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 “비엔날레만이 할 수 있는 실험과 시도, 창작의 자유를 지향한다”
[Special Interview]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 “비엔날레만이 할 수 있는 실험과 시도, 창작의 자유를 지향한다”
  • 이은영 발행인ㆍ이지완 기자/ 김재성 사진기자
  • 승인 2023.03.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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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동시대 미술계에 새로운 담론 던질 수 있길
비엔날레는 실험의 장, 예측할 수 없는 것을 기다려
이숙경 예술감독 선임, 광주비엔날레의 자신감 표현
순수예술 분야 세계적 기획ㆍ유통망 필요
‘아는 만큼 보인다’, 비엔날레 전 다양한 정보 접해보길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ㆍ이지완 기자/ 김재성 사진기자] 박양우 (재)광주비엔날레 대표는 2015년~2017년에 이어 다시 한 번 광주비엔날레 조직을 이끌게 됐다. 박 대표는 구원투수처럼 재선임됐다. 2021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김선정 前 대표의 갑질 논란 등으로 어수선한 조직을 안정시키고, 다시 한번 조직의 신뢰를 이끌어내야하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자리를 받아들이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단순히 조직 안정화만을 추구하지 않고 또 새로운 도전과제를 내걸었다. 박 대표는 다시 한 번 비엔날레 조직을 이끌게 되면서 지금 이 시대 속 《광주비엔날레》만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다시 정립시킬지 함께 고민하고자 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김재성 사진기자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 ⓒ김재성 사진기자

유행성 전염병을 겪으면서, 또 그 유행성 전염병을 이겨내면서 현시대는 이전과는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인지해선 안 된다고 느꼈다. 이 변화 속에서 국내에선 여러 비엔날레들이 개막했다. 환경 문제, 인류와 비인류의 공존 등 현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미술로 풀어내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었다. 시도마다 새로웠고, 이전과는 다른 시선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엔 안정적인 제안만을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재)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속 박 대표의 인사말에는 ‘비엔날레의 위기’라는 말이 언급돼 있다. “세계적으로 비엔날레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왔다. 동시대의 미술, 나아가 문화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비엔날레 본연의 철학과 의미를 회복해야 한다. 비엔날레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비엔날레는 세계 미술사, 나아가 세계 문화사에 의미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비엔날레가 되겠다”라며 현재 그의 포부가 드러나있다.

《제 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50일 앞둔 지난 2월 16일, 서울에 있는 광주비엔날레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기자를 맞이한 박 대표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아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듯 했다. 동시에 그에게선 즐거운 일을 선보이고자 하는 설렘과 기대, 활력 등이 느껴졌다. 비엔날레 준비를 잘 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의 첫 대답은 “아주 신바람나게 하고 있다”였다.

그의 바쁜 일정 속 진행된 두 시간 여의 인터뷰에선 이번 《광주 비엔날레》가 준비하고 있는 다채로움도 느껴볼 수 있었고, ‘비엔날레’에 대한 그의 확실한 문제 제기와 답을 들어볼 수 있었다. 지난 2019년 박 대표가 제 51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취임할 때에 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한 바 있다. 4년이 지나 박 대표는 이번에 ‘비엔날레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다. 그의 이러한 질문은 자신이 맡은 그 자리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 일을 충실히 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제 14회 광주비엔날레》의 개막은 한달 여 남았다. 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광주 비엔날레》만이 할 수 있는 것,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광주 비엔날레》를 강조했다. 그의 시도와 이숙경 예술감독의 기획, 세계 각국 미술 작가들의 창작이 어떤 미술 축제를 선사할지 기대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사진=광주비엔날레 제공)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사진=광주비엔날레 제공)

《제 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까지 5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됐는지.

