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눈으로 본 극지, 《0.1cm: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展
예술가의 눈으로 본 극지, 《0.1cm: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6.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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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극지연구소, 극지레지던스 13주년 기념 전시
15인 예술가 참여, 삼청동 공근혜 갤러리 오는 7월 7일까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극지연구소가 협력 운영하는 극지 레지던스 13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원회, 위원장 정병국)와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극지 레지던스 성과보고전 《0.1cm: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이 오는 7월 7일까지 삼청동 공근혜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천운영, 정지우 작품,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의 연구 활동 묘사 다큐멘터리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이번 전시는 그간 극지 레지던스에 참여한 15명(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첫 전시다. 남극과 북극 그리고 과학자를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을 만나볼 수 있다. 환경, 권력, 국가라는 거대한 이슈에서부터 자연 앞에 놓인 개인의 일상과 감정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전시 제목에 사용된 0.1cm는 환경의 위기에 직면한 해수면의 상승을 거론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숫자이다. 과학자들은 1mm도 되지 않는 해양시료들로부터 빙하의 움직임을 예측한다. 이번 전시는 12년간 극지를 다녀온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며 예술가의 눈을 빌려 극지가 우리에게 말하는 바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한다.

남극과 북극을 방문한 작가들은 아동문학, 소설, 웹툰, 사진, 설치, 영상 등 서로 다른 방식과 매체를 통해 그들이 세상의 끝에서 경험한 것들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극지에서의 경험을 통해 작가는 거대한 자연에 대한 숭고함을 전하거나(김승영)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적 풍경과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조명하고(김주연), 극지로 떠난 젊은 음악인의 심리를 웹툰을 통해 세밀하게 묘사한다(윤태호).

▲김주연 작품, 유기체적 풍경 VI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 137x91cm 2012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외부와 동떨어진 고립된 남극 세종기지에서 가족에게 쓴 편지(한정기)와 북극을 탐험하는 아라온호에서 생활하며 집필한 항해기(한창훈),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의 연구 활동을 묘사한 다큐멘터리(천운영, 정지우)와 극지 환경을 마주한 탐사대원과 그들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작업(홍기원)은 간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환경과 그 곳을 무대로 활동하는 과학자들의 치열한 삶을 보여준다.

한편, 영상에 담긴 서서히 녹는 남극의 얼음과 얼음 속 기포가 터지는 미세한 소리(조광희), 녹아 사라지는 북극에서 남극으로 북극곰을 이주시키는 이야기(김남중), 아라온호를 오마주한 고드름호에 숨어들어 바캉스를 떠난 빨간 여우의 모험(오주영)은 기후변화에 직면한 인간의 위기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소재한 공근혜 갤러리에서 화-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전시에 참여한 시각예술분야 작가 7명의 작품은 7월 26일부터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박홍순 작품, 남극일기-매일의 기록 전시 전경
▲박홍순 작품, 남극일기-매일의 기록 전시 전경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편, 예술위원회와 극지연구소는 2011년부터 매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남극과 북극에 파견하는 극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과학계와 예술계의 소통을 활성화하고 예술가에게 새로운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매년 1회 공모를 통해 참여 예술가를 선정하며, 선정된 예술가는 남극 세종기지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서 약 30일 간 과학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창작활동을 진행한다. 2023년에는 시각예술분야 유비호 작가가 선정되어 8월 북극으로 향하는 아라온호에 승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