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칠 『불교미술의 시대정신』 증정식, 문화계 원로 모여 출간 축하 전해
손연칠 『불교미술의 시대정신』 증정식, 문화계 원로 모여 출간 축하 전해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5.03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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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손연칠 동국대 명예교수 “일랑 이종상 선생 가르침, 책 집필 계기돼”
이종상 화백 “청출어람 느껴, 보람찬 마음”
현실과 동떨어진 불교미술계 상황에 대한 우려와 개선책 모색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제10회 문화대상수상자(미술 부문)인 손연칠 동국대 명예교수 저서 『불교미술의 시대정신』(푸시킨하우스 刊)의 책 증정식이 지난 달 28일 국립현대미술관 내 두레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불교미술의 시대정신』 기증식 현장, 손연칠 교수가 스승 이종상 화백에게 책을 헌정했다 ⓒ최연하 사진가

이날 증정식은 손연칠 교수가 자신의 스승인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 회원)에게 책을 헌정하는 자리로 스승의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손연칠 교수가 평소 존경하는 스승과 선배, 지인들 20여 명을 초청했다. 공동저자인 손연칠 교수와 손문일작가(서울대 강사)를 비롯 고은 시인, 스승인 일랑 이종상 화백과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형군 불교평론 주간, 김선명 푸시킨하우스 발행인, 이은영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등이 참석했다. 증정식에서는 손 교수가 책 출판 과정과 참석자들과의 특별한 인연 등을 소개하며, 축하와 덕담의 자리로 의미를 더했다.

저자인 손 교수는 이번 책이 나오기까지 오롯이 스승인 일랑 이종상 화백의 가르침에 따라 절차탁마한 과정을 특히 강조했다. 손 교수는 “책에도 썼지만 내가 동국대학교에서 수학할 당시에는 불화는 물론 불교미술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없었다. 그러던 중 졸업하고 몇 년 만에 일랑 선생님을 만나 뵙고 처음으로 쟁틀 매는 방법에서부터 비단에 그리는 방법 등 고려 불화를 처음으로 모사할 수 있었다”라며 “불상과 불화를 공부하면서, 일랑 선생님으로부터 초상화 기법까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은 내 생에 큰 보람이었고, 이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책이 출간 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책에는 이당 김은호 선생으로 부터 일랑 선생으로 전승되어온 다양한 기법들이 소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일랑 이종상 선생이 이끌어 온 가톨릭 미술의 현대화 작업을 언급하며, 불교 미술의 현대화를 사명처럼 여기고 있었던 시간을 언급했다. 그는 “이번에 책에도 나왔지만 인물화를 일랑 선생님에게 배우면서, 선생님은 내게 ‘불교 미술은 왜 이리 안 바뀌냐’하는 개탄을 표했는데, 그 시간들이 계기가 돼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종상. 수원 영통성당, 2008. 교회미술의 대표적인 현대화 사례다. 주위의 목재 바탕색과 조화된 앞면 벽, 동유화의 황금빛이 마치 불교의 화엄장 세계를 나타낸 듯 찬연하다.(사진=손연칠 교수)
이종상. 수원 영통성당, 2008. 교회미술의 대표적인 현대화 사례다. 주위의 목재 바탕색과 조화된 앞면 벽, 동유화의 황금빛이 마치 불교의 화엄장 세계를 나타낸 듯 찬연하다.(사진=손연칠 교수)

책을 집필하게 된 과정을 전한 손 교수는 증정식에 초청한 고 시인, 김 이사장, 윤 전 관장등과의 인연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손 교수는 김 이사장은 자신의 첫 개인전을 도와준 은사라며 소개를 전했다. 그는 “김 이사장님을 처음 만난 때가, 내가 첫 개인전을 할 때였다. 대학 선배로, 부석사 조사당 벽화 복원 관련, 내 기사를 읽고 전화를 주셨던 김 이사장을 찾아갔다. 감로탱화를 현대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 때 김 이사장이 비용을 전부 대주시고, 그 뒤부터는 내 은사로, 삶의 지침판으로 자리 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 교수는 김 이사장이 후원한 전시에 대한 일화를 전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수가 돼 지방대에 5년 정도 근무하면서, 개인전을 준비했다. 그림 30점을 완성해 일랑 선생을 찾아갔는데, 선생이 하는 말씀이 ‘너는 작품이 그동안 하나도 안 변했냐’였다. 그리고 일랑 선생이 자신의 그림을 보여줬는데, 거기서 충격을 받았다. 그 길로 돌아와서 내가 여태껏 작업한 30점의 작품을 모두 불태우고 다시 작업했다. 그것이 감로탱화 현대화 작업이었다”라며 스승의 따끔한 가르침을 회상했다. 손 교수는 일랑 선생의 일화를 전하고, 고 시인의 추천사와 윤 전 관장의 연구들을 언급하며 책 집필과정의 큰 도움이었다고 말했다.

