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제 16회 해비치아트페스티벌 ‘전시 교류협력 네트워킹’, 시각예술 향한 확장된 관심 이어져
[현장스케치] 제 16회 해비치아트페스티벌 ‘전시 교류협력 네트워킹’, 시각예술 향한 확장된 관심 이어져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6.1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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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전시 트렌드, 현안 공유 자리
‘보여주는 전시’서 나아가 ‘소통ㆍ순환의 전시’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K-아트, 한국 미술을 향한 관심이 점점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는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부터 공연 중심의 페스티벌에서 ‘전시ㆍ문화예술교육 분야’로의 확대를 추진했다. 이에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회장 이승정, 이하 코카카)는 지난 13일 제주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루비홀에서 전시 교류협력 네트워킹을 개최했다.

▲코카카 교류협력 네트워킹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코카카 제공)
▲코카카 교류협력 네트워킹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코카카 제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과 연계해 진행된 이번 행사는 ‘지속가능한 시각예술 유통 활성화를 위한 전시의 가치와 확산’을 주제로 두 개의 전시 전망 특강, 우수 전시 사례 발표, 전시 공간 활성화 지원사업의 발전 방안 논의 등으로 꾸려졌다.

전국 문예회관 및 예술단체,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동시대 전시 콘텐츠 트렌드, 관람 문화, K-아트 시장에 관한 현장성 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동시에 전시 사례 발표를 통해 지역 현장에서 실제 진행됐던 전시들의 긍정적인 성과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까지 마련됐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문화재단 차원에서 지원 영역, 지역 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시콘텐츠와 관련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현장성 있는 전시 현황, 지역문예회관 전시 내용 다뤄

앞으로의 전시 전망을 다룬 두 개의 강의는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박재연 교수와 가나오케이 김영민 대표가 맡았다. 박 교수는 <모두를 향한 전시: DIGITAL & COMMUNITY>라는 주제로 디지털 기술로 재편되고 있는 전시 현장과 소통이 중요해진 현재 전시 관람 트렌드 등을 소개 했다.

박 교수는 “무지를 깨닫게 해주는 전시, 생각을 깊게 만드는 풍요로운 경험 전시가 필요하다”라며 “지금은 소통이 살아남는 시대로, 다양한 관람객을 아우르고 그들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전시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 비즈니스 확대 방안과 공공·시장 영역의 이해, 공공의 역할로서의 아트 비즈니스를 통한 바람직한 영리성 추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나오케이 김영민 대표는 민간 시장영역의 시선으로 공공분야의 시각예술 활성화에 대한 조언을 전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시각예술 유통 활성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지역 문예회관의 시각예술 유통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고, 잠재적 미술 수요자의 참여와 지속가능한 유통 활성화를 위한 코카카의 적극적인 활동을 강조했다.

▲가나오케이 김영민 대표 <지속가능한 시각예술 유통 활성화를 위한 제언> 발표 모습

김 대표는 “처음에 발제 주제를 받고 많은 고민이 있었다. 전국에 있는 다양한 전시 공간을 하나로 묶어서 정리할 수 있을지, 또 그 전시 공간들을 아우르는 지속 가능성을 제안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아가서, 꼭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라며 “지역문예공간의 전시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이유는 전시를 작품을 보여주는 방법으로만 기획을 하기 때문이다. 전시는 창작자-유통자-소비자의 순환적 구조를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라며 지역 전시와 전시 공간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2~3년간 급격하게 발전한 미술시장과 한국 미술시장을 향한 관심을 언급하며, 지역 단위의 소규모 아트페어를 시도하고 이를 코카카 측에서도 지원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김 대표는 “당장의 성과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지금 시작해서 꾸준하게 시도해나간다면 주목할 성과가 드러날 것”이라며 “점점 더 대중의 미술 향유의 폭은 넓어지고 있고, 그것이 유통까지 확산되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을 전했다.

전시 사례 공유는 김희수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장과 조한익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의 발표로 꾸려졌다. 김 과장은 국립한글박물관에 대한 소개와 함께, 박물관 전시 콘텐츠인 《파란마음 하얀마음》 전시 지역순회를 소개했다.