이제 정말 비엔날레 준비 마지막 단계에 왔다. 비엔날레는 총 세 가지의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전시, 두 번째는 홍보ㆍ마케팅, 세 번째는 실질적인 전시장 운영이다. 전시 측면에선 지난 2월 초에 최종 작가 79명을 모두 발표했고, 이숙경 예술감독이 1월 달에 광주 현장에 와서 마지막 점검을 마쳤다.

3월 초부터는 현장에 작품들이 들어오고, 이 감독이 전시장에 계속 상주하면서 전시장 조성을 함께 확인한다. 3월 둘째주부터는 작가들도 현장에 와서 작품을 설치하거나 제작할 예정이다. 올해 비엔날레의 차별점 중 하나가 참여 작가 중 50퍼센트 이상이 신작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모든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비엔날레 현장에 가보면 지금 재단 전시팀들이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해외작가들의 경우 우리나라와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밤 10시, 11시에도 회의를 해서 현장의 불이 꺼지질 않는다. 전시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아주 바쁘게 움직인다. 홍보ㆍ마케팅 측면에선 좀 더 많은 이들이 비엔날레를 즐길 수 있도록 사전예매, 할인권, 단체권 행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비엔날레 기간 중 철저한 안전을 위해 안전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4월 7일 비엔날레 개막과 함께 특별한 심포지엄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올해 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비엔날레의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담론을 만드는 장이다. 새로운 담론은 작품 그 자체를 통해서도 만들어지지만, 심포지엄을 통해서도 완성될 수 있다. 개막과 함께 광주비엔날레와 영국테이트모던 미술관이 함께 주관하는 공공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심포지엄의 중심은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2019년부터 운영돼오고 있는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트랜스내셔널(Hyundai Tate Research Centre: Transnational)’이다.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 전지구적)’이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전 지구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기존 서구 중심의 미술사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시대적 미술 담론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심포지엄의 결과가 책자로 나오게 되고, 또 그 담론이 동시대 미술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 ⓒ김재성 사진기자

비엔날레 주제가 기존의 것들이 경성적이었다면 올해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로 매우 감성적이고 연성적이다. 이렇게 주제를 선정한 배경과 의미를 듣고 싶다.

주제는 이숙경 예술감독의 아이디어다. 재단은 일반적인 방향만을 제안한다. 최종적으로 이사회에서도 흔쾌히 동의를 해 주제로 선정됐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는 ‘유약어수(柔弱於水)’로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다. 도덕경의 이 문장은 세상에서 가장 약한 것이 물이지만, 또 아무리 강한 것도 물을 이기지 못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물은 그 하나하나의 성분은 아주 작고 연약하다. 그런데 함께 응집했을 때, 그 힘은 정말 거대한 것도 무너뜨릴 수 있다. 어쩌면 강한 것과 약한 것은 동전의 양면같이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탈국가적이고, 비주류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약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응집돼 강한 힘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보는 것, 전지구적으로 공유되는 가치나 시선들로 또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시도라고 여겨져, 굉장히 좋은 주제라고 느꼈다. 이 감독이 해외에서 자리를 잡을 때 ‘이주민 큐레이터’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이 감독은 그 말을 극복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주민’과 내가 항상 잘 쓰는 용어로 전지구적인 기획을 해보자는 취지로 이번 주제를 구상했다고 했다.

예술 총감독으로 영국 테이트모던의 이숙경 큐레이터가 선임됐다. 15년 만의 한국인 예술총감독 선임인데, 어떤 기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비엔날레는 국제 전시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 있는 기획자를 고려하지만, 어떻게 보면 더 세계적인 측면에서 좋은 기획자를 찾는 것이 이제까지 광주비엔날레의 기조였다. 비엔날레 조직위는 항상 인력풀을 가지고 있다. 예술 감독으로 선임될 만한 50여분의 풀을 갖고, 줄여나가면서 자문위원회에서 새로 추천하거나 압축해나가는 방식으로 감독을 선임하는데, 이번에는 이구동성으로 이숙경 감독이 마지막 최종후보까지 올랐었다.

