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L이 하나 빠진 윌리엄의 최후진술…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
[현장프리뷰]L이 하나 빠진 윌리엄의 최후진술…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3.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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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말, 셰익스피어 미발표 희곡 <보르티게른>을 둘러싼 사기극 모티브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18세기 말, 런던 사회를 뒤흔들었던 셰익스피어 유물에 관한 사기극을 바탕으로 하는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이 지난 8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뮤지컬 윌리엄과윌리엄의윌리엄들, 9장 中_원종환(사무엘), 임규형(헨리)
▲뮤지컬 윌리엄과윌리엄의윌리엄들, 9장 中_원종환(사무엘), 임규형(헨리) (제공=연극열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창작뮤지컬 분야 선정작인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202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동반사업 ‘데뷔를 대비하라’ 쇼케이스를 거쳐 2021년 전막 낭독공연과 2022년 창작산실 심의 과정을 통해 2년여 간 완성도를 높여 왔다. 

셰익스피어 사후 200년쯤 지난 1796년 4월, 런던의 한 극장(Drury Lane Theatre)에서는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 편의 희곡이 상영됐다. 바로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와 그의 아버지 윌리엄 사무엘 아일랜드가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이라며 세상에 처음 공개한 ‘보르티게른(Vortigern and Rowena)’. 하지만 턱없이 낮은 완성도 탓에 관객들의 비난과 야유가 빗발쳤고, 작품의 진위 여부로 온 런던이 들끓게 된다. 

▲뮤지컬 윌리엄과윌리엄의윌리엄들, 어떤 재판(Rep.)_김수용(사무엘), 주민진(H)
▲뮤지컬 윌리엄과윌리엄의윌리엄들, 어떤 재판(Rep.)_김수용(사무엘), 주민진(H) (제공=연극열전)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18세기 런던을 뒤흔든 이 사기극을 바탕으로 김연미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쓴 독특한 소재의 창작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윌리엄 부자의 허술한 사기극에 당대의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통해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오가는 인간들의 모습,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 등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21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김은영 연출은 “헨리와 사무엘이 왜 문서를 위조했는지 그 이유와 심리를 전달하고 싶었다”라며 “작품은 실제 있었던 재판이 아니라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재판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2023년 극을 관람할 관객들에게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가 가짜가 되는 현실을 반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헨리의 거짓말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애쓰지만 결국 헨리의 마지막 말처럼 ‘쓸모없는 나여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뮤지컬 윌리엄과윌리엄의윌리엄들, 어떤 재판_원종환(사무엘), 김지철(H), 임규형(헨리) (제공=연극열전)
▲뮤지컬 윌리엄과윌리엄의윌리엄들, 어떤 재판_원종환(사무엘), 김지철(H), 임규형(헨리) (제공=연극열전)

이 작품의 디밸롭 과정을 함께한 사무엘 역의 김수용은 “2년여 간의 개발 과정을 거치며,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첫 공연을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실감이 나서 울컥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김수용과 그 과정을 함께한 H역의 김지철은 “감회가 새롭고 감동스럽다. 공들여 만든 만큼 자신이 있었는데, 벌써부터 좋은 평을 듣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에서 김수용, 원종환, 이경수는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게 된 아버지 사무엘, 주민진과 김지철, 황휘가 미지의 신사 'H', 임규형, 황순종, 김지웅이 런던 최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아들 헨리를 연기한다. 이 작품은 오는 5월 28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