증정식에 참석한 일랑 선생은 “트집 좀 잡아보려고(웃음), 이 책을 내가 한 세 번을 읽어봤다. 그런데 고칠 것이 없었다. ‘청출어람 했구나’ 싶었고, 이런 제자를 뒀다는 것 자체가, 내가 평생 교육 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보람차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라며 기쁜 마음을 표했다.

김 이사장은 施人愼勿念 受施愼勿忘(시인신물념 수시신물망/남에게 베푼 것은 부디 기억하지 말고, 남에게 받은 은혜는 모쪼록 잊지 말라)이라는 고대 중국 후한의 유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원의 문장을 인용하며, 손 교수가 받은 것을 잊지 않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찬사를 전했다.

▲『불교미술의 시대정신』 기증식 참석자들 ⓒ최연하 사진가

이번 『불교미술의 시대정신』의 추천사를 쓴 고은 시인은 자신의 첫 책의 출판과정에서 화재를 입었던 경험과 손 교수의 과정의 비슷함을 언급하며, 손 교수 작품에 대한 찬사를 전했다. 고 시인은 “감로탱 작품을 하나 본 적이 있었다. 온몸이 감전될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이번에 책이 출간되면서, 몇 마디를 보탰는데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후회를 하기에 참회하는 마음으로 다음에 ‘손연칠론’을 내가 한 번 쓰도록 공약을 걸겠다”라고 말했다.

윤 전 관장은 “손 교수는 작가로 훌륭한 작품 많이 보여주고, 또 불교 미술을 현대화하는 데 앞장서서 움직여 이런 좋은 책을 엮었다. 사실 내가 할 일을 대신 해준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이론 작업은 글쟁이가 해야 되는데, 안 되니까 손 교수가 그림 그리다 말고 원고를 쓴 것 같다. 아마 후배들한테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고, 전통을 어떻게 현대화하는가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되는 책이 될 것이다”라고 책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이날 이번 손 교수의 책을 출간한 푸쉬킨 출판사의 김선명 대표가 러시아 대문호 푸쉬킨의 시를 러시아어와 우리말로 낭송해 기증식의 분위기를 한껏 띄우기도 했다.

한편 손연칠 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여전히 과거에 안주하고 있는 불교계와 불교미술의 현실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책을 통해 “사찰을 방문하게 되면 우리에게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가장 쉽게 다가오는 것이 미술 영역이다. 불교미술의 목적은 시대에 따라 포교와 교화에 적합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원들은 그동안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구시대 미술에 안주함으로써 이 시대의 불교미술은 현대미술사에서 이미 도태된 지 오래 일 뿐만 아니라 젊은 신세대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갈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는 불교 미술에서 변화가 없다면, 역사 속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 본 것이다.

저자는 한국 불교미술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도로, 이 책을 선보이고 있다. 먼저 근, 현대에서 시대정신을 담보한 불교미술을 조사해 실으면서 ‘불교미술’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정리한다. 그리고 불교미술 작가인 자신의 시선으로 한국 불교미술의 문제점도 짚었다.

「불교미술의 시대정신」은 <Ⅰ. 한국 근ㆍ현대 불교미술>로 시작해, <Ⅱ. 일본의 근ㆍ현대 불교미술>, <Ⅲ. 중국의 미술정책과 미술교육>, <Ⅳ일본, 중국의 미술교육과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차별점>, <Ⅴ. 한국 가톨릭 교회미술의 부흥>, <Ⅵ. 조사 진영> 순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