비엔날레는 어떤 기획자가 선정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좋은 비엔날레인가 아닌가를 평가할 때 관객이 얼마나 왔는가, 주관 기관의 역량은 어떠한가, 예술적 영향력이 얼마나 좋은 전시를 했는가가 복합적으로 고려된다. 그런데 그런 다양한 요소에서 전시의 퀼리티가 얼마나 좋은지가 가장 큰 평가 요소고, 이게 기획자의 역량이라고 본다.

광주비엔날레는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획자를 초빙해서 비엔날레의 수준을 올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많은 기획자들이 ‘광주’를 하고 베니스 비엔날레를 맡았다. 그렇게 광주 비엔날레의 브랜드를 구축해왔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세계 유수의 기획자들이 광주비엔날레를 맡고 싶어 하는 위치까지 왔다. 이 상황 속에서 역량이 있는 한국의 기획자를 역차별 할 이유가 없었다. 세계의 보편적인 미술의 흐름을 추구하면서, 광주의 특수성을 녹여낼 수 있는 큐레이터가 누구인지 물었을 때, 이숙경 큐레이터가 거의 만장일치로 추천됐다. 한국 사람이었기에 배제도 우대도 안했다.

이번 이숙경 감독의 선임은 광주비엔날레의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이숙경 감독은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맡으면서 명실공히 세계적인 기획자로 공인받게 됐고, 이숙경 감독의 선임으로서 우리 한국 미술계에 있는 후배 기획자들에게 큰 힘을 전할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근무를 했고 28년을 미술을 기획하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14년을 테이트모던에서 근무해서 나름의 입지를 다지고 실력을 검증받았다. 이번 이 감독의 선임은 어쩌면 감독과 비엔날레 모두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만남이었다고 본다.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출품작,  Fabio Roncato, Follow me, 2023, Plaster, 35Øx50h cm, erosion process of the sculpture under a waterfall, Cascata Fermona, Italy , Courtesy of the artist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출품작, Fabio Roncato, Follow me, 2023, Plaster, 35Øx50h cm, erosion process of the sculpture under a waterfall, Cascata Fermona, Italy ,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광주비엔날레 제공)

2018년 시작된 광주비엔날레의 국제교류 프로젝트 ‘파빌리온’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추진된다고 했다.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올해 9개국이 참여한다. 국가관인 파빌리온의 기획 취지는 ‘광주’라고 하는 지역을 세계 미술의 메카로 만들고자하는 것이었다. 물론 베니스비엔날레도 있지만, 베니스는 미술 이외에 건축이나 영화 등 유명한 것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의 고향 광주를 미술의 메카로 만들고자 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 전시는 그렇지 않지만 비엔날레 주전시는 자칫 무겁고 딱딱할 수 있다. 하지만 파빌리온은 각국에서 보여주고 싶은 미술을 선보이는 것이기에 다채롭고, 유연한 느낌을 전할 수 있다.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마케팅 측면도 고려됐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이 파빌리온을 많이 찾곤 한다. 고국의 향수를 느끼고, 고국의 예술을 만나러 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 국제적으로 섬과 같은 곳이다. 그렇다보니 미술계 주요 인사가 아니라면 외국인들이 비엔날레를 쉽게 찾아올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이 먼저 파빌리온을 통해서 광주비엔날레를 방문하고, 고국에 그 소식을 전하면서 비엔날레가 점차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봤다. 해외 관광객 유치보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더 힘을 실었다. 벌써 각국 대사관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파빌리온이 광주에 있는 미술관이나 유휴 공간, 문화공간들에서 열리다보니 지역 공간 활성화 도모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광주비엔날레가 광주 문화예술 여행의 중심이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현재까지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과 광주비엔날레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은 무엇일까.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펼쳐지진 않았다. 오히려 기획자들을 보면 서구적인 것이 좀 더 강했다. 점점 더 아시아 작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세계 다양한 국가들을 점점 더 아우르는 방향성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아시아, 광주. 이런 범주와 정체성들은 광주비엔날레가 항상 가지고 있는 고민인 것 같다. 그런데 ‘광주적인 것’은 항상 핵심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가치라고 본다. 광주만큼 지역의 정신, 지역의 브랜드가 확실한 곳은 드물다. 광주는 예술의 도시이면서,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귀결되는 민주ㆍ평화ㆍ인권이 핵심 가치인 지역이다. 광주를 빼놓고 민주화를 얘기할 수 없다. 광주는 시대의 불의, 옳지 못한 것에 목숨 던져 항거할 수 있는 도시다. 광주는 이점에 대해서 스스로 자랑스러워해야 하고, 광주는 존중받아야 된다고 본다. 민주성의 근원, 인간의 존엄성 등이 광주를 지탱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굉장히 짧은 시간 속에서 세계적인 비엔날레로 설 수 있었다. 뚜렷한 정신을 지닌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 공간과 역사를 예술로 승화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어쩌면 광주의 예술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광주비엔날레는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과거성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승화되는 광주성이 무엇인지 찾고자 하고, 아시아를 조금 더 지향해나갈 것인가, 세계로 향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계속 고민거리가 있을 것이고, 멈추지 않고 시도해나가려 한다. 아시아이든 세계이든, 어쨌든 세계를 품는 그 방향성은 계속 가지고 나갈 것이다. 그리고 사실, 광주비엔날레는 이미 아시아를 넘어섰다고 본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재성 사진기자

