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세계로 향하는 ‘개척’의 시작”
[현장프리뷰]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세계로 향하는 ‘개척’의 시작”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6.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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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문예회관 관계자, 해외 페스티벌 및 극장 관계자 참석
12~15일간 아트마켓, 네트워킹 교류협력 등 프로그램 진행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대한민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공연예술 아트마켓형 축제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지난 12일 개막했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식 전경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식 전경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전국 문예회관 관계자, 국내·외 예술단체 및 공연기획사, 문화예술 관련 기관, 공연장 관련 장비업체 등 문화예술 산업 종사자 간 정보제공·교류·홍보를 위한 유통의 핵심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기획 역량 및 유통 활성화에 기여하고, 다양한 형태의 공연예술프로그램 실연을 통해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한다.

공연 위주의 개막행사를 선보였던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캐나다공연협회,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 5개국 해외 문화예술 인사 및 국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포럼으로 페스티벌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이번 주제는 ‘개척(Pioneer)’으로, ‘국내외 공연장 간 공연예술 교류 및 새로운 시장 개척’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12일 오후 7시 제주 해비치호텔 크리스탈홀에서 열린 개막식은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손준호가 무대에 올라 장내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며 시작을 알렸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이승정 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이승정 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이날 자리에는 김희현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 이승정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윌리엄 버뎃-쿠츠 에든버러 어셈블리 홀 극장장 및 페스티벌 예술감독, 왕시우친 중국공연극장연맹 부총관리자, 질 도레 시나르 비엔날레 대표 및 총감독, 나탈리 루에 벤쿠버 시민극장 대표, 조 오 칼라간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제너럴 디렉터 및 총괄이사, 독일 도르트문트 극장장 토비아스 에힝거, 이탈리아 롯시니오페라 페스티벌 조직위원장 다니엘레 비마니와 총감독 크리스티안 델라 끼아라, 이탈리아 테아르토 델 질리오 극장장 조지 안젤로 라자리니, 중국 광저우 대극장 부원장 리앙리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 극장 디렉터 카스 반 바스방크 등이 참석했다. 

김희현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는 환영사를 통해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관광과 문화예술을 접목해 공연문화를 선도하며 국내 최대의 예술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라며 “이제는 문화를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를 중심으로하는 문화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들이 축제를 통해 문화예술 바람을 일으키고 열풍같은 지지를 얻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승정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은 “이 행사에 참여하신 모든 분은, 지역과 역할이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별들이시다. 별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한문연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라며 “올해 주제는 ‘개척(Pioneer)’으로, 문화예술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여러분이 개척하고 싶은 세계는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한 가지는 이루고 가셨으면 한다. 축제 기간 여러분이 찾은 개척의 길이, 더 큰 꿈으로 발전하길 바란다‘라고 전하며 축제의 개막을 선포했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이 발제하는 모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이 발제하는 모습

포럼은 총 4개의 발표주제로 구성됐다. 먼저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예술의 가치 창출과 지역소멸 위기 대응에 대한 내용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정병국 위원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많은 예술인들이 그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지원해서 만들어지는 창작물들이 다양한 지역민들에게 고르게 닿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겠다“라며 ”전국 어디서나 양질의 문화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에서 윌리엄 버뎃-쿠츠 에든버러 어셈블리 홀 극장장이자 페스티벌 예술감독이 발제하는 모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에서 윌리엄 버뎃-쿠츠 에든버러 어셈블리 홀 극장장이자 페스티벌 예술감독이 발제하는 모습

 
영국 에든버러 어셈블리 홀 극장장 겸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윌리엄 버뎃 쿠츠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성장사(史)를 설명하고, 해외 축제 관계자의 시각에서 한국 공연의 글로벌 시장 개척에 좋은 사례가 되고 있는 코리안 시즌을 소개했다. 윌리엄 버뎃 쿠츠는 ”에든버러는 다양한 나라의 예술인들과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국제 사업의 가장 큰 즐거움은 새로운 문화와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넷플릭스 시대에는 사람들이 다른 언어로 뭔가를 읽거나 무대공연을 보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언어 기반이 아닌 방식의 마술, 춤 같은 공연 형태가 관객에게 접근하기 좋다고 생각한다. 해외 진출을 위한 야심찬 계회을 갖고 있는 예술인들이라면 에버러에서 쇼를 올리기 전, 먼저 와서 축제를 즐기고 분위기를 느껴보시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에서 왕시우친 중국공연극장연맹 부총관리자가 발제하는 모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에서 왕시우친 중국공연극장연맹 부총관리자가 발제하는 모습

