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세상을 향한 나의 호기심
[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세상을 향한 나의 호기심
  •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 승인 2023.06.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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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TI, 내 세계로 향한 창구로의 통로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어렸을 때부터 아마도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모양이다. 아버지가 일본이나 홍콩을 가셨다 가져다주시는 잡지를 보며 세상의 별스럽고 다양한 모습에 호기심이 일깨워졌고 그 잡지 속에서 본 나르는 물고기 떼의 모습이나 신기한 돔 형태의 건축물의 모습, 나의 일상에서는 접할 수 없는 모습을 보며 아마도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며 자랐나 보다.

나중에 커서 안 일이지만 내가 신기하게 여기며 궁금해 했던 건물은 스리랑카의 바위 위에 세워진 절이었으며, ‘날치’는 동화 속의 만들어낸 환상의 물고기가 아니고 인도네시아 근방에 서식하는 나르는 물고기 떼였다. 나는 차츰 커가면서 세상은 참으로 다양하고 넓고 크다는 사실을 알아가면서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다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해 간 듯하다.

이러한 나의 호기심은 외국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내가 대학을 가려 하던 시기에 세워진 한국외국어대학에 입학원서를 사들고 모교 사대부고 담임선생님께 내밀고, 내 뜻을 전했다. 선생님은 ‘네 뜻이 정 그러하면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에 가도 네 뜻을 이루게 될 것이니 입학원사를 다시 사가지고 오라’ 이르셔서 서울대 문리대. 독어독문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나의 호기심의 파장은 차츰 커가면서 각 나라의 문화가 다르며 인종이 다르며 그 환경에 따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화와 예술이 다르게 만들어지며 발전해 온다는 것을 아주 뒤늦게야 알게 된다. 어렸을 때엔 사람은 다 같으며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한 나의 생각이 틀리다는 것을 알아가며 나는 다른 세상의 다른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호기심이 커졌다. 그 호기심은 다른 언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옮겨갔다.

내 야망은 독일어를 통해 독일의 문화역사, 중국어와 러시아어도 하여 폭넓은 세계문화를 익힐 줄 알았지만 겨우 독일문학과 문화의 언저리도 못 가보고 졸업을 하게 된다. R.M. RILKE(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어에 꽂혔던 나는 졸업논문을 쓰며 릴케의 세상을 받아들이는 예리하고 예민한 시어에 반했다. 사실, 그보다는 그가 세상에 대해 우려하는 예감과 그것을 시인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음에 대한 절망을 느끼는 그에 대한 연민의 정이 더 컸었다. 이는 그 시대가 앓고 있는 실존주의 철학의 시발점을 품고 있음을 감지하는 좋은 경험이었다.

이렇게 나는 독일어와 독일문학을 통하여 세계문학에 입문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순수문학과 어학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의 시대적 고통과 고민을 훨씬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미술과 조각 등 시각예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음악 속에 서려있는 입체적 세계에 더 반응하는 나를 발견하고 더욱 입체적인 문학인 희곡에 관심이 나를 이끌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리하여 나는 R.M.RILKE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릴케가 산 그 시대에 이미 뿌리내리고 있는 표현주의 시대의 희곡과 연극에 관한 호기심으로 나의 관심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었다. 이는 입체적 문화현상에 닿아 있음을 확신했다.
이러한 나의 취향과 호기심은 이미 당시 파리에서 시작된 미술전시회가 독일 뮌헨과 슈튜트가르트 등 대도시에 펼쳐지는 미술 전시회와 수려한 아름다운 음악과 거리가 먼 전통 7음계를 무시한 현대음악을 맞이한다.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괴성의 ‘으악세계’를 접하며 오히려 잘 모르면서도 심취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새로 발견한 나의 호기심과 세상을 품는 또 다른 문학의 장르인 연극의 세계로 나를 인도한다. 이후 연극세계는 나의 세상 살아가는 그릇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하여 나는 시어의 세계에서 훨씬 구체적이며 입체적인 희곡을 통한 연극의 세계로 지평을 넓혀갔다. 입체적이고 행동적인 연극의 세계로 옮김에 따라 나는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행위로 예술을 펼쳐가는 연극에 심취하며 다시 공연예술이라는 입체적이고 행동을 동반하는 예술로 옮겨 삶의 터전을 삼고 유럽의 유학생활을 만끽한다.

독일에서 꾸준히 보아오던 공연예술의 발전상을 볼수 없던 1967년 이후 귀국한 나는 한국에서 그 가능성을 찾기에 열중한다. 그 결과 한국 ITI (International Theater Institut, 연극의 국제적 교류를 촉진하기 위하여 1948년에 창립된 UNESCO의 외곽 단체)를 통해서만 매 2년마다 열리는 세계공연예술제를 볼 수있는 가능성을 접한다.

기쁜 마음으로 나는 여석기 회장님과 김갑순 부회장님이 이끄는 ITI 한국 본부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해외로의 창구임을 확인한다. 앞으로 내 세계로 향한 창구로의 통로는 한국 ITI가 되며 나의 세계로의 창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