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현장과 현상 사이]연희공방 음마갱깽의 ‘절대목’
[윤중강의 현장과 현상 사이]연희공방 음마갱깽의 ‘절대목’
  •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23.02.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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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제극,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난다!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전통연희를 보면서, 웃는 일은 참 많다.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을 했다. 공연 후기를 보며, 많이 그랬던 걸 알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올린 ‘절대목’ (2. 3 ~ 5. 아르코예술극장소극장)은 매우 특이하다. 전통연희와 전통건축이 만난 작품이다. 

음마갱깽을 연희공방이라고 하듯이, 음마갱깽은 자신들의 작품에 필요한 도구들을 모두 직접 만든다. 음마갱깽의 공연은 연희극이면서도 거의 ‘오브제극’이다. 무대 위의 9인 (음대진, 방성혁, 김성대, 이주원, 서장호, 장우찬, 윤현진, 배정찬, 김용훈)은 작은 인형부터 장구통을 너무도 잘 다루면서 의미를 만들어간다. 

음대진과 김지훈은 작품의 바탕이 된 주역이다. 음대진이 만든 탈이나 소도구는 정교하다. 모양새에서 움직임까지, 더 많이 생각해서 만들어낸다. 김지훈은 연희꾼으로 시작해서 극작과 연출을 병행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연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잘 알고 실천한다. 중의법의 대사가 맛난다. 전통예술의 이해 정도에 따라서 ‘아는 만큼’ 더 깊게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대사가 돋보인다. 

음대진과 김지훈, 예인(藝人) 겸 장인(匠人)

‘절대목’의 대목(大木)이란 무엇일까? 목수의 높임말이자, 건축물을 잘 짓는 목수를 부르는 말이다. 집 짓는 일의 전 과정을 또한 말한다. 대목장(大木匠)은 국가무형문화재이다. 앞의 두 사람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교육원의 문화재 수리기능인 양성과정을 통해서 대목에 관해서 익혔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예인(藝人)이자 장인(匠人)인 셈이다. 

작품의 시작은 대패질이다. 큰 나무를 다듬는 대목의 마음으로 출발한다. 이 작품은 이렇게 성(聖)스럽지만, 풀어가는 방식은 잡(雜)스럽다. 연출의 언어를 가져오면서 ‘욕망과 번뇌’가 작품의 전반에 깔린 작품이다. 이런 과정이 ‘절을 짓는 과정’을 통해서 펼쳐진다. 그러니까 이 과정은 욕망과 번뇌와 싸우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이다. 

다른 측면으로 본다면, 이런 장면은 또 다른 ‘파계승놀이’였다. 전통연희의 파계승 과장에선 그를 오랫동안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왔더라면, ‘절대목’에선 절을 짓는 노동자로서의 파계승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 알게 모르게 대했던 파계승 또는 어떤 거부의 대상에 대한 참회를 이끌어 내준다. 그도 나도 욕망과 번뇌 사이에 존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많은 연희꾼이 작품을 만들 때, 연극이나 연극의 방식에서 가져오는 것들이 많다.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연희 아닌 것이 없다. 전통 인형극과 탈춤을 가져와서, 이 시대의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놀이로 풀어냈다. 일단 참 재밌다. 중간에 선문답과 같은 대사가 폐부를 찌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나무아미타불을 외치다가 그게 자연스럽게 ‘나무애비타불’로 연결한다는 점이다. 

절이 지어지는 과정 = 번뇌를 이겨내는 과정 = 깨달음에 도달하는 과정 

절을 짓는 과정에서 일단 땅을 고르는 ‘지경 다지기’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장구통 퍼포먼스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음마갱깽이 아니면 하기 어려웠다. 난이도가 높은 퍼포먼스를 통해서, ‘절이 지어지는 과정’과 ‘번뇌를 이겨내는 과정’이 병행 구조로 진행된다. 

특별한 대사가 없는 이런 장면을 통해서, 작품은 관객을 차츰차츰 끌어당긴다. 마지막 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미니어쳐로 만들어진 절과 역시 작은 모습으로 승려 모습의 인형(덜미)의 움직임이 음악과 함께 계속되는데, 그 과정 자체가 관객에게도 뭔가 번뇌를 잃고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대부분 관객은 이 반복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연희를 통해서도 품격있는 힐링이 가능함을 알려주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고 했던가. 음마갱깽의 ‘절대목’은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난다! 땅을 다지고 절을 세우는 그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과정은, 뭐라 한 마디로 단정하기 어렵다. 

우리의 욕망과 번뇌가 그렇듯이, 매우 복합적이다. 이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궁극적으론 누구에게나 힐링을 경험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