조직이 시끄러운 상황 속 구원투수로 대표 이사로 재선임 됐다. 어떤 마음으로 다시 임하게 됐는가.

광주비엔날레가 세계 3대, 5대라고 불리는데, 후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광주비엔날레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사명이었다. 조직은 바로 안정됐고, 인력이 부족했으나 바로 충원이 됐다. 대표가 직접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지금 직원들의 사기는 가장 높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비엔날레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직원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 나는 취임식 때, 직원들이 일로 행복했으면 좋겠고 직장에 오는 것이 기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광주 비엔날레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세워야한다는 점이었다. 대표이사로 재선임되기 전부터 비엔날레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비엔날레는 무엇이고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이유와 목적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술계에서 공공미술관의 존재이유, 아트 마켓의 역할이 있다. 그렇다면 비엔날레의 역할은 무엇일까. 비엔날레는 상업적인 것이 아니면서, 동시대 미술로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철학, 담론을 이끌어내는 자리다. 비엔날레는 문화사에 파장을 던질 수 있는 전초기지가 돼야 한다.

비엔날레를 20년동안 지켜보면서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묻게 됐다. 광주 비엔날레도 기존의 명성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 직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비엔날레만이 할 수 있는 것, 광주비엔날레 존재 이유를 제대로 세워보자는 것이 가장 큰 마음가짐이었다.

비엔날레에선 주제가 굉장히 중요하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미술이 구해내야 하고, 그것이 지향점이 돼야 한다. 요즘 비엔날레들은 제 3세계 원주민, 기후환경, 여성 등의 유사한 주제를 내보이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그 이상이 돼야 한다고 봤고, 그렇게 준비했다.

또 하나, 미술을 하시는 분들이 미술을 표현하는 형태에 대해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다양한 양식들을 좀 고민해주길 바란다. 비엔날레는 때로는 그 흐름도 뒤집을 수도 있어야 한다. 미술의 형태, 소재, 매체, 표현하는 양식들이 늘 실험적으로 시도돼야 한다. 그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혀 기존에 미술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 비엔날레에서는 미술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모든 작가가 그걸 행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참여하는 작가들 중 한 두명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등장하길 기다린다.