조 팀장은 공연뿐 만 아니라 시각예술까지 아우르는 복합예술문화 공간으로서의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을 소개하며, 지난 3개년 간 추진했던 전시들에 대한 소개를 전했다. 조 팀장은 사례 발표 전, 지역문예회관의 공연 예산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전시 예산에 대해 언급했다. 예를 들어 공연 관련 예산이 5억 원이 책정된다면, 전시는 1억 원 수준에서 책정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사실은 전시 예산이 ‘전무’한 상황과도 같다고 말했다.

현재 지역 문예회관의 전시 공간들은 대부분 대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조 팀장은 ‘예산 및 인력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지역 문예회관의 경우 전시 전문 인력이 아닌, 순환보직으로 배치된 공무원들이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더해 예산도 부족한 상황이 있어서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보다 현실적인 전시 관련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조한익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 전시 사례 발표 모습

전시 지원, 콘텐츠 관련 깊이 있는 질문 나와

동시대 전시 트렌드, 전시 현장, 미술 유통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간 주제 발표 이후에는 분야별로 좀 더 깊이 있는 질의응답이 오고갔다. 춘천문화재단 김희정 예술진흥본부장은 지역문화재단의 시각예술 지원 영역에 대한 질문을 했다. 김 본부장은 “시각예술분야의 지원은 대게 전시 공간 지원, 창작 공간 지원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지금 춘천문화재단의 경우 지역작가를 중심으로 1년에 한 번씩 소규모로 경매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결국 시각예술 작가들의 지원을 위해서는 작품 유통과 비즈니스적 측면까지 고려하게 되는데, 공공의 영역에서 어디까지 관리를 하고 지원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든다”라고 질문을 전했다.

이 질문에 대해 박 교수와 김 대표는 ‘지역 작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을 먼저 제안했다. 박 교수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행정단위의 ‘지역’ 경계는 무너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러한 시선을 가지고 행정이 운영되고 있어서 시장과 현장의 니즈와 어긋나고 있는 것 같다”라며 “현재 미술계와 미술 시장은 굉장히 역동적으로, 좋은 시점에 있다. 이 상황 속에서 좀 더 유연하고 큰 틀 안에서 접근해나갈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조금 다른 맥락에서의 답을 전했다. 그는 “지역문화재단의 다양한 지원은 그 방법의 문제보다,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을 하는 선정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지역 작가’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좋은 작품을 잘 해오고 있는 작가에게 필요한 지원이 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시 교류협력 네트워킹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전시 교류협력 네트워킹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코카카 제공)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은 ‘전시 콘텐츠’와 관련된 질문과 국립한글박물관에게 제안점을 전했다. 이 발행인은 “현재 지역문예회관에서 ‘레플리카 전시’를 많이 선보이고 있는데, 레플리카 전시의 장점과 우려되는 지점이 궁금하다”라고 질문을 했다. 이어 국립한글박물관 김 과장에게 《파란마음 하얀마음》 전시와 관련해, 어른들 시선 중심의 무겁거나 어두운 전시 박스가 아닌 아이들 시선에서 아기자기한 전시 기획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레플리카 전시’와 관련해서는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조 팀장이 답을 했다. 그는 “진품 명화를 쉽게 볼 수 없기에, 레플리카 전시여도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레플리카 전시’의 장점은 도슨트 프로그램에 있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어도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면 소용이 없다. 도슨트 프로그램을 통해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넓히고, 이런 경험은 이후 또 다른 전시 관람으로 이어질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본다”라며 “우려할 점은 ‘레플리카 전시’의 경우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자칫 전시 내용보다도 방문 관람객 수 등 수치적인 자료들로만 평가될 수 있기에 그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국립한글박물관 김 과장은 사례 발표에 소개된 사진 중 어두운 전시 공간은 1923년도 ‘개벽사’라는 출판사를 재현한 공간이어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멀티미디어 공간이나 도서관 공간 등을 운영하고 있고, 순회전시에선 협력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서 처음 진행된 ‘전시’ 분야 네트워킹 행사는 쉬는 시간 없이 2시간여 동안 알찬 내용으로 채워졌다. 키아프, 프리즈 등 대형 아트페어가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만큼 시각예술을 향한 사회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전국 문예회관 중심으로 ‘시각 예술’ 분야에 대한 사례와 의견들이 공유된 이번 네트워킹 행사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