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평화의 밭을 일구며”…불기 2567년 연등회ㆍ법요식 등 개최
“마음에 평화의 밭을 일구며”…불기 2567년 연등회ㆍ법요식 등 개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5.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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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불기 2567년 부처님 탄생을 기념하며 대규모 연등 행렬을 비롯한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4년 만에 코로나19의 제약에서 벗어나 전국 각지에서 진행됐다. 

▲서울 도심을 수놓은 대규모 연등행렬
▲서울 도심을 수놓은 대규모 연등행렬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 앞뒀던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에서 출발해 1호선 종각역 사거리를 거쳐 조계사까지 약 2.8km 구간을 이동하는 도심 연등행렬을 시작으로 ‘2023 연등회’가 개막했다. 

우선 첫 행사로 20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봉행된 연등법회 및 어울림마당이 시작을 알렸다. 이날 법회에는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해 원로회의부의장 일면스님과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 호계원장 보광스님, 중앙종무기관 부·실장스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각 종단 대표 등이 참석해 아기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을 행하고 연등행렬의 의미를 밝히며 온 인류의 건강과 평화를 기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연등 행렬 시작에 앞서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열린 연등법회에서 “지금 이 세상은 물질의 편리함에 인류의 정신이 구속되어 이기적인 탐욕 추구가 정당화되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탐욕으로 불타오르는 고통의 세상에서 신음하는 중생을 건지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온 생명 모두 존귀하니 고통 속에 있는 중생 모두를 평안케 하리라는 말씀은 혁신적인 평등의 선언이며 일제 차별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겠다는 간절한 평화의 선언이다. 부처님 오신 뜻을 바로 알고 실천할 때 개인은 마음의 평화를 이루고 세상은 조화와 상생의 기쁨을 누릴 것”이라고 전했다.

연등회의 하이라이트인 연등행렬은 국방부 취타대와 전통의장대가 행진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각지의 사찰 등 60개 단체 소속 약 5만 명이 1인당 연등을 1∼2개씩 들고 형형색색 불빛으로 종로를 수놓았다.

연꽃, 국화꽃, 수박, 초승달, 별, 호랑이, 코끼리, 불경, 범종, 싯다르타의 탄생지인 룸비니동산 등 다양한 소재를 형상화한 연등이 개성을 뽐냈다.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제작한 지구 모양의 등도 행렬에 함께했다. 태국ㆍ네팔ㆍ대만ㆍ스리랑카ㆍ방글라데시ㆍ몽골ㆍ미얀마ㆍ베트남 등 외국 불교 참가단은 이국적인 복장이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행진했다.

이날 연등 행렬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수준으로 크게 열렸다. 2020년 연등회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으나, 그 핵심 행사인 연등 행렬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한동안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올해의 약 70% 규모로 재개된 연등 행렬은, 올해 2019년 이전 수준인 5만 명 규모로 진행됐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연등행렬에 참석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이야기하고 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연등행렬에 참석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이야기하고 있다

당일인 27일에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법요식) 행사가 4년 만에 코로나19의 제약에서 벗어나 전국 각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됐다. 특히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에서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1만여 명의 인파가 현장에 몰렸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장 자광스님을 비롯해 총무원장 진우스님, 불교계의 여러 원로의원 스님, 중앙종회의원 스님 등이 참석했다. 정·관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정치인 및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함께했다.

올해 조계사 법요식은 어린이·청소년·청년·장년·노년 등 연령별 신도 각 2인을 초청해 헌화자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적극적인 포교를 통해 불교를 중흥하자는 염원을 나타낸 것이다. 행사는 ▲도량결계의식 ▲육법공양 ▲명고, 명종의식 ▲관불 및 마정수기 ▲육법공양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의 축원 ▲불자대상 시상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봉축사 ▲윤석열 대통령 축사 ▲종정예하 법어 ▲발원문 등의 순서로 진행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코로나 감염병에서 완전히 벗어나 온전한 부처님오신날을 맞게 됐다”라며 “어려움을 극복한 주인공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를 배려한 따뜻한 마음, 희생정신, 자비심이 우리 모두를 구했다. 모든 국민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봉축 표어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을 인용하며 “우리 정부가 지향하는 인권 존중과 약자 보호, 세계 평화의 국정철학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축사했다.

조계종 최고지도자인 종정 성파스님은 자광스님이 대독한 봉축법어에서 “자성을 통해 무생의 면목을 깨달은 분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해탈과 안락을 얻을 것이요, 탐욕 속에 자리하고 있는 이타적 덕성을 깨달은 분은 함께 아파하고 치유하는 보살의 대기용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