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제1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내달 4일 개막…“전국으로 나아가는 건강한 발걸음”
[현장리뷰]제1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내달 4일 개막…“전국으로 나아가는 건강한 발걸음”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4.26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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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트라비아타’·‘로베르토 데브뢰’·‘돈 조반니’ 등 8편 무대에
“대전 공연으로 지역화 시작”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내 최대 오페라 축제인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내달 4일부터 관객들과 만난다. 2010년부터 매해 예술의전당에서 관객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대한민국공연예술제 장르대표공연예술제 3년 차를 맞이하여 오페라 작품의 유통과 확산에 더욱 집중하고자 예술의전당뿐만 아니라, 롯데콘서트홀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총 8개 단체의 다채로운 작품을 준비했다.

▲신선섭(뒷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대한민국오페라축제추진단 대표 등 1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선섭(뒷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대한민국오페라축제추진단 대표 등 1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민국오페라축제추진단과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조직위원회는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월 4일부터 6월 25일까지 열리는 페스티벌에 기간 중 무대에 오를 작품들을 소개했다.

신선섭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4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개막작으로 선정했고, 음악적으로 가장 우수한 <로베르토 데브뢰>, <돈 조반니>, <일 트로바토레> 까지 전막 오페라를 올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되찾은 소중한 일상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오페라, 어린이 오페라 등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할 것”이라며 “올해는 처음으로 지역에서도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늘 페스티벌의 전국화를 꿈꿔왔는데, 이를 시작으로 지역 관객에게도 페스티벌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계기로 페스티벌이 전국화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축제의 오프닝 행사인 <오페라 갈라 콘서트>는 오는 5월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모브 아트컴퍼니 단장 겸 상임지휘자 양진모를 필두로 소프라노 김순영·박소영·김은희, 메조소프라노 최승현, 테너 신상근·최원휘, 바리톤 박정민·양준모 등이 총출동, 오케스트라 모브와 호흡을 맞춘다.

▲지난 2018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라 트라비아타’ 공연 장면 ⓒ(사)글로리아오페라단
▲지난 2018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라 트라비아타’ 공연 장면 ⓒ(사)글로리아오페라단

개막작은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5.19~21)다. 사랑과 이별, 죽음을 그리고 있는 베르디의 오페라로, 한 인간의 진실한 사랑을 보여준다. 이번 무대에서는 원작 '동백꽃 아가씨'의 동백꽃을 모티브로 삼아 극을 더욱 풍성하게 살려낸다. 오페라 전문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가 지휘봉을 잡고 이탈리아 ASSISI 시립극장에서 나비부인으로 데뷔한 최이순이 연출을 맡았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소프라노 홍혜란을 비롯해 소프라노 김은경, 테너 신상근·최원휘 등이 참여한다.

이어 라벨라오페라단은 <로베르토 데브뢰>(5.26~28)를 선보인다. 국내 초연작으로 <안나 볼레나>, <마리아 스투아르다>에 이은 도니제티의 ‘여왕 3부작’ 중 마지막 시리즈다. 라벨라오페라단은 이 작품의 전석 티켓을 1만 8000원이라는 파격적인 타임세일을 진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 오페라 공연에서 가장 비싼 좌석인 R석은 20만원 선으로 최대 9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 셈이다. 이 공연을 기획한 라벨라오페라단의 이강호 단장은 “1800여 석이 3분 만에 동났다. 해당 이벤트가 물론 제작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를 계기로 앞으로 오페라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긴 안목으로 추진하게 됐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돈 조반니’(2015) 공연 장면 ⓒ서울오페라앙상블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돈 조반니’(2015) 공연 장면 ⓒ서울오페라앙상블

