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도로의 지하화는 누구에게 이로운가?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도로의 지하화는 누구에게 이로운가?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3.06.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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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스페인 마드리드의 리오공원은 마드리드에 사는 사람들이 주말에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가는 공원으로 드넓은 잔디밭과 함께 조깅트랙, 산책길 그리고 자전거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사랑받는 명소이다. 서울의 한강에 비교하면 작은 시내에 불과한 만사나레스강 주변에 조성된 리오공원은 20여년 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외곽순환도로와 유사하게강을 따라 마드리드 외곽을 순환하는 도로인 M30가 있어 도로 주변은 자동차 매연으로 가득하고 시민들은 강변 진입이 어려웠을 뿐 아니라 강은 오염되고 주변은 편의 시설 없이 슬럼화되어 매우 낙후된 곳이었는데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도로를 지하화하면서 상부에 수변공원인 리오공원을 조성, 도로로 단절되었던 마드리드 시를 연결하였고 차량 정체까지 해소하였다고 한다. 이 사업이 완성되어 사랑받기 전까지 막대한 국가예산의 투입으로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으나 오늘날에는 꽤 성공한 프로젝트로 평가되어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강변북로, 경부 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을 위해 시장님이 직접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하였다.서울시 보도 자료에 의하면 지하화한 도로는 지상의 교통 체증 문제를 해결하였고 – 마드리드와 서울의 시간당 이동거리는 약 4배까지 차이가 난다. - 지상부는 도시에 사는 시민에게 있어서 건강한 삶과 풍요로운 생활의 핵심인 녹지공간을 제공한다는 점 그리고 도시의 단절을 해소했다고 하니 서울시에서 경부간선도로 지하화를 통해 얻고자하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 보여진다.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강변북로 지하화 사업은 18Km에 이르고 경부간선도로는 양재에서 기흥까지 무려 30Km로 마드리드의 지하화 사업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긴 구간이며 - 마드리드의 자하화 구간은 8km이다 - 지금의 차량 통행량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출퇴근 시간 대 혹은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명절에는 교통체증이 발생할 것은 뻔한 우리나라만의 특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구조적인 안전이나 화재나 사고에 대한 대응 그리고 비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고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진출입구 정체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아쉬운 것은 지하 공간을 이용하게 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안녕과 안전에 대한 문제에 대한 논의나 어떠한 제안도 없다는 것이다.

 

어둡고 폐쇄된 공간, 스트레스 유발
사고 이어질 수도

 

최근 장대 터널이 증가하면서 장시간 단조롭고, 반복되는 배경으로 운전자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착시현상으로 속도감을 못 느끼기도 한다. 또한, 빨리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속도가 높아지고 이는 사고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면서 호르라기 소리로 경각심을 높이거나 일정 구간마다 색조명을 계획하여 시각을 자극하는 등 사고를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다소 촌스러운 자극은 졸음도 방지하고 속도감을 느끼는 데에 도움을 주는데 성공하였지만 운전자에 따라서 또는 주행 속도에 따라서 오히려 깜짝 놀라 급히 브레이크를 밟게 되거나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어느 정도 차량이 속도가 있을 경우 이러한 자극이 도움이 되지만 장시간 터널 안에 정체될 경우 사람들은 다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얼마 전 비행 중인 항공기 안에서 내리겠다고 비행기의 문을 여는 사건에서와 같이 닫힌 환경을 갇힌 환경으로 인식하고 그 장소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심리적인 압박에 의해 돌발적인 행동을 하거나 좁고 폐쇄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답답함과 두려움으로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터널에서의 사고나 닫힌 공간에서의 두려움을 영화화한 매체를 접하고 나서 터널이나 지하공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 터널에 진입하는 것이 즐겁다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 터널보다는 우회하더라도 지상의 도로를 선택하겠다는 의견도 많다. 최근 현대인들에게 환경에 의한 공황장애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 행동은 지하철이나 지하상가, 영화관 등 어둡고 창이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교통체증으로 정체된 지하도로라는 환경은 운전자에게 심리적 불편함을 초래하고 이는 충분히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꽤 다이나믹한 조명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에 살면서 현재 지하도로나 터널에 대한 조명 계획에 대한 기준은 장해물 식별을 위한 밝기나 운전자의 눈부심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그리고 터널 진출입 시 밝기 적응에 대한 출,입구 부분의 조명조건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길어진 터널이나 도시의 지하화 도로에 대한 기준으로는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긴 지하도로를 장시간 운전해야하는 운전자에 대한 배려는 조명조건 뿐 아니라 색채, 공간감등 환경심리에 대한 보다 폭넓은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우리 삶을 위한 인프라 시설들이 진정으로 ‘사람’에게 이로울 수 있도록 보다 깊이,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