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다미술관 《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展, 외면했던 폭력을 마주하다
소다미술관 《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展, 외면했던 폭력을 마주하다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6.13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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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미술관 전관, 10월 29일까지
시각, 영상, 문학 장르 다루며 10인 작가 참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가 쉽게 눈 감았던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소다미술관(관장 장동선)에서 준비한 《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전시다. 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며, 10월 29일까지 개최된다.

▲소다미술관 《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 전시 전경 (사진=소다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에는 10인의 예술가가 참여해 존엄성 훼손, 가치의 상실, 분절된 감정 등으로 드러나는 동시대 폭력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순환하고 있는 폭력과 그 이면에 가려진 인간의 욕망에 대해 살펴보는 자리를 제안한다.

전시는 시각(김소정, 박미라, 손승범, 이샛별, 조재, 한광우)과 영상(김수민, 김창수, 박정민), 그리고 문학(김승일)이라는 다양한 예술의 언어로 구성됐다. 작가들 시선에 머무른 폭력과 그 이면의 진실을 보다 넓은 층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장을 제안한다. 관객들은 전시에 소개된 작품을 통해, 불편한 문제를 주변부로 밀어내며 ‘그들’의 것으로 타자화하는 ‘우리’의 어두운 민낯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는 ▲불편한 미술관 ▲불편한 인터뷰 ▲불편한 소극장 등 총 세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불편한 미술관’에서는 실내에서 야외전시장까지 회화, 조각, 설치 중심의 시각작품과 김승일 시인의 시를 소개한다. 폭력의 다양한 양상과 그 이면에 가려진 수많은 소외된 존재와 감정을 직면하게 한다.

▲소다미술관 《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 전시 전경, 한광우, 승리의 계단, 2023, 목재에 페인트 (외 3점) (사진=소다미술관 제공)

첫 번째 섹션에 참여하고 있는 김소정은 선, 족자, 병풍과 같은 표구 방식과 의궤, 행차도와 같은 기록화를 차용해 일상에서 자리를 겨우 유지하는 장면이나, 군중이 모인 시위 현장을 다루고 있다. 출품작인 <OOO>시리즈는 시위 장면이 화성행차도와 겹쳐 보이는 데에서 시작해, 시위에 나선 이들이 사무실과 생업을 벗어나며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착안해 완성된 작품이다. 이샛별은 인공과 자연, 생태적 위기와 자본주의 모순, 디지털 사회의 주체 등 동시대의 윤리적 질문을 ‘녹색’이라는 키워드로 포착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기후 위기와 팬데믹이 겹치며 펼쳐진 생경한 세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떤 삶의 방식이 가능할지 고민하며 <레이어스케이프(Layerscape)> 작업을 완성했다.

문학 분야로 참여한 김승일 시인은 『프로메테우스』(파란, 2016),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시인의일요일, 2022) 두 권의 시집의 시를 지면 밖으로 꺼내, 시각예술과 영상작업으로 옮겨왔다. 인간에서 비롯된 무수한 폭력의 모습을 생생히 전함과 동시에 폭력을 뚫고 나아갈 궁극적 사랑에 대해 시의 언어로 소개해본다.

▲소다미술관 《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 김승일 시인 전시 전경 (사진=소다미술관 제공)

두 번째 ‘불편한 인터뷰’에서는 전시에 참여한 10인의 작가들의 인터뷰지가 아카이빙돼, 관객들이 작품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세 번째 ‘불편한 소극장’에서는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단편 영상작품 3편이 반복 상영된다. 관람의 몰입을 높이고 전시의 주제를 쉽게 상기시킬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소다미술관 장동선 관장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전시는 분노와 애도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지키며 서로를 지킬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했다” 라고 전했다.

전시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소다미술관 홈페이지(http://museumsoda.org)와 SNS(인스타그램 @sodamuseu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