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2023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발표 《2086: 우리는 어떻게?》…건축으로 마주하는 인구절벽ㆍ기후위기
[현장스케치] 2023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발표 《2086: 우리는 어떻게?》…건축으로 마주하는 인구절벽ㆍ기후위기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4.13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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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 이탈리아 현지 개막, 5.18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 5.20~11.26
‘기후 위기’를 불러일으킨 우리의 선택 마주하기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기후재난, 인류감소, 지방소멸 등 현재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미래는 참담하기만 하다. 현재 우리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위기, 극에 달한 빈부격차 등이 그런 미래를 상상할 수밖에 없게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류는 다가올 멸망을 그냥 기다리고만 있어야 할까? 올해 2023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은 인류가 ‘어떻게’ 현재를 인지하고, 미래를 맞이할지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만든다.

▲SoA, 빈집, 프로젝트 파괴적 창조_, 2023,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Texture on Texture 제공
▲SoA, 빈집, 프로젝트 <파괴적 창조>, 2023,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Texture on Texture 제공 (사진=아르코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 위원장 정병국, 이하 예술위)는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에서 오는 5월 20일에 개막하는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에서 선보일 한국관의 전시계획안을 발표했다.

간담회 현장에는 정소익 예술감독, 김월식 작가, 정재경 작가가 참여했으며 박경 예술감독은 줌을 통해 참석했다.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은 한국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공동 예술감독 체제로 준비됐으며, 《2086: 우리는 어떻게?》라는 주제로 세계 인구가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2086년에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에 관한 질문과 탐구를 보여준다.

《2086: 우리는 어떻게?》는 환경위기가 우리의 공동체와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인류 문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가정한다. 또한, 진정한 환경위기는 단지 해수면 상승과 지구 온난화, 대기 오염물질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실 우리의 신체와 정신 안에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우리가 산업화와 도시화, 현대화, 식민지화, 세계화를 통해서 무한한 물질적 쾌락을 좇는 파우스트적 이데올로기에 편승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건축과 도시는 이데올로기와 욕망을 드러내는 인류의 수단이자 표현이며 기록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지난 12일 전시소개를 하고 있는 정소익 예술감독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장소특정 프로젝트ㆍ관람객 참여 게임 프로그램

정소익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가 ‘환경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경제적인 이야기의 총체를 건드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 환경 위기 상황이 결국엔 우리의 선택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성장에 대한 무한한 욕망과도 같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순간이 ‘우리 인류가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 선택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관의 전시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선택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인지할 것을 촉구하고자 크게 장소특정적 프로젝트와 관람객 참여형 게임으로 구성됐다. 장소특정적 프로젝트는 한국의 국제도시 동인천, 소도시 군산, 경기도 마을 등 세 커뮤니티에 관한 사례연구를 바탕으로 미래에 우리가 살아갈 새로운 생태계에서 더 공감하고 성찰하는 삶을 상상한다. 커뮤니티별로 건축가와 지역사회 연구자로 이뤄진 프로젝트팀은 함께 작업하며 도시화와 현대화, 서구화가 이뤄지는 과정을 탐색하며 변증법적 과정에 비추어 2086년의 모습을 그려본다.

정 감독은 “장소특정프로젝트에서 ‘팀’을 구성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였다. 단순히 어떤 지역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 지역 전문가들과 함께하며 지역에 대한 정서를 작품 안에 담는 것이 중요한 시도였다”라고 설명했다.

▲Urban Terrains Lab, 지구-결속. 인천 항공 지도, 프로젝트 <미래로서의 폐허, 폐허로서의 미래>, 2023, 디지털 콜라주, 구글 지도 정보, Urban Terrains Lab 제공  (사진=아르코 제공)

동인천 지역은 지역 전문가 민운기(스페이스 빔)와 건축가 서예례(Urban Terrains Lab)가 함께 작업한 <미래로서의 폐허, 폐허로서의 미래>라는 작품으로 다뤄본다. 도시개발과 지역보존 사이 팽팽한 가치 대립 사안을 다뤄보면서, 나아가 과연 ‘개발’이라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닿아간다.

경기도 마을 지역은 지역 전문가 김월식과 건축가 팀 N H D M (황나현, 데이빋 유진 문)의 협업으로 경기도 마을 곳곳 다문화 커뮤니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본다. 김월식 작가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과 이번 프로젝트를 작업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겨울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동하는 ‘양지(陽地)’ 지도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었다. 빛이 드는 곳만을 찾아서 걸어가는 것이다. 그 지도를 만드는 과정을 영상에 담아봤다”라며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김 작가와 건축가 팀 N H D M (황나현, 데이빋 유진 문)은 이야기를 담은 콜라주 시리즈, 미래 공동체의 다양한 믿음을 아스키(ASCII)로 표현한 그림들, 이주민의 삶의 궤적을 드러내는 스토리텔링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컬렉션을 통해 이동과 이주라는 주제를 끌어낸다.