서울오페라앙상블은 <돈 조반니>(6.2~4)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한국오페라의 거장 장수동이 연출을, 스페인 출신의 마에스트로 우나이 우레초 주비야가가 지휘를 맡는다. 이번 공연은 18세기가 아닌 21세기 아시아 가상의 항구도시 K로 배경에서 펼쳐지는 현대판 이야기로 꾸며졌다. 장수동 예술감독은 “지루한 레치타티보 세코(간단한 반주와 대사로 극의 전개를 전달하는 부분)를 줄여 러닝타임을 3분의 1이상 줄였다. 지루해할 만한 요소는 줄이고,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대사도 수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올해부터 외연을 넓혀 지역공연을 시작한다. 대전오페라단은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아치>(6.9~11)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지은주 대전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지방에도 좋은 오페라단이 많지만, 그럼에도 오페라는 ‘사양길’이라고 말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번 페스티벌 참여도 대전의 지원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오페라와 오페라페스티벌에 대한 지원이 좀 더 많아져 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대전오페라단 ‘토스카’(2018) ⓒ대전오페라단
▲대전오페라단 ‘토스카’(2018) ⓒ대전오페라단

폐막작은 국립오페라단이 준비한 <일 트로바토레>(6.22~25)다.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와 함께 베르디 중기 3대 작품으로 꼽히는 걸작이다. 일 트로바토레는 ‘중세 음유시인’이란 뜻이다. 이 작품은 15세기 초 스페인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피 튀기는 결투와 어머니의 복수를 대신하는 한 여인의 처절한 복수극이다.  ‘대장간의 합창’을 비롯해 테너의 폭발적인 고음을 맛볼 수 있다. 세계적 연출가 잔카를로 델 모나코와 솔티 지휘콩쿠르 우승자 레오나르도 시니가 호흡을 맞추고 이동환·강주원·국윤종·이범주·양송미·서선영·최웅조 등이 출연한다. 아울러,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마이오페라라이브를 통해 공연 기간 중 1회 온라인 공연을 제공한다.

지난해에 이어 어린이 오페라 2편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아트로는 5월 26∼28일 전래동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 오페라 <혹부리 할아버지의 노래주머니>를, 오페라팩토리는 6월 2∼4일 미국 작곡가 세이무어 바랍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안한 오페라 <빨간 모자와 늑대>를 공연한다. 박경태 오페라팩토리 예술감독은 “어린이 오페라는 어릴 때 작품을 접한 관객들이 나중에 커서 대형 오페라를 볼 수 있도록 관객층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신선섭 조직위원장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신선섭 조직위원장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올해로 14회째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지원으로 진행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기자들이 지적한 “몇몇 오페라단의 중복된 참여 및 참여단체 다양성 부족”과 “다양한 지역 오페라단 참여에 대한 아쉬움” 역시 결국엔 예산 문제로 귀결된다. 

신선섭 조직위원장은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공연되는 작품과 참여하는 단체의 다양성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훌륭한 단체들이 많다면 당연히 여러 군데를 컨택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 지난해 15개팀, 올해 12개팀이 지원했는데, 대극장 공연에 대한 부담과 영향을 덜 받는 팀들이 공모하고 선정되지 않았나 싶다”라며 “지금 예산으로는 각 단체에 가는 지원금이 말씀드리기 민망할 정도다. 지방 오페라단의 상황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대전은 지자체에서 받은 지원에 여유가 있어, 올해는 예산 지원 없이 초청의 형태로 참여하게 됐다.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으로 보다 다양한 단체의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오페라앙상블 장수동 예술감독은 “지금 예술의전당에서 무대 셋업중인 국립오페라단의 <맥베스> 예산은,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참여 단체 전체 예산의 2배다. 이는 국립오페라단의 예산이 많은 것이 아니라, 페스티벌에 배정되는 예산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라며 “오페라인들을 위한 축제는 오페라 생태계에 대한 기본적 예의와 이해가 있어야 진행 가능하다. 매년 비슷한 단체들이 작품이 올린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현재로썬 그 단체들만 공연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이야기가 나왔듯, 이제는 서울을 넘어 전국 단위로 축제가 확산되어야 한다. 건강하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