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강경모 문화기획자 “‘세계’ 자연유산, ‘제주’ 주민이 빛낸다”
[Culture Interview]강경모 문화기획자 “‘세계’ 자연유산, ‘제주’ 주민이 빛낸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6.21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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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세계유산축전, 3년 간 문화재청 지원 후 올해 첫 지방 주도
“보존 전제로 한 활용” 프로그램 구성
제주 43개 읍ㆍ면ㆍ동 참여 ‘탐라문화제’, 도민이 주인공
“축제 및 행사 구성 예술인에 대한 존중 부족…처우 개선 필요”
세계유산축전 10.3~8, 탐라문화제 10.6~10 개최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한효성 작가]유산이란 우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오늘날 그 속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다.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모두 다른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우리들의 삶과 영감의 원천이다.

유산의 형태는 독특하면서도 다양하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평원에서부터 이집트의 피라미드, 호주의 산호초와 남미대륙의 바로크 성당에 이르기까지 모두 인류의 유산이다. ‘세계유산’이라는 특별한 개념이 나타난 것은 이 유산들이 특정 소재지와 상관없이 모든 인류에게 속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기준 문화유산은 869점, 자연유산은 213점, 복합유산은 39점이 등재돼 있다. 특히 자연유산은 전 세계적으로 등재수가 적고 등재조건이 까다로우며 유지 또한 어렵다. 

▲바닷속 용암이 솟아난 자리, 성산일출봉 응회구
▲바닷속 용암이 솟아난 자리, 성산일출봉 응회구

제주도는 2007년 우리나라 최초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제주 전체 면적의 약 10%정도에 해당하는 지역이며,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구, 거문오름 용암돌굴계가 해당된다. 그리고 세계유산에 등재된 제주 자연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20년부터 ‘세계유산축전’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문화재청 기획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어 국비 지원을 받았으나, 올해는 4년 차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며 전액 지방비가 투입돼 추진된다.

강경모 감독은 2020년과 2021년 제주세계유산축전 제작감독 및 부감독 그리고 지난해 총감독을 지낸 후 올해는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감독은 외부인이 만들어놓은 축제에 제주도 지역민이 단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이끌어가는 형태의 ‘세계유산축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주도의 문화유산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곳에서 나고 자란 주민들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에, 지난해 축전에서는 관람객 참여프로그램을 다각화했다. 전체 프로그램 중 일부를 유료화했는데 추후 수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으며, 특히 ‘세계자연유산 워킹투어-불의 숨길’ 프로그램에 공을 들였다. 거문오름 분화구에서 용암이 분출되기 시작한 ‘시원의 길’을 비롯해 ‘용암의 길’ ‘동굴의 길’ ‘돌과 새 생명의 길’ 등 총 4개 코스로 구성했다. 

강경모 감독은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제59회 한국민속예술축제 예술감독, 2019 대한민국 문화의 달 추진위원, 부감독으로 활동하며 문화예술계에 널리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한국예총제주 특별자치도연합회 사무처장을 역임하면서 제주의 최대 축제인 ‘탐라문화제’와 크고 작은 행사를 초기 기획에서부터 모든 연출안을 만들고 준비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하였고,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축제육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제62회 탐라문화제’ 총감독으로도 선정됐다. 또한 제주지역균형발전지원센터 강사평가위원이자, 2023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장, 프리랜서 문화콘텐츠 기획자 겸 공연·행사 연출가로서 정부 기관 및 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정책자문/강연 등 문화관련 다양한 영역에서 황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제주팝스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며 교육 사업 등으로 후학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제62회 탐라문화제 총감독과 2023 제주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강경모 문화기획자 ⓒ한효성 작가
▲제62회 탐라문화제 총감독과 2023 제주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강경모 문화기획자 ⓒ한효성 작가

