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청주관, 건물 외벽 ‘미디어 캔버스’ 구축…새로운 시대 전시 관람 방법 모색
MMCA 청주관, 건물 외벽 ‘미디어 캔버스’ 구축…새로운 시대 전시 관람 방법 모색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2.2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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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소장품 2점ㆍ박제성 미디어 작가 신작, 23일부터 공개
잠재적 미술 수요층에게 새로운 경험 기회 제공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미술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미술관을 스쳐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청주관 건물 외벽에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미디어 캔버스>를 구축하고 2월 23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박제성, Eyes of, Anamorphic 3D animation, Image Captioning AI, ChatGPT, 4분 40초, ⓒ정준택 (사진=MMCA 제공)
▲박제성, Eyes of, Anamorphic 3D animation, Image Captioning AI, ChatGPT, 4분 40초, ⓒ정준택 (사진=MMCA 제공)

청주관은 미술품수장센터의 특성을 강화하고 그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건물 외벽에 곡면 커브형 디지털 사이니지 〈미디어 캔버스〉를 구축했다. 청주의 주요 간선도로인 미술관 앞 오거리를 향해 제작됐고, 잠재적인 미술 수요층에게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미디어 캔버스> 설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미술관을 향유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실내 전시 관람 한계를 극복하면서, 관람객들이 건물 안으로 직접 들어오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옥외 전광판에 주목했다. 보다 많은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 공간의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다.

▲ 제니퍼 스타인캠프, 정물 3, 2019, 단채널 비디오, 1분 39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제니퍼 스타인캠프, 정물 3, 2019, 단채널 비디오, 1분 39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MMCA 제공)

디지털 사이니지나 미디어 파사드는 2000년대 초반 국내에 도입됐는데, 최근에는 건물 외벽에 미술작품을 송출하면서 비대면 시대의 효과적 전시공간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디어 캔버스〉역시 이러한 매체적 특성을 바탕으로 미술품수장센터가 가진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라는 역할과 상징을 강조할 수 있도록 개방형 전시 플랫폼으로 구축됐다.

〈미디어 캔버스〉는 신기술을 활용한 창작지원, 전시 공간의 확장 등 창작인들에게 새로운 시도와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문화소외 계층에 대한 미디어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등 디지털 공공미술 플랫폼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미디어 캔버스〉의 첫 전시작으로 미술관의 소장품 2점과 미디어 작가 박제성의 신작 2점이 2월과 3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박제성 작가의 신작 <Eyes of>(2022~2023)는 기술 발달로 인한 새로운 차원의 삶과 이를 바라보는 눈으로서의 미디어에 대한 동시대적 물음을 담고 있다. 이미지 캡셔닝(Image Captioning) 기술을 사용해 최근 뉴스의 특정 장면을 AI에게 해석하게 하고 이러한 기술적 과정에서 누락된 상황의 맥락과 의미를 질문하는 작업이다.

▲박준범, 들어가보지 못한 방, 2011, 3채널 비디오(연속재생), 6분 27초, 7분 3초, 6분 32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준범, 들어가보지 못한 방, 2011, 3채널 비디오(연속재생), 6분 27초, 7분 3초, 6분 32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MMCA 제공)

3월에 공개될 <8 hours>(2022~2023)는 표준 근로 시간 8시간 동안 춤추는 개체를 통해 춤을 추는 동안 쌓여가는 노동과 시간의 축적에 대해 다룬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 인간의 역할 변화는 무엇이며, 미디어 환경에서 노동과 시간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묻는 실험적 작품이다. 인공지능과 아나모픽 기술 등을 이용하여 제작되는 두 작품은 커브형 미디어 캔버스의 입체감을 통해 몰입도를 극대화할 것이다.

<미디어 캔버스〉는 창작자들에게도 실험적 매체가 되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제작, ChatGPT AI 기술 등 신기술을 활용한 국내외 작가들과의 협업 및 시민들과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참여형 작품을 제작해 작품 경험의 채널을 확대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디어 캔버스〉는 기술과 예술이 다양하게 결합된 작품이 표출되는 개방형 전시 플랫폼으로,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미술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미술관의 방대한 소장품과 첨단의 미술작품을 일상적으로 만남으로써 청주관이 열린 공간이자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