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교수 《부활하는 고려, 달빛머문 연꽃밀회》展, ‘스토리’ 입은 고려 복식사
최정 교수 《부활하는 고려, 달빛머문 연꽃밀회》展, ‘스토리’ 입은 고려 복식사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6.12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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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DF 갤러리 제 2 전시장, 6.28~7.3
13세기 말 원 간섭기 고려 배경, 젊은 연인의 사랑 이야기
지난해 전시 이어, 고려 고증복식 재현도 선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고려복식을 역사적 상황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 작업과 함께 선보이는 전시가 개최된다. 원광대학교(총장 박성태) 패션디자인산업학과 최정 교수에 의해 기획된 《부활하는 고려, 달빛머문 연꽃밀회-고려 고증복식 & 고증 일러스트》 전시다. 오는 28일부터 7월 3일까지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KCDF 갤러리 제 2 전시장에서 개최된다.

▲《부활하는 고려, 달빛머문 연꽃밀회-고려 고증복식 & 고증 일러스트》 전시작, 상류층 여성의 고려양 평상예복 <은수> (사진=최정 교수 제공)

이번 전시는 2022년에 개최된 《푸른 구름의 나라-고려 복식 고증 일러스트 전》에 이은 후속 전시다. 본 전시는 원 간섭기에 공녀 차출을 피하기 위해 정략혼인을 한 어린 부부 ‘은수’와 ‘준경’이라는 창작 인물을 통해, 고려 시대의 복식을 더욱 흥미롭게 풀어낸다. 스토리텔링에 맞는 각 인물의 고증복식 일러스트와 실물 재현복식을 함께 선보이며, 다채로운 전시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

고려는 중세의 문화강국으로 찬란한 불교문화를 향유한 나라다. 그러나 거란(요), 여진(금), 몽골(원)의 계속된 침입으로 파란을 겪었고, 100년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원의 부마국으로서 복합적인 이유로 교류를 가졌다. 그 과정 속 몽골풍과 고려양이라는 복식 유행을 탄생시켰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고려 복식 유물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대다수 한복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에서 고려의 비중은 굉장히 적다. 이번 전시는 학술 연구를 고증 일러스트와 재현복식으로 시각화 하면서, 고려 복식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 관심을 확장시키는데 힘을 더한다. 실물 재현 복식은 고려불화의 공양자들을 참고자료로 삼아 단편적으로 제작된다.

▲《부활하는 고려, 달빛머문 연꽃밀회-고려 고증복식 & 고증 일러스트》 전시작, 상류층 남성의 몽골풍 평상예복 <준경> (사진=최정 교수 제공)

전시는 ‘연등회’라는 행사를 중심으로 이 곳에 참여하는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고려복식을 소개한다. 현재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고려 복식의 자료를 하나의 스토리 콘텐츠로 합쳐서 흥미롭게 선보이는 기획이다.

《부활하는 고려, 달빛머문 연꽃밀회-고려 고증복식 & 고증 일러스트》 전시는 13세기 말, 고려가 원의 부마국이 된 후 원의 공녀 차출 요구가 차츰 상류층으로도 번지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자주적 입장의 명문가’와 ‘친원파로 부를 쌓은 다른 명문가’의 두 아버지가 공녀 차출을 피하기 위해 딸 ‘은수’와 아들 ‘준경’을 정략혼인으로 맺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은수와 준경은 초반에는 서로의 입장 때문에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하고 갈등을 겪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적으로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연다. 그런 상황 속 친구들이 주선한 ‘5월 연등회’ 밀회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두 사람은 연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두 주인공 이외에 조력자이자 은수의 친구인 활발한 성격의 상인의 딸 ‘연화’, 준경의 친구이며 연화를 사모하는 온화한 성품의 학자 ‘문환’, 은수와 준경의 어머니들, 고려 왕비가 된 몽골 공주도 저마다의 입장을 지니고 연등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콘텐츠는 다양한 고려 복식을 소개한다.

▲《부활하는 고려, 달빛머문 연꽃밀회-고려 고증복식 & 고증 일러스트》 전시작, 여성 공양자의 예복 <연화> (사진=최정 교수 제공)

스토리를 입고, 구체적인 인물을 통해 표현되는 ‘복식’은 더욱 생동감을 갖는다. 연등회에 참여한 인물들이 착용한 의상들은 ▲고려양 반비와 위금 치마 ▲고급 고려 직물로 지은 몽골풍 남성복식 ▲불화 속에서 남성들 틈에 서 있는 여성이 착용한 노란 단령 ▲해인사 불복장 유물을 응용한 도포 ▲젖힌 깃을 부착한 대수포 ▲불화 속의 여성 불교도가 착용한 푸른 대금포다.

복식들을 착장 고증 일러스트와 실물 복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최 교수는 고려의 고문헌, 불복장 파편 유물, 불화, 여말 선초의 현존 복식유물과 시대상에 맞는 직물들의 특징을 응용했다. 재현복식의 금박은 실제 고려불화와 고려 불복장의 직물 문양들을 응용해 새로 제작한 것이다. 이탈리아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의 <아미타내영도(阿彌陀來迎圖)>문양을 응용하고, ‘지심귀명례’, 수덕사 근보성역관 소장 문수사 석류문사 문양을 참조 했다.

전시의 일러스트들은 마카와 금분을 사용한 수작업 일러스트 및 Adobe Photoshop 일러스트 2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일러스트 작품 옆에는 실물 재현복식이 전시돼 그림과 실물복식의 특징을 비교할 수 있다. 실물 재현복식 중 주인공인 ‘은수’와 ‘준경’의 복식은 마네킹이 착용하고, 다른 인물들의 복식들은 넓게 펼친 모양으로 전시된다. 일러스트와 재현복식을 함께 비교할 수 있는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21세기에 다시 살아나는 고려의 문화’를 느낄 새로운 장이 돼줄 것이다.

▲재현복식의 금박
(이탈리아 국립동양예술박물관, 아미타내영도(阿彌陀來迎圖)의 문양 응용) (사진=최정 교수 제공)

한편,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은수와 준경은 지난해 전시 《푸른 구름의 나라》에서 선보였던 <치장한 고려 귀부인>과 <철릭과 답호를 입은 남성>의 10년 전 모습이다. 이미 한 번 공개됐었던 작품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보는 듯한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더욱 흥미롭게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을 제작하고 이번 전시를 기획, 연구한 최정 교수는 “본 전시 작품들은 복식 고증 전공자가 2D, 3D, 역사 스토리텔링을 모두 녹여내 제작한 종합 고려복식 콘텐츠로, 다양한 형태의 복식 콘텐츠를 부담없이 즐겁게 감상해 주시면 연구자로서 기쁘고 보람찬 전시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고려복식과 관련된 다양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거쳐 또 다른 콘텐츠가 탄생하기를 바란다”라는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