지난 12일 한국예총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강경모 감독은 “지역의 축제는, 외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다 지역민의 지지와 참여율을 높이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해당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역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동반되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지역 축제이기 때문이다. 자연유산과 지역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주민이 주도하는 축전 프로그램과 문화 축제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세계유산축전부터 탐라문화제까지, 제주 문화예술 축제의 상당 부분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다를 것 같다.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장과 탐라문화제 총감독을 맡고 있다. 나는 사실상 이 두 축제의 큰 맥락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6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주도민들과 함께한 탐라문화제는 문화관광축제가 아닌 도민들이 꾸려나가는 축제이다. 국내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그리고 국외에 국내 관광지를 홍보하기 위해 진행되는 축제들과는 성격부터가 다르다. 탐라문화제만큼은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탐라문화제는 제주도 43개 읍ㆍ면ㆍ동이 전부 참여한다. 외부에 보이려 하는 축제가 아니라, 내부 도민들이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격려하고 위로하는 잔칫날이다. 제주도민과 그들의 문화가 주체가 되어 62년간 이어져온 축제인 것이다. 해녀축제, 마(馬)축제 등이 탐라문화제로부터 파생되었다는 것만 봐도 이 행사의 규모와 특성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유산축전 같은 경우 제주의 자연유산을 알리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행정적인 측면에서만 이뤄지는 보존 및 변화가 아니며 지역민들이 스스로 가꾸고 지키나가야만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전 도민이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정체성에 집중하는 것이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제주도민들이 제주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을 느끼며 ‘탐라문화제는 꼭 가봐야 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고유의 정서를 담은 놀이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겠다. 

올해 축제는 ‘제주의 할망’인데, 어떤 행사를 기획 중인가?

총감독으로 위촉되기 전, 주제가 먼저 정해져 있었다. 처음엔 전 도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의 주제로 하기엔 폭이 좀 좁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계속 고민하다 보니, 제주도에 사는 우리 모두에겐 ‘할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사자이기도 하고 가족이기도 하고. 어린이들도, 청소년들도 나중엔 자라서 할망이 된다. 현재의 우리 역시 할망이 되어가는 중이고 미래의 우리 모습이기도 하지 않나.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전체를 ‘할망’이라는 글자로 표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보고자 한다. 

‘탐라문화제’에 앞서 지난 3년 간 ‘제주 세계유산축전’ 제작감독 및 부감독 그리고 지난해 총감독까지 맡으며 제주의 문화적 자산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는데 그간의 시간을 자평해본다면?

전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에 비해 자연유산의 수는 200여 개로 매우 적은 편이다. 희소성이 있고 인류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이 자연유산을 잘 보존해 후대에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켜야 하는 대상을 제대로 아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구,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 3개이다. 세계유산축전과 함께하기 전엔 나 역시 제주의 자연유산에 대해 막연하게 아는 정도였다. 축제를 진행하며 자연스레 접하게 됐고, 생각지도 못했던 어마어마한 자연을 마주하게 됐다. 그간 자연유산 지역들은 보존해야 한다는 이유로 꼭꼭 숨겨져 있었다. 노출되면 훼손될 수밖에 없지만, 알아야 더 잘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 세계유산축전의 취지였다. 보존이라는 기본 전제 하에 활용에 대한 문을 열어달라고 계속 요청했다. 

월정리 용천동굴의 경우 통제지역이라 마을 이장님조차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세계자연유산이니 보존해야 합니다’라는 이야기만으로는 마을 주민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기 어려웠다. 개발 제한구역이라고 규제하며 보존만을 강요하면 주민들 입장에서 불만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지역민들을 모시고 직접 탐방에 나섰다. 직접 보신 후 “이건 우리 거니까 우리가 지켜야 해”라고 말씀하시더라. 주인의식이 생긴 것이다. 재작년까지는 불법 폐기물, 생활 쓰레기 등이 버려지며 방치됐던 곳이, 지금은 지켜야 할 곳이 됐다. 

