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한국 3대 테너’ 신영조 교수 별세…향년 80세
[부고]‘한국 3대 테너’ 신영조 교수 별세…향년 80세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4.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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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조 교수
▲신영조 교수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박인수, 엄정행과 함께 ‘한국의 3대 테너’로 불리며 1980, 90년대 한국 가곡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테너 신영조 한양대 명예교수가 지난 14일 뇌경색 투병 끝에 경기도 수원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0.

한국 가곡의 황금기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테너가수 故 신영조 교수는 한국가곡의 전성기였던 90년대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던 수천 회의 한국가곡 연주회에 출연했던 천상 노래꾼으로 본인의 독창회 2부는 반드시 한국가곡만으로 구성하는 원칙을 평생 고수해올 정도로 가곡을 사랑했다.

재직 중이었던 한양대학교 성악과에 국내 최초로 ‘한국가곡문헌’ 과목을 개설하는 등 평생 동안 한국가곡의 부흥과 학문화에 힘써왔다. 

고인은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 고유한 스타일을 지닌 뛰어난 성악가였다. 특히 유경환의 시에 박판길이 곡을 붙인 가곡 ‘산노을’은 그의 ‘전매특허’나 마찬가지였다. 엄정행에게 ‘목련화’가 있고, 박인수에게 ‘향수’가 있다면 신영조에겐 ‘산노을’이 있었다.

1943년 9월 경남 창녕 태생인 고인은 장충고 야구 선수로 활약하다 어깨를 다쳐 병상에서 라디오를 통해 클래식에 빠져들었다. 이후 1970년 한양대 오페레단 ‘리골렛토’의 만토바 공작 역으로 데뷔한 뒤 유학,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과 독일 뮌헨국립음대에서 수학했다. 독일 슈튜트가르트 오페라극장 주역 오디션에 합격하는가 하면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 국제성악콩쿠르를 입상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그러던 중 1975년 여름 오페라 ‘파우스트’의 파우스트 역을 제안받아 일시 귀국했다가 유려하게 하이C를 뽐내는 청아한 목소리로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단박에 성악계 스타가 되고, 당시 한양대학교 총장이었던 고 김연준 이사장에게 발탁돼 한양대 교수로 임용됐다.

귀국 이듬해 ‘마술피리’, ‘라보엠’, ‘로미오와 줄리엣’ 등 3편의 오페라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떨친 그는 국립오페라단 정단원으로 20여 년간 활동하며 오페라의 진수인 ‘라 트라비아타’ ‘리골렛토’, ‘쟌니스키키’, ‘돈조반니’, ‘사랑의묘약’ 등과 ‘춘향전’, ‘자명고’, ‘원술랑’, ‘원효대사’ 등 창작오페라까지 수십편의 오페라에 주역으로 활약했다.

음반도 다수 출반, 신영조 애창곡집 1,2.3, 바로크음악집, 데뷔 25주년 기념음반, 내마음의 노래1,2, 성가곡집 등 10여 개의 단독앨범이 있으며 1998년에는 故 콜린 데이비스 경 지휘로 런던심포니와 한국가곡 음반을 취입하기도 했다. 1991년에는 국내 최초 성악 부분 단독 여름음악캠프를 열어 2006년까지 16년 동안 개최하는 등 교육자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