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동시대 미술 현장을 광주로”
[현장스케치]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동시대 미술 현장을 광주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4.05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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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전시장 및 광주 전역서, 4.7~7.7
박 대표 “‘비엔날레다운 비엔날레’ 준비”
박서보 미술상 수상자 누구일까? 궁금증 자아내
100억 쾌척, 매 수상자 10만 달러 상금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도덕경에서 차용한 ‘물’을 중심으로 여리지만, 또 한편으로는 강하게 현시대를 바라보는 국제 미술 행사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막이 오른다. 비엔날레는 오는 7일부터 7월 9일까지 94일간 예술의 도시 광주 전역에서 펼쳐진다. 4월 6일 오후 6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 공식 개막식 전, 5일 언론을 대상으로 한 언론간담회와 전시 투어가 진행됐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5일 언론간담회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재)광주비엔날레(대표 박양우)와 광주광역시가 주최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라는 주제로 우리가 사는 지구를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해 볼 것을 제안한다. 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한 본전시와 9개 국가가 참여한 파빌리온으로 구성됐다.

5일 열린 간담회에서 광주비엔날레 박양우 대표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곳곳에서 찾아온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번 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중요하게 준비했던 두 가지 지점을 말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1전시실/ 불레베즈웨 시와니(Buhlebezwe Siwani), <영혼 강림>(The Spirits Descend)  ⓒ서울문화투데이

박 대표는 “현재 국내에는 ‘비엔날레’라는 명칭을 단 미술축제가 10개 정도 존재한다. 이 상황 속에서 광주비엔날레는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할까 고민했고, 특별히 두 가지 지점에 큰 힘을 쏟았다”라며 “첫 번째는 동시대 사회현상과 인류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유의미한 담론을 제시하는 비엔날레 다운 비엔날레를 준비하자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좋은 예술 감독을 초빙하는 일이었다. 비엔날레에선 기획자에 대한 기초 조사, 자문회의를 통해서 예술 감독을 선정한다. 서구와 비서구를 분리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는 없지만, 이숙경 예술 감독은 서구와 비서구 넘나들며, 행성적 담론을 제시해왔다. 이 감독의 큐레이팅 이력은 분열을 겪고 있는 동시대에 조화와 통합 등의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확신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이 예술 감독의 큐레이팅 리더쉽 아래, 광주다운 것, 한국다운 것, 인류 보편적이고 다층적인 담론과 시각이 물처럼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비엔날레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고 현시대가 갖는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가장 예술적으로 발화할 수 있는 곳”이라며 “작품이 갖는 통합성 속에 동시에 다양성 등이 온전히 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이하 간담회에서 이뤄졌던 질의응답이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투어를 진행하는 이숙경 예술감독 ⓒ서울문화투데이

Q. 본 전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에 맞춰서 4개의 섹션으로 나눠 전시를 하고 있다. 이숙경 예술감독의 각 전시 설명을 들어보면, 지금 국제무대에서, 이른바 여러 기획자들이 펼치고 있는 이른바 생태주의 여성주의 탈식민주의 그런 맥락의 전시들하고 컨셉이나 구성면에서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 개별적인 섹션을 ‘광주’라는 지역에서 어떻게 차별적인 큐레이션으로 구현했고, 통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A. (이숙경 예술감독) 큐레이터로서의 어떤 나의 큐레이팅 철학이라고 한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가장 흥미로운 현대 미술을 잘 보여주는 매개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제적인 면에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동시대 미술의 상황을 잘 반영한다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했다. 어떻게 보면 다른 큐레이터들이 다루고 있는 작업들과 다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동시대 미술은 지금 다 비슷한 사람들이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큐레이팅의 차별점을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예술감독의 입장으로서 답변하자면, (이번 큐레이팅은) 광주라는 어떤 장소성을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것, 그래서 ‘광주 정신’과 ‘예향’이라는 특성들이 출발점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황, 불평등을 이런 (광주의) 특성들을 통해서 듣고 싶었다. 처음부터 광주가 어떤 시각의 중심점이 되길 바랐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내 경험을 중심에 두고 내가 잘하는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공부하고, 일했다. 지금은 영국이라는 새로운 사회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로, 어떤 이주자 큐레이터의 관점을 솔직하게 말해보고 싶었다.

Q. 현재 광주시민이나 대중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김건희 여사의 참석 여부일 것 같다. 강기정 광주 시장이 초청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되는 것인가.

