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66
내가 어렸을 적,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말을 내세워 남녀가 같이 있기만 해도 말들이 많았다.
여기서 부동석이란 한자리에 합석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한 이불에 잠을 재우지 않는다는 뜻이 와전되어,
지금도 어르신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를 행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윤리를 유난히 강조했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21세기인 지금도
장터에 가면 할배들은 할배들끼리. 할매들은 할매들끼리 앉아있다.
여전히 內外(내외)하며 살아가고 있다.
윤리란 세상을 살아가는 바른 인간성이다.
장에 나오는 어르신을 지켜보면, 나도 모르게 키득키득 웃게 된다.
할배들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앉아있지만, 할매들은 장에서 산 물건을 서로 보여주며
오일만에 만난 이웃에게 자식 자랑도 하며, 영감님 흉도 보며 즐겁게 이야기한다.
아주 짧은 시간에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나눈다.
이것은 장터에서 만들어지는 따뜻한 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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