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시의 정원: Poetic Paradise》展…문학과 현대미술의 만남
전남도립미술관, 《시의 정원: Poetic Paradise》展…문학과 현대미술의 만남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2.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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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기념, 2.21~6.4
‘전남’을 중심으로 작가와 역사적 사건, 인류애적 공감 담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전남도립미술관에서 동시대 문학과 미술이 조우하는 기획전을 선보인다.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은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기념해 오는 21일부터 6월 4일까지 《시의 정원: Poetic Paradise》전을 개최한다.

▲임흥순, 백년여관, 2023, 2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사진, 설치, 가변크기, 전남도립미술관 제작지원
▲임흥순, 백년여관, 2023, 2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사진, 설치, 가변크기, 전남도립미술관 제작지원 (사진=전남 도립미술관 제공)

예로부터 ‘전남’은 한국 미술사 및 문학의 대가들을 배출해온 지역으로, 미술관은 ‘예향’ 전남의 특성을 기반으로 전시를 기획했다. 문학에서 영감을 얻은 이매리와 안유리의 미술작품, 전남의 소설가 정지아와 세계적인 미술작가 리밍웨이가 공동 창작한 작업, 그리고 여순사건을 비롯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임흥순 작가의 신작을 선보인다.

《시의 정원》은 사라진 말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안유리(1983~)의 영상 작업으로 문을 연다. 해남 출신의 고정희 시인의 「프라하의 봄 7:85년의 C형을 묵상함」과 더불어 일본의 구리하라 사다코, 폴란드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미국의 마야 안젤루의 시를 통해 작가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 개인이 체험하고 목격한 바를 어떻게 기록으로 남겼는지를 보여주며, 개별적인 지역을 넘어 세계 역사의 아픔을 다루고 인류애적인 공감을 구한다.

▲이매리, 지층의 시간 2020, 2020, 혼합재료, 350x650cm
▲이매리, 지층의 시간 2020, 2020, 혼합재료, 350x650cm (사진=전남 도립미술관 제공)

미술작가 이매리(1963~)는 인류의 탄생, 인간의 삶과 죽음, 민족과 국가의 생성과 소멸에 관해 작업한다. 성경과 에즈라 파운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금분으로 써 내려감으로써 문명과 인류에 의해 계속되는 장구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매리 작가는 강진 출신으로 목포대에서 수학한 전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다.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뉴욕·베이징·광저우·시에나·크레타 등을 종횡무진하며 활동하고 있다.

대만 작가 리밍웨이(1964~)는 영국 테이트모던,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유수 기관에서 전시를 개최한 작가다. ‘소통’과 ‘관계 맺기’를 키워드로 작업하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구례 출신 소설가 정지아와의 공동 작업을 공개한다.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널리 알려진 정지아는 리밍웨이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구례를 여행하며 작품 <The tourist(2023)>에 참여했다. 이와 더불어 리밍웨이는 자신의 대표작인 작품 <편지쓰기 프로젝트(1998-현재)>에 관객을 초대하며 저마다 가지고 있는 그리움과 노스탤지어를 예술로 어루만지는 계기를 제공한다.

▲리밍웨이, 편지쓰기 프로젝트, 1998-현재, 나무 부스, 편지지, 편지봉투, 각 290x170x231cm 총 3점 (Photo Courtesy of Davis Museum Wellesley College, photo by Anita Kan)
▲리밍웨이, 편지쓰기 프로젝트, 1998-현재, 나무 부스, 편지지, 편지봉투, 각 290x170x231cm 총 3점 (Photo Courtesy of Davis Museum Wellesley College, photo by Anita Kan) (사진=전남 도립미술관 제공)

마지막으로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영화감독이자 미술작가인 임흥순(1969~)은 이번 전시에서는 완도 출신 소설가 임철우의 『백년여관』에서 영감을 받은 동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신작은 전남도립미술관의 커미션워크로 제작된 것으로, 여순사건과 제주4·3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담은 영상과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지치고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치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안유리, 스틱스 심포니, 2022, 2채널 영상설치, 15분 51초
▲안유리, 스틱스 심포니, 2022, 2채널 영상설치, 15분 51초 (사진=전남 도립미술관 제공)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이 전시가 “문학과 현대 미술이 만난 시도로서, 각각의 작품에는 인간 존재에 깊은 고뇌, 사회 그리고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라며 “한 편의 시와 소설을 써 내려가듯 펼쳐낸 이 전시를 통하여 관객 모두가 공감과 희망을 노래하기를, 그리하여 ‘시적 파라다이스(근심 걱정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로 향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전시의 개막은 21일로 임흥순의 신작 연계 퍼포먼스가 함께 진행된다. 또한, 전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술적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아티스트 토크도 준비했다. 자세한 사항은 전남도립미술관 누리집(http://artmuseum.jeonnam.go.kr)과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