A. (박양우 대표이사) 우리 광주 시장님이 큰일을 하셨다고 본다. 김건희 여사님의 참석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 좋은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다.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이 오길 바란다. 김건희 여사의 개막식 참석 여부는 결정된 바가 없다. 적어도 광주비엔날레는 한 번 방문은 할 것이다. 기대는 하고 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투어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Q. 원주민 작품 관심이 많다. 나는 호주 기자로서, 특히 호주 문화에 관심이 많다. 광주의 시각을 통해서 다른 지역의 원주민 작품을 어떻게 바라봤는가.

A. (이숙경 예술감독) 원주민 문화는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원주민 문화는 초 국경적으로 해석돼야 한다. 호주는 300여 개의 원주민 부족이 있고, 65000년 역사 가지고 있다. 원주민을 토대로 한 작가들은 근대주의나 서구의 생각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초 국경적인 시각을 가지고, 생존과 저항을 시도하며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유지하려 한다. 그 시도들을 젊은 작가들 층에서 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이런 시도와 시각들은 나아가 환경이나 기후와도 많이 연결돼 있다.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해가 있어야지 할 수 있는 시도들이다. 이질적인 원주민 문화 작업은 도전과제가 아니다. ‘우리’라는 큰 주제와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

Q. 파빌리온 국가들의 선정은 어떻게 이뤄졌는가.

A. (박양우 대표) 국가나 기관들의 기초조사를 먼저 한다. 어떤 나라가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비엔날레에서 먼저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시장조사처럼 다양한 국가들의 참여 의사를 먼저 확인해보고, 이후 제안하기도 한다. 파빌리온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관 등에는 광주가 가진 공간에 대한 기초자료들을 제안해, 소통하는 방식을 취한다.

파빌리온을 개최하는 이유는 각 국가들이 공간을 기획하면서, 비엔날레는 찾는 이들이 다양한 미술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길 바라서다.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문제가 예술 안에서 어떻게 용해되고 해석되는지, 다양하게 선보이고자 한다. 파빌리온에서 시도된 제안들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본다.

Q. 광주비엔날레의 전시 구성이 뉴욕이나 런던과는 다른 느낌인 것 같다. 테이트미술관에 있으면서, 영국의 영향도 받았는가.

A. (이숙경 예술감독) 흥미로운 질문이다. 전시 구성에 대해서 다르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테이트가 하나의 출발점이라고는 생각한다. 세계의 주류인 서구 미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내 열정이다. 주류인 서유럽의 예술적 관행에서 벗어나서, 덜 알려졌지만, 중요한 것을 찾고 균형을 찾아보고자 한다.

의식적으로 식민지적 영향에서도 벗어나려고 한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찾아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행위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테이트는 전략적으로 행하고 있다. 광주는 중요한 장소다. 예술 거점은 아니지만, 의미가 있다. 지금 현재를 바라보기에는 아주 이상적인 장소다. 비엔날레라는 국제적 미술 행사에는 아주 알맞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투어 중 퍼포먼스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Q. ‘광주’라는 장소성의 의미는 무엇인가.

A. (이숙경 예술감독) 작가들도 지금 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다. 관객들이 그 메시지를 잘 이해하는 이유는 작가들과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이나 전시를 보면서, 세계를 느낄 수 있길 바랐다. 뉴스를 보는 느낌의 전시는 아니길 바랐다. 어떤 문제들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때가 있다.

그 외에 ‘예술’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해봤다. 간접적이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세계의 문제에서 좀 더 근본적인 전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이 예술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그런 공감하는 작가들이 많이 나왔다.

광주 항쟁의 정신, 아픔의 정신,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등. 원래 광주가 지닌 정신이 물과 닮아있다고 느낀다. 그런 정신성이 광주가 항쟁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Q. 박서보 작가가 왜 광주비엔날레에 기부를 했는가. 어떤 연관성이 있었는가.

A.(박양우 대표) 박서보 선생님께 여쭤봐야 할 질문일 것 같다. (웃음) 박서보 선생님은 원래 광주비엔날레에 관심이 정말 많았다.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를 주도하고, 세계를 주도하는 비엔날레다. 박 선생님은 미술 생활을 하면서 광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모든 예술가를 응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100만불을 기부받아서 예술상을 시상하게 됐다. 미술가들을 위해서 세상의 많은 기부가 있길 바란다. 박서보 선생님의 뜻을, 광주비엔날레가 그 정신을 잇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