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포하우스, 지정연 개인전 개최
토포하우스, 지정연 개인전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2.02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 2전시실, 2.8~14
지난한 노동이 전하는, 내면의 우주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지를 말거나 꼬아서 캔버스에 촘촘하게 붙여 화폭의 바탕을 만들고 작업을 펼쳐나가는 지정연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토포하우스 제 3전시실에서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된다. 2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지정연, 화양연화-그때처럼 말갛게 웃는 날 다시 올까! (사진=토포하우스 제공)

지 작가의 작업은 아주 작은 원통 모양들을 화폭에 빼곡하게 채워 나가는 노동을 근간으로 한다. 이 행위를 통해 작품은 단순한 매체가 아니라 작가와 팽팽히 맞서는 대상이 된다. 또한, 지난하게 이뤄지는 손의 노동은 한지라는 매체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지정연, 하모니-이해와 포용으로 따듯하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사진=토포하우스 제공)

의도적으로 형태를 만들거나 색을 칠하기보다, 손의 스침으로 이뤄지는 색 작업은 매체와의 끝없는 씨름이다. 작가의 이 같은 노력은 ‘그 너머’의 스펙터클 속으로 보는 이를 이끈다. 미묘한 색감은 빛의 순수를 지향하는 듯 하고, 그 색과 노동의 빛은 우리를 각자의 우주 속으로 안내한다.

▲지정연, 바람이 묻는다!-길 잘못 들어서 본적이 있느냐고...
▲지정연, 바람이 묻는다!-길 잘못 들어서 본적이 있느냐고...(사진=토포하우스 제공)

김웅기 미술비평가는 <그리움을 위한 수행 (Performance for Nostalgia)>이라는 글을 통해, 지 작가가 한지를 통해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과정을 돌아보며 ‘그리움’이라는 키워드를 짚는다. 김 비평가는 “비선형적이고 우연적이며 임의적인 의미의 세계를 예술가는 울퉁불퉁하고 촘촘하게 만들어낸다. 그 세계 속에서 지정연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삶의 경험을 그리움으로 채우기 위해 시치프스적인 불굴의 노동을 예술의 이름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리워하기 위한 그리움이 그녀의 작품 속에 노동의 이름으로 꽉 차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김동주 건축가의 기획으로 완성됐다. 그는 건축가나 작가는 모두가 공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며, 지정연 작가의 작품은 이처럼 한옥이나 한지와 같은 전통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순히 그와 같은 전통의 영역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비구상을 통하여 현대적 관념이나 사조를 배척하지 않는 점이 무척 새로웠다고 말한다. 또한, 이 기획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지 작가의 진취적인 정신은 한옥을 주로 다루는 건축가인 나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소회를 전한다.

▲지정연, 바람은 대답한다!-잘못 들어선 발길에 새로운 길이 생긴다고...
▲지정연, 바람은 대답한다!-잘못 들어선 발길에 새로운 길이 생긴다고...(사진=토포하우스 제공)

지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한지는 내게 그리움이다. 붓이 아닌 손끝으로 빚어 수많은 점으로 가득 메우는 작업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라기보다 자기 성찰과 부족한 부분에 대한 수행과도 같다. 한지가 주는 동양의 철학적 이념을 바탕으로 서양의 비구상 회화로의 작업은 포착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시야를 열어 준다”라고 작품에 대해 말한다. 손으로 쌓아올린 노동의 시간이 예술의 영역으로 드러나 관람객에게 순수한 세계 경험할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