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展 “미주ㆍ오세아니아 미술관 협력”
MMCA,《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展 “미주ㆍ오세아니아 미술관 협력”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4.11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MCA 서울관, 4.12~7.23
한국 중심, 디지털 시대 변화하는 미술관 역할 제고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팬데믹 시대 속 미술관의 새로운 시도로 시작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구독형 아트스트리밍 플랫폼 ‘워치 앤 칠’(https://watchandchill.kr)이 시대의 변화를 뛰어넘어 독창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며, 세 번째 전시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을 선보인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 서울관에서 12일부터 7월 23일까지 개최된다.

▲권하윤, 489년, 2015, 360° 스테레오스코픽 가상현실 비디오, 컬러, 유성, 11분 7초. MMCA 소장. (사진=MMCA 제공)
▲권하윤, 489년, 2015, 360° 스테레오스코픽 가상현실 비디오, 컬러, 유성, 11분 7초. MMCA 소장. (사진=MMCA 제공)

‘워치 앤 칠’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축, 세계 주요 미술관과 협력해 기관별 미디어 소장품을 전 세계 구독자에게 공개하는 구독형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방식의 국제협력전시를 위해 2021년 플랫폼을 개설해 M+ 등 아시아 4개 기관과 첫 번째 협력 전시를 개최했다. 2022년에는 유럽과 중동 주요 미술관과의 협력을, 올해는 미주 및 오세아니아 주요 미술 기관과의 협력으로 확장된다.

올해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은 국립현대미술관과 호주 최대 규모와 역사를 지닌 빅토리아국립미술관(NGV), 18세기 건립 이래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 중 하나인 피바디에섹스미술관(PEM), 멕시코 내 주요 미술관 20곳이 참여하는 대규모 미디어/퍼포먼스 행사인 토노페스티벌(TONO)과 함께 한다.

▲나오미 린콘 갈라르도(Naomi Rincón Gallardo), 불결의 시, 2021, 컬러, 유성. 23분 53초. 작가 소장, TONO 제공.
▲나오미 린콘 갈라르도(Naomi Rincón Gallardo), 불결의 시, 2021, 컬러, 유성. 23분 53초. 작가 소장, TONO 제공 (사진=MMCA 제공)

올해 ‘워치 앤 칠 3.0’은 스토리텔링, 긴장감, 몰입의 경험을 강화하고자 새로 개편된 특징이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오프라인 전시를 동시에 열고 각 기관의 미디어 소장품 및 지역별 주요 작가 20여 명의 작품을 경험하게 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로그인을 통해 서비스 구독을 신청하면 한 주에 한 편씩 새로 공개된 미디어 작품을 한국어/영어 자막으로 감상할 수 있다. 동시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하는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건축가 푸하하하프렌즈(한승재, 한양규, 윤한진)가 전시와 동일한 제목의 건축 설치작 <서스펜스의 도시>(2023)를 선보이는데, 마치 가상 세계에 진입한 것 같은 미로 속을 탐색하며 경험하는 미디어 환경을 구축했다. 이 밖에 박찬경, 자콜비 새터화이트(Jacolby Satterwhite), 정재경, 세실 B. 에반스(Cecile B. Evans), 클럽 아테(Club Ate) 등 한국, 호주, 미국, 멕시코 등 여러 지역의 현대미술 작가, 디자이너, 영화감독 등이 참여했다.

이번 온라인 플랫폼과 전시의 콘텐츠는 ‘서스펜스(suspense)’의 방법론을 구사하는 미디어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몰입으로 점유된 시공간을 탐색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달빛 아래 풍경’, ‘증거의 재구성’, ‘몸의 변이’, ‘죽지 않는 퍼포먼스’, ‘디스토피아 이후 세계 짓기’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돼 작가들의 다양한 미디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연다.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展 전시 전경 (사진=MMCA 제공)

1부 ‘달빛 아래 풍경’은 기이함의 풍경을 다룬다. 가루쉬 멜콘얀(Garush Melkonyan), 권하윤, 장민승, 앨리슨 응우옌(Alison Nguyen) 등의 작품을 통해 안정감이 이질적인 불안정함으로 전환되는 순간,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갈 때의 심리적 변화를 살펴본다. 2부 ‘증거의 재구성’에서는 허구적 서사 혹은 실제 역사 속 일어난 범죄의 증거들을 찾기 위한 감식의 노력을 다룬다. 리오 샴리즈(Lior Shamriz), 정재경, 팔로마 콘트레라스 로마스(Paloma Contreras Lomas) 등의 작품은 선과 악, 적합과 위반의 경계 사이의 모호함으로 긴장감을 더한다.

3부 ‘몸의 변이’는 다른 어떤 것으로 변화하는 신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루이스 로케(Luiz Roque), 리앙 루스콤비(Liang Luscombe) 등의 작업을 통해 삶과 죽음, 생존과 구원 사이에서 일어나는 육체의 변이와 변형의 장면을 드러낸다. 4부 ‘죽지 않는 퍼포먼스’에서는 삶의 유산을 재연함으로서 죽지 않음(不死)을 실험하는 퍼포먼스를 살펴본다. 나오미 린콘 갈라르도(Naomi Rincón Gallardo), 정은영 등의 작품은 ‘죽지 않는 존재(undead)’가 상징하는 타자성과 비인간적 존재들 간의 친밀감을 무대에 올리며, 규범적 상호작용을 거부하는 관계들을 조명한다.

▲송상희,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 2017, 3채널 비디오, 컬러, 흑백, 유성, 17분. MMCA 소장.
▲송상희,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 2017, 3채널 비디오, 컬러, 흑백, 유성, 17분. MMCA 소장. (사진=MMCA 제공)

5부 ‘디스토피아 이후 세계 짓기’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디스토피아(dystopia)의 환상을 살펴보며 재앙의 시각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재고해보고자 한다. 박찬경, 스카위나티(Skawennati), 자콜비 새터화이트 등 작가들이 파국적 현실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설정한 상상의 세계관 속 대안적 서사를 살펴봄으로써 동시대 주체들이 마주하는 세계를 가늠한다.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의 전시 개막 이후 4월 하반기 멕시코 토노페스티벌(TONO)에 참여하는 뮤제오 마나후아칼리(Museo Anahuacalli) 등 다수 미술관에서 순차 개막할 예정이다. 아트스트리밍 서비스‘워치 앤 칠 3.0’은 마지막 순회 전시가 끝나는 2024년 4월까지 운영된다.

▲정은영, 나는 왕이야!  죄송합니다, 공연이 지연될 예정입니다  가곡실격-사잇박, 2018, 컬러, 유성, 6분 23초. MMCA 소장.
▲정은영, 나는 왕이야! 죄송합니다, 공연이 지연될 예정입니다 가곡실격-사잇박, 2018, 컬러, 유성, 6분 23초. MMCA 소장. (사진=MMCA 제공)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워치 앤 칠’은 우리나라가 중심축이 돼 아시아, 유럽, 중동, 미국 및 오세아니아로 뻗어나가는 미술한류 프로젝트”라며 “3개년 운영으로 새로운 국제 협력의 모델로 자리 잡은 ‘워치 앤 칠’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변화하는 미술관의 역할을 제고하고, 팬데믹의 영향에서 벗어난 지금 새롭게 관객과 관계 맺는 방식을 실험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