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광장문화]2023년 1분기 공연예술시장을 둘러보며
[김승국의 광장문화]2023년 1분기 공연예술시장을 둘러보며
  •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회관 이사장
  • 승인 2023.06.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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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회관 이사장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회관 이사장

깊은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중

2020년 1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만 3년이 지났다. 지난 3년 동안 우리 공연예술계는 처절할 정도로 힘겨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왔다. 지난 5월 5일 WHO가 코로나19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해제' 발표 후 우리 정부도 6월 초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제 본격적인 일상으로 복귀를 시작한 셈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우리 공연예술계도 올해 초부터 3년간의 깊고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금년도 1분기(1월~3월) 공연 실적 공연 건수, 티켓 예매수, 티켓 판매액 모두 4개년 동기간 중, 올해 가장 우수한 실적을 보였다. ‘23년 1분기 공연 건수는 2,756건, 공연 회차는 21,462회, 티켓 예매수는 336만 건, 티켓 판매액은 1,557억 원으로, 모든 실적 면에서 `20년~`22년 대비 최소 13.5%에서 최대 295.7%까지 증가하였다. 장르별 가장 많은 공연이 이뤄진 장르는 서양음악(클래식)으로 전체에서 47.4%를 차지하였다. 티켓 예매수와 티켓 판매액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티켓 가격이 높은 뮤지컬 장르가 각각 57.2%, 75.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대형공연이나 스타마케팅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 여전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보인 장르는 공연 건수, 티켓 예매수, 티켓 판매액 기준 모두 순수무용 장르가 차지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순수무용계가 활기를 되찾았다는 말은 아니다. 올해 순수무용의 급성장 원인은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지젤‘ 공연이 30년 만에 국내에서 이뤄졌고, 높은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는 ‘션원 월드투어’가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국내에서 이뤄지는 등 잇따른 외국 무용단의 내한 공연이 1분기 순수무용 시장의 호황을 견인한 것이니 마냥 반길 소식은 아니다. 공연 실적이 가장 우수한 지역은 변함없이 서울로 나타났으며, 서울을 제외하고는 시 단위 기준, 부산의 티켓 판매액이 가장 우수하였으며, 도 단위 기준으로는 경기도-경상북도 순이었다. 

가장 많은 공연이 이뤄진 공연장 규모는 100~300석 미만 소극장, 티켓 예매 및 판매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공연장 규모는 1,000석 이상 대극장이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보인 시설 규모는 공연 건수, 티켓 예매수 및 판매액 기준 모두 100석 미만 소극장이었다. 그러한 통계를 증명해 보이듯이 티켓 예매수 및 판매액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공연은 대학로 공연이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2023년 1분기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 상위 10위권에 든 작품들을 살펴보면, 뮤지컬이 9개를 차지하였고, 유일하게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상위권에 들었다. 다만, 해당 작품의 경우, 최소 5만 5천 원에서 최대 11만 원을 호가하는 상대적 고가 연극 공연으로 예술의 전당이라는 1,000석 이상 대극장에서 8주 넘게 진행된 점을 고려할 때, 높은 티켓 가격과 대극장 공연, 인지도 높은 스타 출연이 우수한 티켓 판매 실적으로 귀결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로 소극장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

장르별로 살펴보면 연극의 경우 대학로 소극장이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장을 찾아가 보면 인지도가 높은 배우가 출연하지 못하는 연극 공연은 아직도 고전을 하고 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뮤지컬의 경우는 올해 1,000석 이상 대극장 뮤지컬 공연 건수가 많이 증가했는데 이에 대한 연유는, 코로나19로부터의 영향력 감소 및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뮤지컬 시장의 공격적인 상영이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내한 공연과 대형 창작뮤지컬의 비중이 커지면서 발생한 결과로 추정된다.

서양음악(클래식)의 경우 증감률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전 실적 모두 다 같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특히 티켓 예매수와 티켓 판매액은 각각 전년 대비 ▲85.6%, ▲95%로 크게 성장하였다. 23년 1분기 클래식 티켓 판매 상위 10개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클래식 전체의 35.5%로 타 장르 대비 상위 작품에 대한 수요 쏠림이 비교적 높지 않은 편이지만, 김호중, 포레스텔라, 히사이시 조, 정명훈 & 조성진 등 대중적 인기가 높은 특정 스타들의 작품이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국악의 경우 ‘23년 1분기 한국음악(국악)의 공연 건수는 188건으로 전체 시장에서 6.8% 비중을 차지하여 대체로 실적이 저조하였다. 이에 대한 원인은 ’풍류대장‘, ’이날치‘ 등 수요가 많은 대형 인기 연주자들의 공연이 `23년 1분기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인다. 1분기 한국음악(국악) 장르의 공연 특성을 살펴보면 아동공연 건수가 4.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티켓 예매수(비중 8.4%)와 티켓 판매액(비중 6.7%) 또한 마찬가지로 아동 공연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는 점이다. 근 몇 년간 국악 시장에 대중화 바람이 불며,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예술가들의 출연작을 중심으로 수요 쏠림 현상이 극심해졌고,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22년 정점에 이르렀다. 반면, `23년에 들어서며 스타 출연작 공연이 감소하기 시작하였고, 상위권 작품의 티켓 판매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3%가량 줄어들며 관객 집중화 완화 양상을 보였다.

순수무용(서양/한국)의 경우 ‘23년 무용 공연은 총 76건, 티켓 예매 수는 약 5만 매, 티켓 판매액은 약 33억 원으로 집계된다. 무용 장르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공연 실적은 타 장르와 비교하여도 유독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23년에 들어서며 무용 장르도 여타 장르들과 함께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데, 이렇듯 무용 시장의 뒤늦은 성장이 올해 무용 시장의 성장 폭을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하였다. 아울러 그동안 성사되지 못했던 대규모 내한 공연(션윈 월드투어,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이 올해 1분기 전폭 추진되며 전년 대비 높은 성장을 이끌었다.

대중음악의 경우 ‘23년 1분기 전체 공연(연극, 뮤지컬, 서양음악(클래식), 한국음악(국악), 순수무용)과 대중음악 장르를 포함한 총 공연 건수는 3,415건이며, 이 중 대중음악은 659건으로 전체의 19.3%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 10개 작품을 살펴보면, 아이돌 공연 4개, 내한 공연 1개, 밴드공연 1개, R&B 공연 1개, 트로트 공연 1개, 기타 2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서울의 1,000석 이상 대극장(체육시설)에서 진행되었다.

’작아도 명품’ 공연으로 승부 걸어야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 공연예술시장은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공연예술계는 여전히 대형공연이나 스타마케팅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대학로 소극장들이 꿈틀대며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에서 보듯이 꼭 스타마케팅이나 대형공연이 아니더라도 장르 불문 ‘작아도 명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소규모 공연이지만 창의력과 상상력에 기반한 높은 연출력과 연기력으로 명품 공연을 만들어 중장기 공연으로 간다면 해법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