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피와 뼈'
[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피와 뼈'
  • 황현옥 영화평론가
  • 승인 2010.02.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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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사는 두가지 이유 ,재일동포 1세들의 고통과 생존의 문제...

<피와 뼈>를 본 누군가가 ‘보는 것은 힘들고 보고 나면 더 힘들다’ 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표현하는 정확한 말로 아주 불편하지만 역사적 진실이 담긴 문제의 영화이다. 한번 보면 상황을 이해하기 싫어지고 두번 보면 재일 동포 1세들의 고통과 생존의 문제를 이토록 가슴 아프게 그려준 영화가 또 있을까 생각되어진다.

 <피와 뼈>의 감독 최양일 (일본명: 사이 요이치)은 <감각의 제국>으로 유명한 오시마 나기사의 조감독으로 시작해 1993년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로 일본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 최고 코미디언이며 영화감독,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와 손잡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
 
기타노 다케시는 1993년 <소나티네>라는 영화의 주연, 감독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일본 내 최고의 배우이며 감독,작가( ‘위험한 일본학’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음)이다. <기쿠지로의 여름><자토이치> 주연, 감독을 맡았고, 97년에는 <하나비>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탄 인물이다.

영화 속의 김준평(기타노 다케시 분)은 돈을 벌기 위해 전쟁 중에 제주도에서 일본 오사카에 간다. 같은 공장의 이영희를 아내로 맞이하여 온갖 학대와 모멸감을 느끼게 해주는 나쁜 남자이다. 그 아들 마사오(아사히 히로후미 분: 재일동포 3세)를 통해 바라보는 김준평은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이고 가족이라고 차마 말할 수 없는 증오의 대상이다.

영화 속의 김준평은 같은 동포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비열하고 잔인하며 돈만 아는 냉혹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그런 역을 기타노 다케시가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뼈를 깎듯 노력한 흔적이 영화 곳곳에 묻어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김준평이 그토록 아꼈던 자신의 전재산을 북조선에 갖다 주고 그곳 어느 시골 산속에서 쓸쓸히 죽는 장면이다.  일본의 재일동포 1세들의 삶과 처지를 이해할 수 있는 당시의 상황일 것이다.

 <피와 뼈>는 재일동포 양석일의 자전적 소설로서 양석일의 부친에 관한 부끄럽지만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재일동포들의 한을 탁월한 글로 풀어 냈었다. 소설의 여러 이야기와 다양한 인물들이 영화 2시간에 응축되어 펼쳐지기 때문에 집중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2004년 일본 최고의 걸작 영화로 소개되었고 <도쿄타워><박치기>,김기덕 감독의<비몽>의 오다기리 죠가 김준평을 괴롭히는 아들 다케시역으로 등장하여 이 영화로 2005년 일본아카데미 최우수 조연 남우상을 받았다. 이후 그는 놀랍도록 성장한 배우가 되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키무라 타쿠야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4, 최양일 감독, 일본

황현옥 영화평론가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