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반세기 만에 공개되는 ‘직지’ 금속활자본
프랑스서, 반세기 만에 공개되는 ‘직지’ 금속활자본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4.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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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국립도서관 특별전 개최, 문화재청 업무협약
전시 지원, 소장 한국문화유산 학술적 협력 등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된 한국의 〈직지(直指)〉가 반세기만에 대중에게 공개된다. 오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개최되는 특별전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IMPRIMER ! L’EUROPE DE GUTENBERG)》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가 공개 된다. 전시를 앞두고 지난 11일,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프랑스국립도서관(관장 로랑스 앙젤)과 이번 특별전의 전시지원 및 학술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프랑스 현지 전시 현장
▲프랑스 현지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 현장 (사진=문화재청 제공)

프랑스국립도서관은 프랑스 중앙국립도서관으로 루이 11세가 1480년에 창설한 왕실도서관에서 비롯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으로 꼽힌다. 현재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대한민국 1377년, 이하 ‘직지’)를 포함한 2,000여권의 한국 소장품이 있다.

이번 협약의 주요 내용은 ▲해당 특별전과 관련한 대중강연 개최 ▲전시 관련 이미지 제공 및 번역 등의 지원 ▲전시회 홍보를 비롯해 향후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한국문화유산에 대하여 학술조사나 연구추진상호 협력 등이다. 협약과 관련된 세부 업무는 문화재청 산하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김정희)이 맡아 진행한다.

▲문화재청-프랑스국립도서관 업무협약식 현장 (사진=문화재청 제공)

〈직지〉는 승려 백운(白雲, 1298-1374)이 고승들의 어록을 가려 엮고 그의 제자인 석찬(釋璨)과 달잠(達湛)이 간행한 불교서적으로, 참선을 통해 스스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주제들과 선종불교의 진리를 담고 있어 제자들을 위한 교본으로 사용됐다.

정확한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며, <구텐베르크 성경>(독일, 1455년경)보다 무려 78년을 앞선 1377년에 청주 흥덕사(興德寺)에서 금속활자로 상하 2권이 먼저 인쇄됐다. 이후 1년 뒤 1378년 취암사(鷲巖寺)에서 목판으로 다시 인쇄됐다. 목판본 <직지>는 1992년 보물로 지정돼 현재 완전한 형태로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도서관,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상·하권이 보관돼 있다. 2001년 9월 4일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으며,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은 금속활자본 하권이다.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에 공개된 직지 (사진=문화재청 제공)

<직지>는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朝佛修好通商條約) 이후 주한대리공사를 지낸 프랑스인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Victor Collin de Plancy, 1853∼1922)가 수집해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최초로 공개 전시했고, 프랑스의 동양학자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 1853~1935)이 저술한 「한국서지」(보유판 1901년, 3738번)에 게재됐다. 플랑시가 죽은 후, <직지>를 구입한 예술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Henri Vever, 1854∼1943)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됐고, 1952년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소장품 목록에 편입됐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 전시,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전시, 1973년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동양의 보물’ 전시에서 공개된 것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직지> 실물이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었다. 이번 공개는 무려 반세기 만의 일로, 이번 특별전에서 <직지>는 첫 번째 유물로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