아트페어는 검증된 작가들이 등장하는 곳이다. 비엔날레는 실험의 장,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나와야 한다. 비엔날레에서의 시도만큼은 미술계가 용납해줘야 한다. 누구나 용납하고, 자유의 향연이 되는 곳으로 비엔날레가 그 존재의 이유를 세워 나가길 바란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제 51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여전히 문화예술계는 다사다난하다. 현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방향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전 문화예술정책 책임자로서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후배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에 말하기 힘들다.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차이쟈웨이, <나선형 향 만트라 – 반야심경>, 2014. 나선형 향 3점, 각 지름 150 cm. 작가 및 타이페이 TKG+ 제공. 타이페이 TKG+ 《우리는 무에서 빙빙 돌며 왔다》 설치 전경. 사진: 스티브 헝. (사진=광주비엔날레 제공)

지난 1월 중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에서 전한 영국 유학당시 경험이 담긴 축사가 인상적이었다. K-컬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세계 속 우리 문화예술계가 더 나아가기 위해선 어떤 지점의 노력이 필요할까.

한류가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한국문화동호인의 회원 수가 1억 6천만 명이 넘어서고 있을 정도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느낀다. 다만 한류는 대중문화, 영화나 케이팝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큰 영향력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 서양 음악, 클래식으로 한류를 만들지 못할 일은 없다. 국악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 국악이 가진 흥은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세계 문화시장에 우리 국악의 5프로, 3프로만이라도 들어가면 세계 문화 속에 한류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인류에게 문화적 다양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다.

이런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문화예술계 현장에 있는 분들이 열심히 해야 하고, 그 다음에 우리 정부도 실질적인 지원망을 넓혀나가야 한다. 문화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지원과 규제로 이루어진다. 지원은 국가 보조를 해준다거나 또는 조세 혜택을 준다거나, 금융상의 혜택을 주는 것들이다. 정부가 간접투자를 하기도 한다. 결국 이런 지원들의 방향성은 그 현장이 살아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지점은 정부가 놓치지 않고 해내야 할 지점인 것 같다.

또 하나, 정부가 기획ㆍ유통 등 시장 형성에도 관심을 쏟길 바란다. 한류의 핵심이 된 대중문화의 경우 기획ㆍ유통망이 굉장히 잘 조성돼 있다. 유튜브나 SNS 등 뉴미디어를 잘 활용했는데, 순수예술 영역도 만국 공통의 유통망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순수예술이기 때문에 불리한 측면도 분명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시도를 하면서 국제적인 기획, 유통망의 체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40여 년 간 문화행정과 문화예술교육에 힘써왔다. 문화기획자나 행정, 경영자를 꿈꾸는 후배들과 후학들이 가져야 할 자세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 듯 하다.

예술 현장을 실제로 많이 체험했으면 좋겠다. 세계 추세에 대해서도 민감하길 바란다. 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문제의식이 있으면 해결방안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인문철학 공부가 탄탄하길 바란다. 기초적인 것이 탄탄해야 한다.

오는 4월 《제 14회 광주비엔날레》를 찾을 관람객들에게 비엔날레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준다면.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먼저 비엔날레를 찾기 전에 광주비엔날레 공식 누리집에 방문해보면, 비엔날레 참여 작가와 작품 안내에 대해서 다 게재될 것이다. 유튜브에 영상콘텐츠로도 올라간다. 이것을 사전에 한 번 다 살펴보고 현장으로 방문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전시해설사들의 도슨트 투어가 마련돼 있다. 쉽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을 전하기 위해 정말 많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해설사들과 함께 전시를 즐겨주면 더욱 즐거울 것이다.

또 하나는 올해부터 《박서보 예술상》이 시상된다. 박서보선생님께서 100만불을 기부해 주셨다. 2042년까지 매해 비엔날레 참여 작가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해, 상금 10만 달러를 수여한다. 올해의 수상자가 누가 될 지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재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엔날레가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기 전 언론에서 비엔날레를 먼저 보고 작품들을 언급할 것이다. 기사에 등장한 작품을 찾아서 관람해보는 것도 즐거운 관람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