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옻칠’ 다룬 미니 다큐 제작
서울공예박물관, ‘옻칠’ 다룬 미니 다큐 제작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4.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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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소재 기록화 사업’ 일환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자연에서 채취된 재료로 어떻게 공예 작품이 완성될 수 있을까.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이 자연의 옻나무가 ‘나전칠기’에 쓰이는 공예재료로 바뀌는 과정을 담은 미니 다큐 ‘옻나무에서 옻칠까지’ 9편을 제작하고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옻칠 채취’ 편, 안재호 화칠채취장의 화칠 채취 모습
▲‘옻칠 채취’ 편, 안재호 화칠채취장의 화칠 채취 모습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이번 미니 다큐는 서울공예박물관이 진행한 <공예 소재 기록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영상물로, 연구 성과물을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공예 소재 기록화 사업>은 공예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공예 재료’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장인이 자연의 소재를 가공하는 기술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조사·연구 사업이다. 박물관은 앞서 2019년부터 진행한 ‘초경공예’ 분야의 소재 연구 성과물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별전시 <이 땅의 풀로 엮는 초경공예>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미니 다큐의 주제인 ‘옻칠’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진액으로, 한국에서는 기원전 1세기 원삼국시대부터 공예재료로 사용한 흔적이 확인된다. 특히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나전칠기가 국가의 공식 외교 답례품과 의례 공예품으로 제작됐기에, 국가에서 옻칠의 생산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치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 중앙시험소’에서 실시한 옻칠 분석시험에서 한반도 옻칠의 우수성이 입증되기도 했다. 이처럼 옻칠은 나전칠기로 대표되는 한국 ‘칠공예’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영상은 ▲옻칠 채취(1~3편) ▲옻칠 정제(4~6편) ▲옻칠 활용(7~8편) ▲원주칠공예주식회사(9편)를 주제로 구성됐다. ‘옻칠 채취’를 주제로 한 세 편의 영상은 각각 원주의 ‘옻칠 채취’와 함양의 ‘화칠 채취’ 기술을 다룬다. 다음으로 옻나무에서 채취한 진액의 불순물을 거르고 공예품 제작에 적합하도록 가공하는 ‘옻칠 정제’ 기술을 보여준다. 지역별 대표 옻칠 정제 장인인 포천의 정수화 칠장(국가무형문화재), 논산의 문재필 칠장(충남 무형문화재), 남원의 박강용 칠장(전북 무형문화재)을 만나 공예 기술과 이야기를 기록했다. ‘옻칠 활용’에선 공예품 제작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사례를 소개한다. 옻칠의 단점을 보완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개발하는 ㈜더나인칼라 한종수 대표의 개량 연구도 담았다.

마지막으로 해방 이후 한국 최초의 옻칠 전문 민간회사였던 ‘원주칠공예주식회사’를 다룬다. 당시 연구부에 근무했던 강원도 무형문화재 박원동 칠정제장, 옻칠 채취 인부로 있었던 박현석 옻칠채취장을 만나 당시의 생생한 이야기를 채록해 기록한다.

▲‘옻칠 채취’ 편, 김부노 옻칠채취장의 옻칠 채취 모습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제공)

‘공예 기록영상(SeMoCA Records) 옻칠공예편’ 시리즈는 서울공예박물관 유튜브(@SeMoCA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예 기술 시연 과정과 함께 장인이 직접 들려주는 다양한 주제의 옻칠 이야기를 담았으며, 편당 15~20분 내외 길이이다.

박물관은 이번 <공예 소재 기록화 사업>에 이어 2023년에 옻칠공예를 주제로 ‘옻칠에서 공예품까지’ 재료와 제작과정을 시각적으로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실물 표본과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한 <한국공예상자(K-Craft Box)>를 제작할 계획도 밝혔다. ‘옻나무에서 옻칠까지’ 과정을 기록한 이번 미니다큐 시리즈와 연계해 공예품 제작의 전체 과정을 연결하고, 그동안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연구 성과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