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다티스트(DArtist)’ 김영진 작가 개인전 개최
‘2023 다티스트(DArtist)’ 김영진 작가 개인전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6.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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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가 어디에요?》展, 오는 9월 10일 까지
‘대구현대미술제’ 5회 모두 참여한, 한국 1세대 설치미술가 조명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대구미술가를 연구해 그 역량을 국내외에 알리고자 2021년부터 시작한 대구미술관 프로젝트 ‘다티스트(DArtist, Daegu Artist)’ 전시가 준비됐다. 대구미술관은 지난해 ‘2023 다티스트(DArtist)’에 선정된 김영진 작가의 개인전 《출구가 어디에요?》를 지난 6일 시작해 오는 9월 10일까지 대구미술관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개최한다. 전시 뿐만 아니라 전시연계 프로그램인 ‘작가와 비평가의 대화’(1부: 김영진, 홍가이, 2부: 김영진, 김복영)와 퍼포먼스(무용가 이정우 외)가 6월 8일 2시부터 5시 30분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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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2015-3, Polyester, bronze, heat, 210×210×350cm, 120×55×40cm×21ea, 2015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다티스트(DArtist, Daegu Artist)’는 2021년부터 시작한 대구미술관 프로젝트로 대구·경북에 거주하거나 출향(出鄕)한 작가 중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지속하는 작가를 선정해 개인전, 학술행사, 아카이브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21년 정은주, 차규선, 차계남, 2022년 박창서, 이교준에 이어 2023년 다티스트 작가로 선정된 작가는 김영진(金永鎭, Kim Youngjin, 1946~)으로 한국 1세대 설치미술가다.

김영진은 설치미술이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1960년대 초부터 설치미술,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와 공간의 관계를 과감하게 실험해왔다. 김영진에게 ‘실험’은 창작의 동력이자 세계의 상황에 대응하여 문제의식들을 미술 행위로 이어주는 중요한 태도다.

▲김영진, 1978-10-3, photograph, plaster, 150x60x250cm, 1978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1960년대 김영진은 서울에서 공간 ‘빌라다르’를 열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영화, 음악, 미술, 연극 등에 걸친 문화운동을 펼쳤으며, 1970년대 ‘서 있는 바람기둥’, ‘수혈’ 등 실험적인 설치작업을 ‘앙데팡당’ 전시에 선보이며 미술계 신화로 회자됐다.

또한 작가는 전국 규모의 집단적 실험 미술운동이었던 대구현대미술제에 5회 모두 참여했던 미술가 8인(김영진, 김용민, 김용익, 박현기, 이강소, 이건용, 최병소, 황현욱)중 1명이었으며, 1978년 제4회 대구현대미술제 3부 ‘비디오 & 필름’전에 국내 최초로 실험적 비디오를 출품한 5인(김영진, 박현기, 이강소, 최병소, 이현재) 중 1명이었다.

이번 대구미술관 전시 《출구가 어디에요?》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도전을 50여 년간 해온 김영진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해본다. 1974년 《앙데팡당전》, 《대구현대미술제》에서 처음 공개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설치작업과 1978년 《비디오 & 필름》전의 출품작 중 1편인 신체 드로잉 비디오를 소개한다. 또한 신체의 오목한 부위를 석고로 떠내는 행위의 흔적을 설치한 작업, 사진과 불상(佛像) 오브제, LED 빛을 소재로 한 설치작업 등 작품 60여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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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2022-4, polyester, installation, 400×900×50cm 15pcs., 2022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선큰가든’ 공간에선,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작가의 주변 인물을 음각으로 뜬 <2002(마스크-음각)>을 만날 수 있다. 가로 30미터의 U자 공간에 펼쳐진 얼굴 마스크 1,170점은 관람객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도록 착시 설계해 감상자와 감각적 혹은 시각적인 교감을 유도한다. 이어지는 3전시실에서는 의인화된 통닭구이 조형물과 피에타상이 전시된다. 창밖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쓰러져 있는 남성을 받치고 있는 부처의 모습을 통해 인류 사랑에 대한 실천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한다.

2전시실 5개 공간에는 1974년 이후 제작한 작가의 입체 설치작업, 오브제, 사진, 비디오 영상물을 전시한다. 비디오 영상 <1978-2-1, Drawing(1978)>은 100×100㎝ 크기의 투명한 유리 표면에 작가의 몸 일부분을 밀착시키고 유리와 몸이 맞닿는 부분에 생긴 압착 자국의 외곽을 따라 유성펜으로 그리는 드로잉 행위를 촬영한 영상이다. 손, 발, 종아리, 엉덩이, 등, 배, 어깨, 가슴, 얼굴 등의 신체 부위를 대상으로 신체 행위와 흔적을 비디오의 시간성과 결속시킨 이 작업은 이후 작가 자신의 신체 부분이 맞닿아 생기는 오목한 공간에 의료용 석고 액체를 수평이 되도록 채워서 떠내는 <1978-10, plaster> 작업과 연결된다.

특히 2018년부터 시작한 불상 작업과 불상에 빛을 더한 작업은 ‘관념’에 관해 또 다른 출구를 찾는 작가의 질문으로 보인다. 최근 LED 설치작업도 시각적인 빛 덩어리를 구축하여 현실을 초월하려는 ‘출구’의 실험으로 볼 수 있다.

▲김영진, 2018, paper, mixed media, 80×80×250cm, 2018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1970년대 초반 아직 정의되지 않은 설치미술 영역으로 확장을 실험하고,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자신의 확장을 시도하는 김영진은 오는 9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한국 실험미술 1960~1970》展에 초대됐고,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도 작품을 선보이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젊은 날에 가졌던 실험적 태도를 유지하며, 세계적인 실험미술 작가로 위상을 높이고 있는 시점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종구 수집연구팀장은 “작가는 내용, 형식의 한계와 기존 틀(frame)에 따른 제한을 거부하고, 본능적으로 새로운 출구를 찾는 ‘출구가 어디예요?’를 되뇌며 시공간의 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설치미술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