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위켄드룸, 최지원 개인전 《Collecting Chamber 채집된 방》
디스위켄드룸, 최지원 개인전 《Collecting Chamber 채집된 방》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3.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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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위켄드룸 4월 8일까지
채집한 찰나, 진공의 보관소로 생과 사의 경계 표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방을 통해 생과 사의 경계, 삶의 가냘픔과 아름다움을 만드는 최지원 작가 개인전이 열린다. 디스위켄드룸에서 4월 8일까지 열리는 최지원 작가 개인전 《Collecting Chamber 채집된 방》이다.

▲최지원 Jiwon Choi, 닫힌 문 Closed Casket, 2023, oil on canvas, 145.5 x 112,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최지원 Jiwon Choi, 닫힌 문 Closed Casket, 2023, oil on canvas, 145.5 x 112,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이번 전시는 최 작가가 만들어낸 미지의 방에 수집된 것들의 의미를 탐색할 수 있는 여정을 제안한다. 작가는 종종 자신의 방안에 가만히 놓인 장식품, 도자 인형, 오래된 새집 모양의 시계, 창틀에 말라 떨어져 있는 작은 곤충을 바라본다. 이에 자신의 시선을 입혀서 화면 안으로 배치한다.

최지원이 만든 화면 속의 정물들은 주로 생명체를 빼닮은 모조품이지만 살아있는 것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진다. 그가 그린 작은 새 조각, 실크 질감의 옷을 입은 인형, 액자 안에 갇힌 나방과 벌은 이미 죽어 멈춰있는 정물이지만 역설적으로 비밀의 방 안에서 강한 생명력을 얻고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 존재들은 작가에게 덧없는 삶의 가냘픔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상징물이 된다.

▲최지원 Jiwon Choi, 정지된 시간의 방을 향하여, Into the Chamber of the Time, 2023, oil on canvas, 181.8 x 181,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한편 그의 근작에는 작가의 침실, 사방이 문으로 가로막힌 곳, 동물이 머무르는 안뜰 등 다양한 장소가 등장하는데, 이런 장소들은 화면을 보다 복잡하게 변형시킨다. 나아가 이 장벽들이 언제든 현실의 실체를 다른 차원의 것으로 이동시키는 포털이 될 수 있다. 문과 창, 벽, 액자 틀의 구조물은 얕은 생명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곧 사라져버릴 작은 존재의 이면을 탐닉하고 마주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드러내는 장치로도 해석된다.

최지원이 채집한 찰나는 선명한 이미지가 돼 보는 이를 매혹한다. 그의 방은 비어있는 여백(room)의 상태이기보다, 언어화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이리저리 뒤섞여 적재되어 있는 진공의 보관소(chamber)에 가깝다.

▲최지원 Jiwon Choi, 멈춰버린 순간 The Paused Moment, 2023, oil on canvas, 162.1 x 227
▲최지원 Jiwon Choi, 멈춰버린 순간 The Paused Moment, 2023, oil on canvas, 162.1 x 227,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이번 전시를 기획한 디스위켄드룸은 “관람객들은 작가가 열어 둔 방을 하나 둘 들여다보며, 생과 사의 경계가 무너지는 장면들을 떠올리고 그 속에서 긴장감과 해방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

최지원(b.1996)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및 석사를 졸업했으며 디스위켄드룸에서 2023년도 개인전 ≪채집된 방 Collecting Chamber≫과 2020년 개인전 ≪차가운 불꽃 Cold Flame≫을 개최했다. 주요 참여 기획전으로는 2022년 경기도미술관에서의 단체전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포함해 ≪사유의 베일≫(일우스페이스, 2022), ≪매니폴드: 사용법≫(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21) 등이 있다. 2022년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작가로 선정됐으며,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소장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