▲2022 세계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행사, 만장굴 전구간 탐험대
▲2022 세계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행사, 만장굴 전구간 탐험대

올해는 세계유산축전을 이끌어갈 수 없지만, 이와 별개로 ‘자체적 프로그램’을 기획할 것이라 밝힌 바 있는데 이는 어떻게 되어가나? 3년 간 제주시민들이 함께 일군 노력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3년간 받았던 세계유산축전 국비가 올해는 없다. 그렇지만 도에서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 예산을 만들었고, (축전을) 이어갈 시작점을 만들었다. 이후 국비가 다시 지원된다면 도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 이상의 규모로 키울 수 있겠고, 우선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도 이어지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마을의 내면은 마을 주민들이 가장 잘 안다. 지금은 전문가들이 대부분의 일들을 하고 있지만, 제주도 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위치한 7개 마을(김녕리, 덕천리, 선흘1리, 선흘2리, 성산리, 월정리, 행원리) 주민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며 트레이닝을 통해, 나중엔 그분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성산일출봉이나 한라산은 이미 유료화 되어 있지만,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지난해 처음 시범적으로 유료 운영을 해봤다. 원래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지만 완충 지역 쪽으로 길을 만들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길이 너무 좋다. 그렇지만 보존을 위해서는 올레길처럼 너무 많은 사람들을 받을 순 없으니, 지역 주민들의 관리감독 하에 최소한의 인원을 허용한다면 주민들의 일거리와 수입 등이 창출되는 긍정적 경제효과까지 함께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제주의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지만, 세계유산축전의 전반적인 기획을 담당하며 새롭게 알게 된 가치,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들을 발견했을 것 같은데 어떠한가?

세계유산축전을 예로 들면, 첫째 둘째 해는 어떻게 하면 행사의 규모를 더 키워서 포커스를 밖으로 내비칠 수 있을까, 파이를 키우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런데 3년 차가 지나 올해가 되고 보니 자연의 위대함이 인간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는 부분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로드 프로그램 ‘불의 숨길’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상부부터 월정리 해안까지 26km 코스, 4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1코스는 원래 나무들이 뒤엉켜 숲을 이루고 있던 곳을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구간이다. 처음 길을 만들 땐 행사를 며칠 진행한 후 1년간 방치하면 다시 풀과 나무로 덮일 거라 생각했는데, 다음 해에 갔더니 아예 길이 만들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한 번 밟았던 곳은 길이 된다. 우리는 자연이 주는 자원을 활용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길을 만들었는데, 아무리 조심해도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까지 최소 몇 년에서 길게는 몇 십 년이 걸린다는 걸 알았다. 아차 싶었다. 그리고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점점 행사의 규모보다 그것을 이루는 자연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게 되면서 더 조심스러워진다. 그만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이 만든 유산은 훼손이 되어도 어느 정도 복원이 가능하지만, 자연은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까지 100년은 족히 걸린다. 자연유산은 손실되면 끝이다. 선정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이 그것보다 더 어렵다.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찾는 모든 국민들이 자연유산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좀 더 아껴주셨으면 좋겠다. 

최근 수산동굴이 제주 제2공항 부지와 불과 1.2km 떨어졌다고 세계유산본부가 발표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정리될 것으로 전망하나?

당연히 생각을 해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제주공항이 포화상태인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규모로는 감당이 안 되니, 누군가는 지금의 공항에서 확장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고, 어떤 데서는 성산으로 제2공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또 다른 데서는 아예 다른 지역을 얘기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이 있으면 서로 간에 얘기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필요한데 의견을 모으고 조율하는 과정이 아예 안 되고 있다. 갈등을 해소하고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한 논의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중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강경모 감독 ⓒ한효성 작가
▲인터뷰 중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강경모 감독 ⓒ한효성 작가

공연기획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원래는 음악대학을 졸업한 트롬본 연주 전공자이다. 연주자로서 활동하다 어떤 계기로 기획자의 길로 발길을 옮기게 됐나?

음악을 전공해서 공연 쪽에 대한 관심은 원래 많았다. 그러다가 당시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문화예술 단체였던 한국예총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에 관심을 갖게 되어 근무하게 됐다. 음악을 했을 땐 음악의 테두리 안에서만 고민을 했는데, 여기 와서 공부를 하다 보니 음악ㆍ미술ㆍ연극ㆍ연예ㆍ사진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성향과 사업들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됐고 시야도 트이더라. 음악만 알다가 예총에 와보니 11개 분야의 예술을 다 알게 됐고, 각각의 분야 예술인들과 친해지면서 그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예술 사업들을 계속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후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생기고, 재단에 2007년에 들어가 (예술인) 지원부터 행정적인 업무까지 담당하게 됐다. 4~5년 정도 근무를 하다 보니 공무원 마인드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사표를 냈다. 