중국공연극장연맹 부총관리자인 왕시우친은 ‘모든 공간-급성장하는 산업 및 최근 생겨나는 기회(Every Space Counts-Booming Industry & Emerging Opportunities)’라는 주제로 급성장하는 중국의 극장 및 공연 사업 데이터를 제시하며, 한・중간 협업의 기회를 모색하면 중국이 한국 공연의 새로운 시장 개척에 있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음을 알렸다. 왕시우친은 “중국의 공연예술 환경은 아직 미국이나 영국, 한국에 비해 부족한 지점들이 있지만, 이는 발전가능성을 뜻하기도 한다. 2000년부터 2009년 사이 1300여 개의 극장이 신설됐고, 매년 새로운 극장에서 100여 개의 새로운 극들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이 매우 높다”라며 “상하이의 경우 500여 개의 극장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성장 잠재력이 큰 곳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해서 함께 성장할 이들을 기다리겠다”라고 전했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에서 질 도레 시나르 비엔날레 대표 겸 총감독이 발제하는 모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에서 질 도레 시나르 비엔날레 대표 겸 총감독이 발제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질 도레 캐나다 시나르 비엔날레 총감독은 공연예술의 해외유통이 전무하던 캐나다에 국제아트마켓 ‘시나르 비엔날레’를 개최했던 배경과 그 발전과정을 소개하고 한국과 캐나다 간의 공연예술 유통 및 문화예술교류를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담아 ‘공연예술과 장르 및 구성에 따른 다양한 관점 (Performing Arts and Different Perspectives of Territory and Syntax)’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질 도레는 “시나르는 약 10년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며 아티스트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할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해왔다. 에이전시 활동을 통해 유럽, 남미 그리고 아시아에 진출하게 됐다. 끊임없이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있다”라며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국경을 초월한 활동에 더욱 집중하고 있으며, 한국과 함께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문을 두드려달라”라고 말했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에서 좌장을 맡은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에서 좌장을 맡은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이번 포럼의 좌장을 맡은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는 “문화는 나라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무형의 보물이라 생각한다”면서 “이번 포럼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는 문화개척의 현황과 가능성을 보았다. 포럼에서 제시한 다양한 담론이 국가가 좋은 문화정책을 만드는 데에 좋은 자료로 쓰이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발제에 이어 참석자들의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토론에 참석한 나탈리 루에 벤쿠버 시민극장 대표는 “코로나를 겪는 동안 벤쿠버 시민극장은 국영 극장으로서 해야하는 일과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특히 상호 연결성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예술 동료들과 어떻게 예술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리는 공연을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했다. 취소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날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관객과 예술인들에게 전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조 오 칼라간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제너럴 디렉터 및 총괄이사는 ““에들레이드 페스티벌은 극장과 예술, 문화라는 전 세계의 공유 가치를 활용해 자국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장”이라며 “지속적으로 한국팀이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가 토론하는 모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가 토론하는 모습

포럼에 참석한 전국의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발제자들의 발표를 듣고 궁금한 점을 직접 묻기도 했다.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서현석 대표는 정병국 위원장의 발표 중 ‘문화예술은 편식을 하면 안 된다’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고 말하며, 지역에서 공연장을 운영하는 담당자들이 관객들의 수요와 예술 장르의 다양성을 어떻게 조율하며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했다. 

이에 정병국 위원장은 “직접 극장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영역, 장르의 공연물을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관객 수, 지역민의 요구 등을 모두 충족시키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관객들이 수요가 많은 장르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은 공급을 하는 것도 공연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여러 창작물을 지방에서 선택해서 가져갈 때, 매칭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내년 사업에 구체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다양한 장르의 공연물들이 전국 곳곳에서 지역과 상관없이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공연제작사 HJ컬쳐 담당자는 “국내 창작뮤지컬이 중국에서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는데, 뮤지컬 외에도 환영받을 수 있는 장르가 있을지, 상해 이외의 진출 가능 지역은 어디가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왕시우친 중국공연극장연맹 부총관리자는 “아시는 것처럼 중국의 뮤지컬 프로덕션은 한국의 공연시장을 모티브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 진출을 어려움이 아니라 기회로 삼아주셨으면 한다. 현재 뮤지컬 분야가 가장 활발한 교류를 이루고 있지만, 논의를 통해 다양성을 키워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며 “상해뿐만 아니라 청진, 베이징, 광저우 등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지역들이 많다. 여러 정책 수립을 통해 문화예술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독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가 토론하는 모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가 토론하는 모습

유선정 국제교류전문가는 “한국의 많은 공연들은 해외 시장 진출을 꿈꾸지만, 해외 비엔날레 및 축제 측은 아무래도 자국 예술인들의 해외 진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이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 수 있는가”를 물었다.

윌리엄 버뎃-쿠츠 에든버러 어셈블리 홀 극장장 및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이미 에버러의 쇼는 전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든, 해외 진출을 위해선 국제적 맥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외국으로 나가려면 참여하려는 축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먼저 보고, 공부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질 도레 시나르 비엔날레 대표 및 총감독은 “시나르는 단순히 캐나다 예술작품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캐나다에 선보일 다양한 쇼들을 굉장히 환영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쇼를 기획하고 있으며, 9월부터 참가작 모집이 시작된다. 협업 상호성에 기반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원하고 있다”라며 “대사관 혹은 시나르 사무소를 통해 캐나다와의 공동 파트너쉽을 진행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개막식 종료 이후 표선 해변무대에서는 프린지 공연과 함께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진 리셉션이 진행됐다. 

개막일에 시작된 아트마켓 레퍼토리 피칭을 비롯하여 13일에는 아트마켓 예술단체 부스전시와 쇼케이스, 교류협력 네트워킹 등이 진행되며 14일에는 문예회관 부스전시도 진행될 예정이다.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제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를 중심으로 제주도 일원에서 15일까지 진행된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회장 이승정)와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 오영훈)가 공동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의선)이 후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