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섭의 비평프리즘] 한국 현대미술의 메카로서 대구의 중요성Ⅲ
[윤진섭의 비평프리즘] 한국 현대미술의 메카로서 대구의 중요성Ⅲ
  • 윤진섭 미술평론가
  • 승인 2023.06.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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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섭 미술평론가

<지난 호에 이어서>

“강정에서 작업들이 끝났을 때 그곳을 떠나는 관중들의 표정은 정말 흥미가 있었다. 야릇한 웃음기를 띤 얼굴들, 장난기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진지한 속을 버리지 않는 어정쩡하게 흥분된 얼굴들, 술 한잔 먹는 것, 밥 먹는 것, 취한 아낙네, 모든 것을 이벤트(?) 작업으로 연결시킨다. 무관심하게 지나쳐 버리던 것을 새로운 관심을 가지고 묘한 자기 해석을 해보려고 하는 짓거리가 얼마나 재미있고 흐뭇한지 이러한 작업들의 강점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행위작업을 하는 작가의 수가 열손가락을 꼽을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이고 보니 또 그 작업량이 적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1)

1970년대 중후반만 해도 이건용, 성능경, 김용민, 장석원, 강용대, 윤진섭 등등 <ST> 그룹 중심의 작가들에 의해서 이벤트가 행해졌으며, 대구 출신으로는 <신체제> 그룹의 이강소를 비롯하여 박현기, 황현욱, 김영진 등이 있다.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의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인 이강소는 전화인터뷰에서 “1979년 [대구현대미술제]가 5회로 끝나 아쉽던 차에 2012년에 달성군에서 재단을 만들고 [강정현대미술제]를 개최함으로써, [대구현대미술제]의 실험정신을 오늘날까지 잇게 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군수에게 고마움을 표한다.”2)고 말했다.

바야흐로 세계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지역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어떻게 하면 지역 경제를 살리고 문화와 예술을 중흥시켜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드느냐 하는 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수성아트피아의 역사적인 재개관을 맞이하여 대구 현대미술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오늘의 자리는 매우 긴요한 계기가 아닐 수 없다.


1) 이강소, 공간 제147호, 1979년 9월호 73쪽.

2) 필자와의 전화 인터뷰, 2023.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