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우리나라 무용전문 월간지 3종 비교 평가
[이근수의 무용평론]우리나라 무용전문 월간지 3종 비교 평가
  •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5.0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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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지와 ‘몸’지, ‘댄스포럼’의 차별화된 특성을 어떻게 정의할까?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매달 세 권의 무용전문지가 집으로 우송되어온다. ‘춤’지가 가장 먼저 도착한 다음 ‘댄스 포럼’이 오고 ‘몸’지는 하순이 되어야 배달된다. 유료 구독하는 잡지는 이 중 한 권뿐이고 다른 두 권은 평론가에게 보내오는 증정본이다. 세 권 잡지는 판매가격이 5천원, 9천원, 1만원이고 판형도 신국판, 국배판, 국배판변형 등으로 각각 다르다. 편집자가 선택하는 기사 내용과 편집방침이 전혀 달라 각 잡지가 지향하는 중심 가치가 차별화되어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올해 1~3월까지 발행된 잡지에 수록된 기사 내용을 대상으로 잡지의 특성을 찾아보았다. 

1966년 7월에 창간호를 냈다가 10년이 지난 1976년 3월부터 월간지로 재창간한 ‘춤’지는 무용전문지의 고전이다. 올 3월 47주년 기념호(지령 565호)를 발간했다. 발행인은 고인이 된 조동화(趙東華, 1922~2014) 님에서 조유현으로 바뀌었지만 창간 시의 판형을 유지하면서 작은 활자체에 컬러사진을 싣지 않는 보수적인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또 다른 가족인 조은경이 주간을 맡고 있다. 1993년 3월 창간한 ‘몸’지는 3월호로서 30주년 기념호(지령 339호)를 냈다. 창간인 김매자가 발행인과 편집인이고 평론가인 김남수가 편집장을 맡고 있다. 이보다 5년 늦은 1998년, ‘춤’에서 독립한 김경애가 창간한 ‘댄스 포럼’도 25년 세월이 흘러 지령 282호인 3월호를 냈다. 김경애가 발행 편집인 겸 평론가로 여전히 왕성한 집필활동을 계속하고 최근 평론가로 데뷔한 윤대성이 편집장이다. 

‘춤’지는 매호 156면을 발행하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평론의 비중이 작다는 것이다. 주로 무용평론가 심정민이 월간 공연계 전반을 아우르며 종합적인 평을 쓰는데 전체 지면의 8%에 불과하다. ‘관무기’란 이름으로 수록되는 에세이식 글을 모두 포함해도 12%를 넘지 않는다. 매달 빠짐없이 진행되는 ‘이달의 좌담’ 녹취록이 22면(14%) 정도를 차지하고 각종 논단과 에세이류가 18%, 그밖에 국내외 춤 정보와 광고가 13%가량을 차지한다. 지면 중 가장 많은 면수가 ‘춤스크랩북’에 할당된다. 창간인이 1950년대부터 발표했던 에세이, 평문. 기사 들이 원문 그대로 실리는데 수록되는 분량은 매호 22~33면으로 평균적으로 전체 지면의 17%가량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매호 마다 고인의 추모 특집이 실리고 있다는 인상도 줄 수 있을 것이다. ‘ㅇㅇ살롱’등의 이름으로 게재되는 칼럼을 비롯한 일반 문화적 혹은 시사적인 기사들도 매호 30면 내외(20%)를 구성한다. 무용과 직접 관련 없는 글들이 대략적으로 전체지면의 40%를 상회하는 것은 ‘춤’지만이 갖는 독특함이다.  

‘몸’지는 매달 80~96면을 발행한다. 지난 3개월 평균 분량 면에서 볼 때 무용을 주제로 하는 논단이 전체 지면의 30%가량이고 무용가 인터뷰와 좌담이 28%를 차지한다. 국내 춤 정보와 무용가 동정, 광고를 합한 비율이 20%이고 전체 지면의 15% 이상이 무용 평론에 할애된다. 문애령, 박성혜, 정옥희, 윤지현, 이지현 등 5명의 평론가가 무용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화된 필진을 구축하고 세밀하고 객관화된 논지를 펼치는 것이 ‘몸’지의 특색인 동시에 강점이다. 평론을 중심축으로 논단과 공연작품 소개, 무용계 동정 등을 균형감 있게 배치하고 한눈을 팔지 않는 외골수적인 편집방침을 고수하면서 정통무용전문지의 전형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댄스포럼’은 매호 100~120면 내외를 발행한다. 2월호엔 30면 정도의 영문판이 포함되었다. 국문판만을 볼 때 김호연과 김경애가 주로 집필하는 공연 리뷰 20%, 특정된 필자들이 기고하는 다양한 주제의 수필과 논단이 24%가량을 차지한다. 작가인터뷰 12%, 국내외 춤 정보 및 광고 15%, 특집 성격을 가진 공연소개가 20% 내외다. 대형 전면 사진을 포함한 화려한 지면 구성으로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는 편집방침이 ‘춤’지와 대조적이다. 신세대 젊은 독자들의 시선을 끌면서 보는 잡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 댄스 포럼에 대한 인상이다. 

이러한 비교내용은 다음 표와 같이 요약 표시될 수 있을 것이다.(3개월 평균 % 단위)

관점에 따라 분류기준에 차이는 있겠지만 위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볼 때 3종의 무용전문지는 각각 <무용을 바탕으로 한 보수적인 종합문예지>, <평론의 품격을 중시하는 정통무용전문지>, 그리고 <상업주의 원칙에 충실한 신세대 무용 잡지>라고 정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