▲김월식, 샤먼, 2023, 단채널 비디오, 흑백, 2분 9초, 김월식 제공 (사진=아르코 제공)

군산 지역은 지역 전문가 팀 우당탕탕(윤주선, 채아람)과 강예린(서울대학교), SoA(이치훈)이 주축으로 군산 프로젝트 <파괴적 창조>를 진행했다. 군산프로젝트의 경우 군산 지역에서 일정기간 워크숍을 진행하며, 성장둔화로 빈집이 많아지는 군산에서 실제 그 빈집을 해체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탈리아 베니스 현장에는 군산 빈집에서 해체한 지붕을 실제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미래의 지역 쇠퇴를 준비하는 현장의 움직임, 지역 쇠퇴의 연착륙과 ‘곱게 늙어가기(well dying)’ 위한 공동의 노력을 다양한 기록물과 현장 재현을 통해 선보인다.

정 감독은 “세 곳의 지역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주제는 대동소이했다. ‘저성장과 지역붕괴’라는 키워드였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역과 맥락이 모두 다름에도 비슷한 주제 의식이 도출됐다는 것이 의미있는 성과였다고 본다”라며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를 전했다.

한국관에서 공개되는 장소특정적 프로젝트들은 방문객들이 전시를 관람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면, 게임 프로젝트는 방문객들이 전시에 참여하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을 제안한다. 미래 시나리오를 관람한 관객들은 TV 퀴즈쇼 형식의 <Together How 게임>을 통해 경제, 사회, 자원과 국토 등의 이슈 관련 14개의 질문에 응답하며 본인이 선택한 게임의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인의 선택-공동의 선택-사회 생태적 문제>의 연결 구조를 확인하며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위기와 인류 멸종 시나리오의 근원이 사실 우리의 몸과 정신 안에 있음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관람객 참여형 게임 프로젝트 구현 이미지, 아워레이보, Together How_ 게임 렌더링 이미지, 2023, 아워레이보 제공  (사진=아르코 제공)

“질문만 던지는 전시 괜찮은 것인가?”

전시 소개 이후 이뤄진 간담회에선 ‘건축’에 대한 원론적인 의미에 대한 질의와 비엔날레 전시 주제가 무엇인지, 주제가 너무나 형이상학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있었다. 비엔날레에선 ‘질문’을 하는 것에서 넘어서서 새로운 대안이나 답을 제안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였다.

먼저 ‘건축’ 전시인데, 공공미술 성격이 강한 전시 같다는 취재진의 질의에, 정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건축’이라는 것은 그 시대의 정치와 경제, 사회문화가 모두 담겨있는 것이다”라며 답을 시작했다. 정 감독은 “기자님이 생각하는 건축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대략적으로 상상은 되지만, 지금까지 나는 그런 건축전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건축은 물리적인 공간의 형태로 드러나지만, 그 안은 문화와 사회, 동시대의 담론들이 담겨 있다. 그런 내용이 없는 건축 전시는 재미가 없다고 본다. 건축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본다”라는 답을 했다.

기후 위기나 멸망을 대비하는 어떤 선명한 행동이 없이, 같이 생각해보고 질문을 하는 전시가 지금 필요한 것인지, 좀 더 구체적이고 선명한 전시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단순히 생각하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질문하는 것이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지난 12일 비대면으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는 박경 예술감독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정 감독은 ‘건축’이 어떤 해답을 줄 수 있고, 제시 할 수 있기도 하지만, 자신은 과연 그게 가능할지 의문을 품고 있다며 답을 전했다. 정 감독은 “도시 계획이라는 것은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했고, 현 시대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마주했다. 전시는 변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생각의 전환을 이끌고자 한다”라며 “주제와 작품이 형이상학적일 수는 있으나, ‘전시’의 물성도 동시에 중요하게 생각했다. 관객 참여형 게임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현재를 마주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지며, 현재 우리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닿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공동 예술감독인 박경 감독은 “건축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건축을 가지고 답을 제시하거나 미래를 계획을 해본다는 건 불가능하고, 준비하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번 전시가 지향하는 바를 설명했다.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은 미래의 실험실(The laboratory of the future)이라는 주제로 5월 20일부터 11월 26일까지 약 6개월 간 이탈리아 베니스 현지 카스텔로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개최된다. 한국관은 현지 시간으로 5월 18일 오후 4시 15분에 공식 개막식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