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국민테너 ‘향수’ 박인수 전 서울대 교수 별세…향년 85세
[부고]국민테너 ‘향수’ 박인수 전 서울대 교수 별세…향년 85세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3.0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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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일부 계층의 음악 아냐” 소신으로 대중화 앞장서
▲박인수 전 서울대 교수
▲테너 박인수 전 서울대 교수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클래식과 가곡을 접목해 만든 국민가요 <향수>를 불러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선 ‘국민 테너’ 박인수 전 서울대 교수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1938년 3남 2녀의 장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유년 시절부터 신문 배달 등을 등을 하면서 고학한 끝에 1959년 서울대 음대에 입학, 4학년 때인 1962년 성악가로 데뷔했고, 1967년 국립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의 주역으로 발탁됐다.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줄리아드 음대에서 마리아 칼라스 장학생으로 공부했다. 이후 그는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라보엠’, ‘토스카’, ‘리골레토’ 등 다수의 오페라 주역으로 활약했다.

1983년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한 후 박 전 교수는 클래식 음악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소신에 따라 대중화에 앞장섰다. 가수 고(故) 이동원과 발표한 크로스오버 곡 ‘향수(鄕愁)’가 큰 인기를 얻었다. 1989년 음반이 발매된 후 현재까지 130만장 이상이 팔렸고, 이후 수 많은 가수들이 다양한 음악회에서 애창하는 곡으로 사랑 받고 있다.

하지만 고인은 성악가가 대중가요를 불렀다는 이유로 1980년대 클래식계에서 배척당해야 했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벽이 허물어지지 않고서는 클래식 음악은 결국 ‘일부 계층’을 위한 음악이 되고 말 것”이라며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대중을 위해 곡을 만들었듯이 오늘날의 성악가도 훌륭한 음악을 일반 대중에게 들려주는 매개체가 돼야 한다”라는 지론을 펼쳤다.

그는 국내외에서 독창회는 2천회 이상, 오페라에는 300회 이상 주역으로 무대에 섰고, 2003년 서울대에서 퇴임한 뒤에는 백석대 석좌교수와 음악대학원장을 맡았다. 2011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안희복 한세대 음대 명예교수, 아들 플루티스트 박상준 씨가 있다. 장례 예배는 LA 현지에서 3일 오후 6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