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 한국인에게 ‘조기ㆍ명태ㆍ멸치’는 어떤 의미일까
국립민속박물관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 한국인에게 ‘조기ㆍ명태ㆍ멸치’는 어떤 의미일까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5.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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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실 1, 오는 8월 15일까지
한국인의 삶터로 채워진 다큐멘터리 형식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인 밥상에 자주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어류 조기·명태·멸치를 주제로 한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오는 8월 15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1에서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을 개최한다. 조기ㆍ명태ㆍ멸치가 지닌 문화적 의미를 찾고, 현재 우리 바다가 처한 상황까지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전시다.

▲명태 면사 그물 | 길이 400 | 1980년대
▲명태 면사 그물 | 길이 400 | 1980년대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전시는 우리나라가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세계 1위’라는 점을 언급하며 시작된다. 그중 조기, 명태, 멸치를 향한 한국인의 사랑이 남다름 또한 짚는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 조명치의 어획ㆍ가공ㆍ유통ㆍ판매 그리고 이들과 연관된 한국인의 삶 이야기, 조명치가 한국인에게 주는 의미가 이번 전시 내용이다.

해양문화를 조사ㆍ연구하고 있는 학예연구사가 기획을 맡았다. 국내에서 최초 공개되는 1940년대 촬영한 명태 관련 영상과 바다에서 들리는 조기의 울음소리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와 각종 해양문화를 소개하는 170여 점의 전시품이 공개된다.

전시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구성됐다. 우리의 밥상에서 시작해, 선원, 황태 덕장 사람들, 어시장 상인, 위판장 경매사와 중도매인, 시장 상인, 조리사 등 조기ㆍ명태ㆍ멸치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 전시 전경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밥상 위의 조명치>에선 우리네 음식으로 가까이 존재한 조명치를 다뤄 본다. ▲일상 음식 ▲맛의 지휘자 ▲제의 음식을 소주제로 밥상 위 ‘조명치’에 주목한다.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멸치에 대해 “이 물고기로는 국이나 젓갈을 만들며, 말려서 포도 만든다. 때로는 말려서 고기잡이의 미끼로 사용하기도 한다. 가거도에서 잡히는 멸치는 몸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겨울에도 잡힌다. 그러나 관동에서 잡히는 멸치보다 못하다. 살펴보니 요즘 멸치는 젓갈용으로도 쓰고, 말려서 각종 양념으로도 사용하는데 선물용으로는 천한 물고기다”라고 기록했다. 이외 다양한 사료를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 속 조명치 역할을 알아볼 수 있다.

▲자갈치 시장, 어시장과 어물전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부. 뭍으로 오른 조명치>에서는 어획된 이후 조명치의 유통ㆍ가공ㆍ판매 등의 과정을 살펴본다. ▲어시장과 어물전 ▲위판과 파시 ▲말리고 담그고를 소주제로 전시가 기획됐다. ‘봄에 잡으면 춘태, 가을에 잡으면 추태,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 새끼는 노가리, 갓 잡으면 생태,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 반쯤 말리면 코다리,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면 황태...’ 등 어획시기, 어획방법, 크기, 건조 정도 등에 따라 명태를 부르는 이름은 60개에 이른다. 이규경(李圭景,1788~1856)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명태는 추석부터 많이 잡혀서 그물질 한 번에 배가 가득 차 산더미처럼 쌓인다.”라고 했고, 서유구는 「난호어목지」에서 “원산은 사방으로 장사꾼이 모여드는 곳이다. 명태 운송은 동해 물길을 따르고, 말로 실어 나르는 길은 철령을 넘는데 밤낮으로 그치지 않고 이어져 나라에 넘쳐난다”라는 기록을 남겼다. 우리네 삶과 밀접했던 조명치를 만나본다.

▲전라도무장현도 | 조선 후기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3부 조명치의 바다>에선 조명치의 지금을 마주할 수 있다. 조기, 명태, 멸치의 공간인 ‘바다’를 보고, 환경에 관한 이야기도 꺼내본다. 조기는 원래 울음소리가 있다고 한다. 개구리 우는 소리와 비슷한데 지금은 그 소리를 듣기 어렵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바다 환경이 변해 조기가 서해로 북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맛과 모양새가 비슷한 물고기를 찾아서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가서 수입하는 상황이다. 한때 한반도에서 가장 많이 잡힌 명태도 이제는 동해에서 볼 수 없다. 동해에서 명태 어획량은 ‘0’이므로 100% 외국에서 들여온다. 2022년 수산물 총수입 121만 7,969톤 중에서 냉동 명태 수입이 33만 6,287톤에 달한다. 동해에서 단 한 마리의 명태도 잡히지 않지만, 소비량은 오히려 증가한 상황 속 우리는 해양생태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은 정숙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전시가 아닌 생업현장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비린내 가득한 전시라고 소개한다. 박물관은 “K-컬쳐 콘텐츠의 본산인 국립민속박물관이 야심차게 준비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전시다. 삼면이 바다인 해양민족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