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뉴아시아오페라단, 제주에 오페라 매력 스며들게 하다
[공연리뷰]뉴아시아오페라단, 제주에 오페라 매력 스며들게 하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23.05.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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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학생문화원 기획, 뉴아시아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공연 대성공
진정한 오페라 예술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 만들어
관객에 재미와 감동으로 지역 오페라 향유층 확장 효과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겸 대표기자

제주학생문화원(원장 이금남, 이하 학생문화원)이 기획한 뉴아시아오페라단(단장 그레이스 조)이 지난 25일 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올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부제: ‘오월동백, 사랑으로 다시 피다’)가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기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학생문화원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제주교육가족’을 전석 초대해 열린 기획공연이다. <라 트라비아타>는 높은 작품성으로 제주도에서는 보기 드문 정통 오페라를 콘서트오페라 형식으로 선보인 특별한 무대였다. 

두 시간 여 진행된 이번 공연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감동과 인상을 전달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는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들의 표정에서 잘 드러났다. 처음으로 오페라를 봤다는 관객이 대다수였고, 이들은 “오페라가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적일 줄 몰랐다”라는 반응이었다.

현직 교사라고 밝힌 한 관객은 “뮤지컬은 가끔 보긴 했지만, 오페라에 대해서는 '막연히 어렵고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선뜻 공연장을 찾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라면서 “앞으로 오페라 공연장도 자주 찾을 것 같다” 라고 밝혔다. 부부가 나란히 공연장을 찾은 학부모는 “공연 내내 집중해서 봤다” 라며 “내용을 잘 몰랐는데, 자막에서 친절하게 해설까지 덧붙여줘서 공연에 몰입할 수 있어 더 큰 감동을 받았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학생문화원이 기획하고 뉴아시아오페라단이 지난 25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올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사진=뉴아시아오페라단)
▲제주학생문화원이 기획하고 뉴아시아오페라단이 지난 25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올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사진=뉴아시아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는 14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사랑과 희생을 주제로 한 비극적 작품으로,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품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제1장은 '사랑', 제2장은 '불신과 갈등', 제3장은 '희생과 죽음'을 다룬다. 이번 공연에서 주요 아리아로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축배의 노래(Libiamo ne' lieti calici)를 시작으로 1막 2장 ‘아! 그이인가’(Ah, fors'è lui... Sempre libera)’, 2막1장 ‘그녀없이는 내게 기쁨이 없네(Lunge da lei per me non v‘ha diletto!)’,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Di Provenza il mar, il suol chi dal cor ti cancellò)’, 3막 ‘지난 나날들이여 안녕(Addio, del passato bei sogni ridenti)’이 연주됐다. 

이번 공연은 예술총감독에 그레이스조 단장, 연출에 이효석, 조연출 김희진, 음악은 제주프라임필오케스트라(지휘 허대식)가 맡았다.

▲제주학생문화원이 기획하고 뉴아시아오페라단이 지난 25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올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사진=뉴아시아오페라단)
▲제주학생문화원이 기획하고 뉴아시아오페라단이 지난 25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올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사진=뉴아시아오페라단)

전체 공연은 비올레타가 이끌어 가는데, 주인공 비올레타 역의 소프라노 박현진이 시종일관 안정된 호흡으로 무대에 힘을 주었다. 프랑스 파리 사교계의 코르티잔(사교계의 꽃)으로 1막에서 파티의 주인공으로 도도함을 한껏 과시하는데 이어 알프레도와의 신분 차이를 넘어선 사랑과 갈등의 애틋한 감정선을 아름다운 음색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에게 첫눈에 반한 젊은 귀족 남성으로, 테너 권재희가 알프레도 역을 맡아 밝고 감성적인 연기와 풍부한 음색으로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1막과 3막에서는 열정적이고 로맨틱함을, 2막에서는 과격하고도 비겁한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끝까지 비올레타와 호흡을 잘 유지하며 주목 받았다. 알프레도의 아버지인 제르몽은 명예에 집착하는 인물로서 바리톤 김기환이 열연했다. 플로라(메조소프라노 김민지),가스통(테너 최용준), 듀플(바리톤 김경한), 마르께제(베이스 김정대), 도토레(베이스 신명준), 안니나(소프라노 한지민)등 조연들의 활약도 빛났다. 톡톡 튀는 안무를 선보인 뉴아시아무용단도 제 몫을 다했다.

▲제주학생문화원이 기획하고 뉴아시아오페라단이 지난 25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올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사진=뉴아시아오페라단)
▲제주학생문화원이 기획하고 뉴아시아오페라단이 지난 25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올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사진=뉴아시아오페라단)

그러나 1막 2장에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함께 파리 교외의 저택에서 사랑의 도피를 시작한 후 단 한 차례도 두 사람의 듀엣 무대가 없어 허니문의 달콤한 분위기를 보여주지 못 한 것은 상당한 아쉬움이었다. 2막1장의 비올레타와 제르몽의 듀엣은 길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이 부분을 줄이고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허니문 듀엣 장면을 넣었으면 휠씬 더 짜임새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영상으로 처리된 배경화면도 전체적으로 좀 더 선명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다음 공연에는 이런 점들을 참고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기대해 볼 만하겠다.

▲제주학생문화원이 기획하고 뉴아시아오페라단이 지난 25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올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커튼콜 장면.(사진=뉴아시아오페라단)
▲제주학생문화원이 기획하고 뉴아시아오페라단이 지난 25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올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커튼콜 장면.(사진=제주학생문화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공연에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오페라공연장이 아닌, 일반 극장에서(심지어 음향 반사판도 없는) 가수들의 흡인력 있는 가창력과 오케스트라의 조화, 격조있는 의상과 소품이 받쳐주면서 관객들에게 오페라의 진정한 매력을 전달했다는 점이다. 관객들에게 오페라의 줄거리와 장면에 대한 이해를 도운 것도 매우 칭찬할 만하다. 오페라단은 기존에 하나의 스크린으로 보여주던 자막을 하나 더 추가해 무대 양쪽에서 볼 수 있게 하는 세심한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재미와 감동으로 제주도민들과 오페라와의 거리를 매우 가까워지게 했다.

학생문화원은 이번 공연을 통해 제주도 내의 예술 및 문화 활동의 다양성과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통해 교직원과 학부모들의 문화적 삶을 풍요롭게 하고, 이는 곧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요한 교육의 한 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제주학생문화원(원장 이금남, 사진 가운데줄 좌측5)이 기획하고 뉴아시아오페라단(단장 그레이스조, 사진 가운데줄 좌측4)이 지난 25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올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요 출연진과 이효석 연출(가운데줄 우측4), 관객들이 포토월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사진=제주학생문화원)
▲제주학생문화원(원장 이금남, 사진 가운데줄 좌측5)이 기획하고 뉴아시아오페라단(단장 그레이스조, 사진 가운데줄 좌측4)이 지난 25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올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요 출연진과 이효석 연출(가운데줄 우측4), 관객들이 포토월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사진=제주학생문화원)

이금남 원장은 “공연을 올리기 전까지 여러 걱정도 많았는데, 관객들의 호평에 ‘오월의 선물’로 기획했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며 공연을 올려준 뉴아시아오페라단의 출연진과 오케스트라, 무용단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의 꽃’이라지만 무대에 올리기는 쉽지 않다. 품격있는 예술작품을 향한 열정과 아낌없는 노력으로 이번 공연을 과감히 기획한 학생문화원과 뉴아시아오페라단, 출연진, 스텝 모두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