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특별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31점 국보ㆍ보물 포함한 조선백자 명품전
리움미술관 특별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31점 국보ㆍ보물 포함한 조선백자 명품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2.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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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만 주제로 한 특별전, 2.28~5.28
국내 8개 기관, 일본 6개 기관 협력…185점 백자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개최된다. 리움미술관이 2004년 개관이래 도자기만을 주제로 기획한 첫 특별전을 선보인다. 28일 개막해 5월 28일까지 열리는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이다.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1부전경
▲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1부 전시 전경 (사진=리움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조선백자 명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로, 국가지정문화재 59점 (국보18점, 보물 41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국보 10점, 보물 21점)과 일본에 소재한 수준급 백자 34점을 포함하여 총 185점을 선보인다.

특별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은 그간 조선 백자의 장식적 측면에 집중해 기획됐던 전시와 달리, 조선백자 안에 투영된 조선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함께 살펴보는 데에 힘을 실었다. 동시에 방대한 조선백자를 총괄해 소개하는 자리로 구성한다.

‘청화백자’에서 품격과 자기 수양의 의지를, ‘철화·동화백자’에서 곤궁함 속에서도 잃지 않는 굳센 마음을, ‘순백자’에서는 바름과 선함을 찾아 조선백자 안에 조선인이 이상적 인간상으로 여기던 ‘군자(君子)’의 풍모가 담겨있다는 해석을 더해 조선백자를 바라보는 새로운 감상법을 제안한다.

▲“1부. 절정, 조선백자” 전시작, 백자청화 매죽문 호 (사진=리움미술관 제공)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돼 다채로운 조선백자를 장식기법과 제작지역에 따라 간결하게 소개한다. “1부. 절정, 조선백자”는 국가지정문화재 31점과 그에 준하는 국내 백자 3점, 해외 소장 백자 8점 등 명품 백자 42점을 한 공간에서 선보이며, 이번 전시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조선 초기 청화백자 중에서도 당당한 형태와 화려한 그림 장식으로 널리 알려진 <백자청화 매죽문 호>(국보), 고려의 매병에서 조선의 호로 변해가는 과도기적 특징을 보여주는 <백자청화 홍치명 송죽문 호>(국보), 조선의 절제된 화려함과 창의적이고 진보적인 조형감각이 빚어낸 수작인 <백자청화철재동채 초충난국문 병>(국보), 생활의 미를 추구하며 티 없이 깨끗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백자 달항아리>(보물) 등을 만날 수 있다.

“2부. 청화백자”에선 하얀 바탕에 푸른색 안료로 장식한 청화백자에 나타나는 문양의 변화를 통해, 백자가 지닌 위엄과 품격, 그리고 새로운 영향에 의해 변모해가는 혁신의 면모를 보여준다. 높이 60cm가 넘는 크기로 현존하는 용이 그려진 항아리 중 가장 큰 크기인 <백자청화 운룡문 호>, 상상의 꽃인 보상화를 백자의 형태와 장식 공간에 맞추어 적절히 변형한 <백자청화 보상화당초문 잔받침> 등이 전시된다.

청화를 바탕으로 동 안료를 더한 <백자청화동채 모란문 호>는 화려함 속에서도 품격을 읽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민화의 대표적인 소재인 ‘까치와 호랑이’가 등장하는 <백자청화 송하호작문 호> 등으로 새로운 문양 소재와 형태가 도입되는 변화를 소개한다.

▲“2부. 청화백자” 전시작, 백자청화 송하호작문 호 (사진=리움미술관 제공)

“3부. 철화·동화백자”는 조선 중기에 일본, 중국과의 큰 전란으로 청화 안료의 수급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등장한 철화백자를 전시한다. 특유의 강렬함과 변화무쌍한 색 변화를 통해 독특한 미의 세계를 선보인다. 전해지는 중앙에서 만든 ‘백자철화 운룡문 호’ 중 최대 크기로 힘찬 용의 표현과 박력있는 구름이 인상적인 <백자철화 운룡문 호>, 꽃 모양을 빙글빙글 돌아가는 선으로 그리고 뒷면에 가지와 너른 잎들을 여백을 두고 표현하여 인상적인 <백자철화 초화문 호> 등은 청화백자와는 또 다른 품격을 선보인다.

동시에 지방에서 제작된 철화백자와 동화백자는 정겨우면서도 소박한 정취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아이들의 그림처럼 우스운 모습으로 용이 그려진 <백자철화 운룡문 호>는 중앙에서 만든 위엄있는 용 그림의 항아리와 비교돼 재미를 더한다.

“4부. 순백자”에선 흰 눈같이 맑고 청명하다가 우윳빛 같기도 하고 푸른빛이 반짝거리는 벽옥 같은 색을 선보이는 순백자의 고요하게 응축된 색을 만나 볼 수 있다.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백자 호>는 눈처럼 흰 빛깔로 단정하고 산뜻한 순백을 보여주고, 조선 후기의 <백자양각 연판문 병>은 몸체를 깎아 표현한 3중의 연꽃 잎과 음각선으로 표현한 잎맥의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 청초한 색과 하나가 되는 모습을 선보인다.

▲“3부. 철화·동화백자” 전시작 (좌) 백자철화 운룡문 호 (우) (지방에서 제작된) 백자철화 운룡문 호 (사진=리움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국내 8개 기관(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부산박물관, 호림박물관, 간송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동국대학교박물관)과 일본 6개 기관(도쿄국립박물관, 일본민예관, 이데미츠미술관, 오사카시립 동양도자미술관, 야마토문화관, 고려미술관) 등이 참여해 다채로운 작품이 출품됐다. 특히 우수한 한국 도자 컬렉션을 보유한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리움미술관의 특별협력기관으로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전시를 담당한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조선백자의 최고 명품부터 수수한 서민의 그릇까지 백자의 다양한 면모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라며 “아름다운 문양과 같은 외적인 형식과 의식을 반영한 형태와 같은 내적인 본질이 잘 조화된 조선백자의 진정한 매력을 ‘군자’의 덕목과 연결시켜 새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라고 전시를 설명했다.

▲백자 호
▲“4부. 순백자” 전시작, 백자 호 (사진=리움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이 조선백자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더 면밀하게 감상할 수 있게 연출된 공간도 주목할 지점이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1부 전시장은 들어서는 순간 조선백자 42점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도록 가벽을 모두 없앴다. 도자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사방을 유리로 제작한 쇼케이스를 사용하고 작품을 고정하는 지지대도 간소화 했다. 전시장 입구와 내부에 설치된 리움 DID는 한 눈에 보기 어려운 백자의 무늬를 한 폭의 그림처럼 평면으로 펼쳐서 보여주며 색다른 감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조선 백자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문가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자리도 제공한다. 전시를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이준광 전시 담당 큐레이터의 강연을 시작으로, 백자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들어보는 구본창(사진가), 유의정(현대 도예가), 한중일 도자사 흐름과 현대 공예 관점에서 조선백자를 살펴보는 카타야마 마비(도쿄예술대학교 교수), 조혜영(로에베재단 공예상 심사위원)의 강연들이 준비돼 있다. 또한, 4월에는 (사) 한국미술사학회와 공동 기획으로 학술심포지움을 개최할 예정이다.

▲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전시장 입구 DID (사진=리움미술관 제공)

전시는 사전 예약 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2주전부터 리움미술관 홈페이지(www.leeum.org)에서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다. 전시장 혼잡 시에는 입장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 전시 관련 자세한 내용은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