 단어를 만들었다. 나아가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많은 양의 정보가 빠르고 자극적인 형태로 확산하자 우린 경청하는 능력을 잃어갔다. 이는 문맥을 파악하고 의도를 추측하는 능력인 문해력의 감소라는 사회문제로도 번져나갔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SNS의 장점이 오히려 가짜 뉴스의 확산을 부추기고 나와 다른 이를 배척하는 계기로 발생한 것이다.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예술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참여를 기반으로 한 경험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성향과 예술의 사회적 영향력이 강조되며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관심 또한 늘어났다. 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 프로그램 ‘엔쿠엔트로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이 강조한 것처럼 함께 연주하기 위해서는 들어야 한다. 공동체 속에서 나를 이해하고 나와 다른 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귀 기울이는 태도는 하나의 예술, 나아가 하나의 사회를 만든다. 이처럼 앞으로의 예술은 기술적 측면을 강조하기보단, 복잡하고 다양한 개인들이 어울려 사는 공동체 속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