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이 시대 필요한 전통성의 현대적 활용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이 시대 필요한 전통성의 현대적 활용
  • 주재근 한양대 겸임교수
  • 승인 2023.02.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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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한양대 겸임교수
▲주재근 한양대 겸임교수

“현 시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전통성을 얼마나 잘 지키며 현대적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는 것”

30여년 전 일본을 오가면서 부러운 게 있었다. 일본 식당에서 흔히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현대화한 일본 전통음악에 전통공예 장식품, 그림 등 일본의 색채들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시대를 열며 정치·경제·문화 전 분야에 걸쳐 근대화를 이루었다. 일본은 근대화의 결과로 빠르게 경제부국으로 성장하면서 제국주의의 어둠의 길을 걷게 되었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서양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이 가련하게 보였고 바보스럽게 여겨졌다. 그러나 실상을 보니 우리보다 생활 곳곳에 자기의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고 있음에 더욱 부끄러웠다. 일본 스모는 우리의 씨름보다 훨씬 많은 인기가 있음을 NHK방송 중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의 현대 건축을 보면 자신들의 전통적인 건축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본을 대표하고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로 안도 타다오, 단게 겐조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본 전통성의 바탕위에 현대성을 가미한 건축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국립국악원 재직시 130석의 소규모 공연장인 ‘풍류사랑방’을 짓기 전 일본의 노가꾸(能樂) 공연장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노가꾸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통적인 가면 음악극이다. 일본 노가꾸의 공연장을 조사하면서 놀라웠던 것이 있었다. 노가꾸 공연장이 전국에 700여개가 넘고, 거의 대부분의 건축양식이 외관은 전통양식을 따르고 내부는 현대식으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국악전용극장이 10개도 안되고, 그나마 있는 건물은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을 느껴 볼 수도 없다.

일본 오사카에서 횡단 보도를 건널 때 나오는 신호음 중에는 일본의 전통음계인 요나누끼 단음계(라시도미파)로 된 선율이 있다. 일본대학에는 전통음악을 교육하는 곳이 동경예술대학 방악과(邦樂科) 밖에 없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 국악과가 설치된 대학은 20개가 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 전통음악에 집중되고 있다. 어느 때에 있어서 일본은 전통적 명분보다는 실용성에 무게를 더 두고 있고 우리나라는 실용성보다는 전통성에 비중을 더 두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이라는 가치를 새롭게 조망되면서 국민들에게 조금씩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고 박동진 판소리명창이 1980년대 후반 모 제약회상의 CF에 출현해 ‘제비몰러나간다. 제비후리러 나간다’ 하며 마지막 멘트로 ‘우리것은 소중한 것이여’라고 호소했던 시대에서 이제는 각종 다양한 광고에서 우리의 젊은 국악인들의 소리와 음악들이 활용되고 있다.

도쿄 지하철에 없는 것이 서울지하철에 있다. 지하철 환승 안내방송 배경음악이다.  일본 신간선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KTX에 있다. KTX 종착역 음악으로 기분 좋게 가야금 음악 ‘Happiness’를 들을 수 있다.

일본을 경제, 문화에서 한없이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어느 면에서는 우리가 더 앞선 것도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전통성을 얼마나 잘 지키며 현대적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