공연기획자 강경모로 더 자주 불리긴 하지만, 제주팝스오케스트라 대표이자 단원으로 활동하며 음악도 놓지 않고 있다. 공연 기획을 할 때 연주자의 입장을 한 번 더 고려하는 기획자가 아닐까 싶은데 어떠한가?

제주팝스오케스트라는 1999년 대학 후배들과 함께 창단했다. 당시엔 오케스트라를 활용한 음악이 정통 클래식 아니면 카바레 음악 정도였기 때문에, 생소한 장르를 선보인 우리의 음악에 관객들이 많은 호응을 보였다. 나는 처음 단장을 맡았고, 꽤 오래 팀을 이끌다가 재단에 들어가면서 다른 분에게 넘겨주게 됐다. 

몇 해 전, 공연 기획 관련 회의 중에 한 연주자가 했던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꽹과리 가격은 10년 만에 7천 원에서 7만원이 됐는데, 지원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실이 그러하다. 축제든 공연이든 출연 단체들이 받는 출연료는 거의 달라진 게 없다. 행사 예산이 올랐는데도 출연자에게 올바르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 출연료는 예술인들이 작품을 만들어 관객에게 선보이는 과정이 압축된 시간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다. 이것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는다면 예술인들은 동력을 잃고 말 것이다. 

출연료와 더불어 내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공연 환경이다. 축제나 행사에 가면 대기실이라곤 천막에 이름 붙여놓는 게 전부인 곳이 아직도 많다.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출연진이 제대로 공연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은 갖춰주는 것이 공연 단체에 대한 예의다. 문화예술이 더 발전하려면, 이를 이루는 이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기본 전제로 깔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연 및 축제 기획을 통해 얻는 가장 큰 기쁨과 성취하고 싶은 목표는 각각 무엇인지 궁금하다. 

기획하고 진행해온 의도대로 지역민들이 고스란히 공감해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끼고 힘을 얻는다. 세계유산축전 중 만장굴 비공개 구간을 직접 탐험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70대 어르신께서 ‘죽기 전에 보지 못할 것을 지금 보고 간다. 구좌에 살지만 지금껏 공개되지 않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만장굴에 대해 얘기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나도 앞으로 누가 만장굴에 대해 얘기하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고맙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진심이 느껴져 울컥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또 한 번의 새로운 계기가 됐다. 

탐라문화제, 세계유산축전을 통해 전 도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곁에 있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아 미처 몰랐던 존재들을 알리며, 제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민속, 신화, 역사, 생활사 등 제주 탐라문화원형을 기반으로 제주고유 콘텐츠를 브랜드화 해나가는 ’탐라문화제’
▲민속, 신화, 역사, 생활사 등 제주 탐라문화원형을 기반으로 제주고유 콘텐츠를 브랜드화 해나가는 ’탐라문화제’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문화예술 기획이 있다면? 

너무 고맙게도 많은 것들을 해봤다. 국가사업들도 여러 번 해봤고 큰 축제도 맡아봤다. 그 기간 동안 굉장히 바빴지만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일들과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주도에서 내 일생을 보낼 거라면 이곳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해보고 싶다. 필요한 걸 바꿀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굳이 내가 대장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어떤 대장이 오든 그를 도와, 함께 좋은 걸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끝으로 축전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선흘1리, 선흘2리, 덕천리, 월정리, 김녕리, 행원리, 성산리 등 7개 세계자연유산마을로 구성된다. 어떤 마을은 크지만 어떤 마을은 작다. 또 어떤 마을은 예산이 많고 어떤 마을은 예산이 적다. 하지만 마을의 크기나 예산의 규모에 상관 없이 제주의 문화, 예술, 관광 등 지역의 유산을 지속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마음은 모두 같다. 앞으로도 7개 마을이 세계자연유산축전을 진행하며, 함께 보존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길 바란다.