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4연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K-발레 세계화 약속…“국내예술정책에도 목소리 낼 것”
[현장리뷰]‘4연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K-발레 세계화 약속…“국내예술정책에도 목소리 낼 것”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4.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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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예술단체장 중 첫 4연임
자체 레퍼토리 ’해적’으로 유럽·북미 7개국 투어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 작품 공연권 확보 추진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립예술단체장 중 최초로 4연임에 성공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앞으로 3년간 국민과 호흡하며 세계로 날아오르는 K-발레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국립발레단

강 단장은 5일 오후 서초동 국립예술단체 공연연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발레단의 계획을 소개했다. 이날 자리에서 강 단장은 4연임에 대해 “통상적인 일은 아니지 않은가. 연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며 “주어진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타입이기에, 매 임기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일했고,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국립발레단은 저에게 정말 특별하기에, 다시 한 번 힘을 내보자고 다짐했다”라고 전했다.

강 단장은 여러 차례 “어깨가 무겁다”라며 부담감을 드러내면서도 “취임 당시 ‘원석같은 단원들로 보석같은 무용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는데, 단원들은 세계 곳곳에서 테크닉과 에너지, 표현력을 인정받을 만큼 성장했다”라고 그간의 성과를 자평했다. 

그는 4연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앞에 서는 게 아니라 뒤에서 미는 사람”이라며 “단원들에게 기회를 주고, 안무가들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며, 항상 단원들에게 물어본다. 그래야 더 좋은 결과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해외 발레단의 경우 차기 단장과 공연 프로그램이 몇 년 전에 미리 결정되는데 국립발레단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에 “국립발레단의 경우 단장 인수인계 등을 준비할 시간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도 매해 다음 연도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모든 단원들과 직원들이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일하고 있다. 미리 준비할 시간이 주어져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긴다면 충분히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역시) 준비할 시간은 빠듯했지만, 이제까지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힘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단장은 이날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국내 안무가 발굴을 통한 국립발레단만의 레퍼토리 확보 ▲국내 관객을 위한 세계 발레의 최정점 공연권 확보를 위한 발판 마련 ▲전 국민의 문화향유를 위한 발레교육 프로젝트의 꾸준한 진행 등이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겸 안무가 송정빈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겸 안무가 송정빈 ⓒ국립발레단

이 중 최우선 추진 과제로 독자적인 레퍼토리 확보를 꼽았다. 이를 위해 국립발레단 단원 송정빈이 안무한 자체 레퍼토리인 발레 <해적>으로 해외 초청 참가ㆍ투어 공연을 추진한다. <해적>은 오는 5월 독일 비스바덴에서 열리는 ‘2023 인터내셔널 메이 페스티벌’ 공연을 필두로 스위스·프랑스 등 발레 본고장 유럽·북미 7개국 투어에 나선다. 

또한, 세계 발레의 정수를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현존하는 최고의 안무가로 손꼽히는 ‘존 노이마이어’의 공연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노이마이어는 오는 8월 방한해, 강 단장과 공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강 단장은 “존은 무용수에게 영감을 받아야만 배역을 맡기는 등 까다로운 조건으로 유명하다. 단원들의 역량 확인 등 공연권 확보를 위한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문화예술 취약 지역·계층 청소년들에게 국립발레단의 현역 또는 전직 단원들이 지도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강수진 단장은 “2023년에도 국립발레단의 서울과 지역 공연 비중이 5:5 정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발레 꿈나무들을 키우는 사업들도 지속성을 갖고 추진할 계획이다. 성장하는 모습도 기회가 되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수진 단장은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예술정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국립발레단의 비전이 공연과 사업에 머무르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국내 예술정책이 뒷받침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에 앞으로는 정책 변화에도 기여하겠다. 앞으로, 국립무용센터 건립 등 정책 문제에 필요하면 목소리를 내겠다”라는 뜻을 함께 전했다. 

한편, 국립발레단은 송정빈이 재안무한 신작 <돈키호테>를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