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해비치아트페스티벌 쇼케이스 “‘우리’의 이야기 담은 공연 강세”
[현장스케치]해비치아트페스티벌 쇼케이스 “‘우리’의 이야기 담은 공연 강세”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6.15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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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단체 작품 20편, 문예회관 작품 4편 등 총 24편의 작품 선정
우리 역사부터 일상까지…다양한 장르별 해석 돋보여
자료화면 단순 편집한 영상 활용, 공연 흐름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기도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전국 문예회관과 예술단체 간 작품을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교류가 이뤄지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 쇼케이스가 지난 13일과 14일 양일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내 크리스탈홀과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아트마켓의 쇼케이스는 연극ㆍ뮤지컬ㆍ무용ㆍ음악ㆍ전통ㆍ다원 등의 장르로 나뉘어 진행됐다. 

▲아트마켓 부스전시장 앞에 참여단체들의 작품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트마켓 부스전시장 앞에 참여단체들의 작품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다

13일 크리스탈홀에서는 순천시문화예술회관 <천혜>, 전주문화재단 <오만방자 전라감사 길들이기>, 부산문화회관 <야구왕! 마린스>, 디스이즈잇 <광화문, 그 사내>, 극단 마루한 <우리 집에 괴물이 산다>, 서울시티발레단 <깨비와 혹부리영감>이 무대에 올랐으며, 다이아몬드홀에서는 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 <노세노세 AUX(억스)로 노세>, 어드벤쳐 프로젝트 <우리가 사랑했던 그날>, 리음아트&컴퍼니 <위대한 청춘>, 제주팝스오케스트라 <시네마 뮤직 콘서트>, 공명 <별 헤는 밤 꽃처럼 침묵을 깨다>, 극단 앙상블 <씨름사절단>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였다. 

이 중 본지는 순천시문화예술회관 <천혜>, 어드벤쳐 프로젝트 <우리가 사랑했던 그날>, 리음아트&컴퍼니 <위대한 청춘>, 공명 <별 헤는 밤 꽃처럼 침묵을 깨다> 공연을 관람했다. 

▲아트마켓 쇼케이스 '천혜'의 한 장면
▲아트마켓 쇼케이스 '천혜'의 한 장면

순천에서 자생적으로 다듬어져 온 순천 특유의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순천시문화예술회관은 순천만에 낙오된 흑두루미가 자연과 공존하고자 하는 노력을 담아 발레 공연 <천혜>로 표현했다. 

<천혜>는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일 년여의 재활과 훈련, 비행 연습을 통해 비로소 제 고향으로 날아갈 수 있었던 흑두루미 ‘두리’의 서사를 모티프로 한다. 날고 싶으나 날지 못했던 ‘날개’라는 이미지를 접목해 상처와 고통, 서식지로서 순천만의 가치, 그리고 ‘정원이라는 미래의 희망과 바람을 무용수들의 몸짓에 담아 그려냈다. 한 마리의 흑두루미가 외로운 시간을 견딘 끝에 무리 위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짧은 시연이었지만 큰 감동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다만, 주역 무용수들과 군무를 선보인 무용수들 간의 기량 차이가 눈에 띄게 보인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어드벤쳐프로젝트 ’우리가 사랑했던 그날’
▲어드벤쳐프로젝트 ’우리가 사랑했던 그날’

자리를 옮겨 만난 공연은 어드벤쳐프로젝트의 <우리가 사랑했던 그날>이었다. 어드벤쳐프로젝트는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공연예술이 갖고 있는 긍정 에너지로 예술적 모험의 시간을 선물하는 창작 예술단체이다. 

뮤지컬 <우리가 사랑했던 그날>은 ‘당신이 바로 사랑입니다’라는 주제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작품이다. 3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를 다루며,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옴니버스라는 형식과 더불어 하이라이트만 시연해야하는 쇼케이스의 특성상, 줄거리의 흐름과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잡기 어려운 장면들이 존재했으나 뮤지컬의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음악이 서정적이면서도 대중성을 갖고 있어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리음아트&컴퍼니 ‘위대한 청춘’

이어지는 무대는 리음아트&컴퍼니의 <위대한 청춘>이 꾸몄다. 리음아트&컴퍼니는 클래식 및 오페라 갈라, 크로스오버, 재즈 등 다양한 형태의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으며 2023년 현재 공연기획 전문업체로 성장, 독자 기획연주는 물론 국내∙외 재단 및 기업의 지원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음악회를 펼치고 있다. 

이번에 공연된 <위대한 청춘>은 6.25 전쟁 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에서 3만 달러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50, 60, 70세대 위대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6.25 한국전쟁 이후 내부갈등과 민주화를 위한 혁명들, 가난했지만 희망을 꿈꾸던 시절, 자유를 위한 끊임없는 분투, 경제 극복과 문화강국으로의 발전, 그리고 오늘날 선진국으로의 도약과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을 영상에 담아냈다. 아울러 어린 시절에 불렀던 노래들, 중장년을 함께 한 추억의 노래들을 클래식 성악가들이 출연해 파노라마로 들려줬다. 무대는 훌륭했으나, 영상과 음악 선곡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과 영상이 시대 이슈를 단순히 나열하며 공연 몰입의 방해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아트마켓 쇼케이스 '별 헤는 밤 꽃처럼 침묵을 깨다'의 한 장면
▲아트마켓 쇼케이스 '별 헤는 밤 꽃처럼 침묵을 깨다'의 한 장면

마지막으로 관람한 무대는 지난해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별 헤는 밤 꽃처럼 침묵을 깨다>이다. 이 공연의 제목은 일제강점기 윤동주 ,한용운, 이육사, 이상화 등 저항시인의 시와 시 제목을 합성해 탄생했다. 

월드뮤직그룹 공명은 1997년 데뷔 이래 한국 전통음악 특유의 서정성에 다양하고 흥겨운 리듬을 더하여 우리 음악의 세계화 가능성을 제시해왔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공명의 독특한 음악은 수많은 해외 페스티벌과 아트마켓에 초청받아 색다른 음악세계와 유쾌한 퍼포먼스로 호평 받아왔다. 직접 고안하여 제작한 대나무 악기 공명, 관악기와 타악기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들로 색다른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다. 

<별 헤는 밤 꽃처럼 침묵을 깨다>는 시대의 흐름과 영상 음악을 매칭해 하나의 공연으로 구성했다. 국악이 베이스가 되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악기와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하나의 공연을 이뤘다. 격동의 시간을 보낸 한국의 근대사를 국악 특유의 정서에 담아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공연의 제목이자 주제인 일제시대 저항시인의 목소리보다 근대사로부터 야기된 우리 민족의 비극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은 영상 구성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해외 시장 진출에 보다 주목하고 있다. 쇼케이스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지향점이 반영된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참여 단체들의 작품에서 지나치게 ‘한국의 역사성과 정서’를 강조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소위 ‘국뽕’이라 일컬어지는, 우리 민족의 역경 극복 사례나 민족성 강조가 우리나라 예술의 정체성이 될 순 없다. 시대착오적 감상에 기대기보다, 각자 단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나 독창적 색깔에 더욱 주목하는 것이 더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