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영상, 문학 장르 다루며 10인 작가 참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가 쉽게 눈 감았던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소다미술관(관장 장동선)에서 준비한 《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전시다. 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며, 10월 29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10인의 예술가가 참여해 존엄성 훼손, 가치의 상실, 분절된 감정 등으로 드러나는 동시대 폭력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순환하고 있는 폭력과 그 이면에 가려진 인간의 욕망에 대해 살펴보는 자리를 제안한다.
전시는 시각(김소정, 박미라, 손승범, 이샛별, 조재, 한광우)과 영상(김수민, 김창수, 박정민), 그리고 문학(김승일)이라는 다양한 예술의 언어로 구성됐다. 작가들 시선에 머무른 폭력과 그 이면의 진실을 보다 넓은 층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장을 제안한다. 관객들은 전시에 소개된 작품을 통해, 불편한 문제를 주변부로 밀어내며 ‘그들’의 것으로 타자화하는 ‘우리’의 어두운 민낯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는 ▲불편한 미술관 ▲불편한 인터뷰 ▲불편한 소극장 등 총 세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불편한 미술관’에서는 실내에서 야외전시장까지 회화, 조각, 설치 중심의 시각작품과 김승일 시인의 시를 소개한다. 폭력의 다양한 양상과 그 이면에 가려진 수많은 소외된 존재와 감정을 직면하게 한다.
첫 번째 섹션에 참여하고 있는 김소정은 선, 족자, 병풍과 같은 표구 방식과 의궤, 행차도와 같은 기록화를 차용해 일상에서 자리를 겨우 유지하는 장면이나, 군중이 모인 시위 현장을 다루고 있다. 출품작인 <OOO>시리즈는 시위 장면이 화성행차도와 겹쳐 보이는 데에서 시작해, 시위에 나선 이들이 사무실과 생업을 벗어나며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착안해 완성된 작품이다. 이샛별은 인공과 자연, 생태적 위기와 자본주의 모순, 디지털 사회의 주체 등 동시대의 윤리적 질문을 ‘녹색’이라는 키워드로 포착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기후 위기와 팬데믹이 겹치며 펼쳐진 생경한 세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떤 삶의 방식이 가능할지 고민하며 <레이어스케이프(Layerscape)> 작업을 완성했다.
문학 분야로 참여한 김승일 시인은 『프로메테우스』(파란, 2016),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시인의일요일, 2022) 두 권의 시집의 시를 지면 밖으로 꺼내, 시각예술과 영상작업으로 옮겨왔다. 인간에서 비롯된 무수한 폭력의 모습을 생생히 전함과 동시에 폭력을 뚫고 나아갈 궁극적 사랑에 대해 시의 언어로 소개해본다.
두 번째 ‘불편한 인터뷰’에서는 전시에 참여한 10인의 작가들의 인터뷰지가 아카이빙돼, 관객들이 작품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세 번째 ‘불편한 소극장’에서는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단편 영상작품 3편이 반복 상영된다. 관람의 몰입을 높이고 전시의 주제를 쉽게 상기시킬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소다미술관 장동선 관장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전시는 분노와 애도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지키며 서로를 지킬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했다” 라고 전했다.
전시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소다미술관 홈페이지(http://museumsoda.org)와 SNS(인스타그램 @sodamuseu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