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천국과 지옥 그 너머…딤프 産 창작 뮤지컬 <애프터 라이프>
[공연리뷰]천국과 지옥 그 너머…딤프 産 창작 뮤지컬 <애프터 라이프>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6.19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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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대구 문화예술전용극장CT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DIMF가 뮤지컬 <투란도트> 이후 11년 만에 직접 제작에 나선 <애프터 라이프>의 본 공연이 이번 페스티벌 초청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애프터 라이프>는 천사와 악마의 사후세계라는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인간들이 사후에 천국을 꿈꾸듯, 사후세계의 관리인들도 은퇴 후 완벽한 평온이 보장되는 ‘파라다이스 빌리지’ 입주를 꿈꾼다는 설정에서 작품은 시작된다. 

▲제17회 DIMF 공식초청작 ‘애프터 라이프’
▲제17회 DIMF 공식초청작 ‘애프터 라이프’

주인공은 1급 천사 '존'과 1급 악마 '제임스'다. 현세에서 라이벌 관계였던 이들은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선택돼 파라다이스 빌리지에 입주한다. 그러나 파라다이스 빌리지의 평온함이 지루하기만 하다. 파라다이스 빌리지가 감옥같이 느껴진 존과 제임스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 이곳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언뜻 보기엔 존과 제임스는 각자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잠시 동맹을 맺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제임스가 짠 판이다. 극 중 두 캐릭터가 체스를 두는 장면, 대사 중간 중간 제임스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뉘앙스 등으로 관객에게 힌트를 던진다. 하지만 너무 감춰져 있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다. 제임스의 욕망이 이 판을 흔들고 있다는 힌트를 좀 더 드러내야 서사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 같다. 키를 쥐고 있는 제임스 역을 맡은 배우 장두환은 넘버를 확실히 소화하며 극의 몰입을 도왔다. 또한 때론 익살스럽고 때론 무게감 있는 모습을 지닌 ‘악마’ 제임스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며, 다른 캐릭터들이 왜 그가 짠 판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지 납득시켰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극에 대한 힌트가 너무 미비하고,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튀는 부분들이 많아 객석에선 ‘갑자기?’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경계심 많던 여자 주인공 루나의 수호천사였던 존이 너무 짧은 순간 (객석에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존을 신뢰하며 사랑하게 된다. 급기야 그가 보고 싶어 목숨까지 건다. 그리고 존 역시 루나를 사랑해 신의 뜻을 거스르며 루나를 지키려 한다. 극단적 상황의 두 인물의 러브라인을 그리고 싶다면 좀 더 설득력을 갖춰야 하겠다.

아울러, 루나의 서사를 비극적으로 묘사하려다 보니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점도 불편함을 더했다. 루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상황, 그런 그를 더 극단으로 내모는 요소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느껴진다. 위험에 노출된 여성 캐릭터가 주변 인물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등의 불행서사는 사실 허구의 작품에서 풀어내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여성 캐릭터를 괴롭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더군다나 그렇게 괴로운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는데 사랑 때문에 바로 목숨을 버리는 여자라니. 2023년에 관객들이 공감하기엔 너무 나이브한 설정이다. 

<애프터 라이프>의 다소 아쉬운 스토리라인을 보완하는 것은 바로 넘버이다. 박현숙 작곡가 특유의 개성이 도드라지는 멜로디 구성과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등의 라이브 연주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극을 이끌었다. 다만, ‘본성은 버릴 수가 없는 법’, ‘프리덤(자유)’ 등은 랩으로 진행되는데, 이 부분은 가사가 많을뿐더러 소리가 많이 뭉개져 거의 알아들을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뮤지컬 <애프터 라이프>는 DIMF가 <투란도트> 이후 11년 만에 직접 제작한 창작뮤지컬로, 지난 11월 쇼케이스 공연 이후 6개월간의 디밸롭 과정을 거쳐 이번 페스티벌 기간에 정식 초연을 선보이게 됐다. 

앞서 지적한 아쉬운 지점들이 분명 있지만, 창작 초연이라면 거쳐야만 하는 당연한 과정이다. 그런데 작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까닭인지, 이 작품에 대한 DIMF의 홍보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올해는 개막작부터 폐막작, 대상 수상작까지 모두 해외 공연팀의 차지가 됐다. DIMF가 글로벌 아트마켓, 프린지 페스티벌 등을 기반으로 아시아 대표 뮤지컬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고자 하는 포부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우리의 자체 컨텐츠’ 확보가 무엇 보다 중요하다. 해외 초청 작품과 국내 창작ㆍ초청 작품 사이의 균형이 잘 잡힐 내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